4월 넷째 주
1.
변화 1. 바야흐로 러닝의 계절이 돌아왔다. 추워서 못 뛴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춘삼월이 돌아왔고 다시 나는 뛰기 시작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짧은 거리라도 꼭 나가려 노력한다.
개인적으로 뛰는 것만큼 완벽한 운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시작 전 나태로움을 이겨내야 하며 정해놓은 목표가 있음에도 늘 멈출까 달릴까를 반복해서 고민하는 등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를 단련하기에 달리기 만큼 좋은 운동이 없는 듯하다.
그렇기에 반복되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늘 이기면 좋겠지만, 실상 이기는 날도 있고 지는 날도 있다. 사는 게 그런 게 아니던가! 러닝을 하는데 의의를 둘 뿐 거창한 목표를 두지 않았기에 흘러가는 대로 몸 상태에 맞게 움직일 뿐이다.
겨우내 몸에 쌓인 지방만큼 우울감과 권태로움, 해결되지 않는 쓸데없는 걱정들, 자격지심 등 좋지 못한 것들이 쌓였는데 쉰 만큼 다시 달려 컨디션을 끌어올려야겠다. 뭐 꾸준히 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 <Fly-Day Chinatown - Night Tempo>, 뛸 땐 나이트템포만 한 게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XPDDAKvVU2Y
* 뛰고 먹으면 보약.
2.
변화 2, 어느 순간 집중력도 떨어지고 머리도 멍청해지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 의사였는지 누구였는지 기억은 나질 않으나, 그가 했던 말에 의하면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것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일종의 ADHD를 앓고 있다고 말한 게 기억났다. 또한 쇼츠나 릴스같은 짧은 영상들에 노출되다 보면 도파민이 과도하게 생성되고 계속해서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쫓게 되며, 그 자극에 뇌가 길들여져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고 하였다.
생각해 보니 지난 주말 눈뜨자마자 누운 자리에서 한 시간 동안 스크롤을 내리며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시켰던 기억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겐 삶이 낙일 수 있으나, 나에겐 딱히 안녕한 일이 아니었기에 유튜브 어플을 지울까 순간 고민했으나 어차피 다시 설치할 걸 알기에 수고로운 일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대신 충무공의 결연한 의지처럼 나 자신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심심하게 사는 것을 연습(?)하기로 하였다.
실천하고자 하는 연습의 예시는 이러하다.
1) 커피나 버스, 지하철을 기달리때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주변을 감상할 것.
2) 밥을 먹을 때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오롯이 음식을 음미할 것.
3) 습관적으로 유튜브 또는 블로그 등등을 켜지 말 것.
4) 자기 전에 절대 스마트 폰을 만지지 말 것.
5)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것(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지 않거나, 게임을 하면서 영상을 켜놓지 않거나 등등).
6) 주기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것.
한 일주일 정도 되었나, 생각보다 지키기 쉽지 않다. 생각보다 지루하며 심지어 가만히 있는 동안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 나는 멀쩡해 보였지만 일종의 '정신병' 환자였던 것이다. 찰나의 지루함도 이기지 못하는 ADHD을 앓고 있는... 비단 나뿐만일까? 란 비겁한 생각으로 정신승리를 이룩해 보려 하지만, 의미 없는 승리는 아무짝에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뭐가 좋을진 모르겠으나, 그래도 결연하게 다짐한 것이니 당분간 노력해 보기로 마음먹어 본다.
* 크리스마스트리만큼 연등도 멋지다.
3.
에드워드 호퍼, 주말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를 다녀왔다. 그토록 고대했기에 전시가 열리자마자 전시장을 찾았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내가 그림을 보러 간 건지 사람을 보러 간 건지 혼미할 정도였다. 전시의 구성은 나쁘지 않았으나 앙꼬 없는 찐빵 같달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후기 작품들)이 별로 없어 아쉬웠으나, 되려 생각지도 못한 그의 삽화들이 마음에 들어 눈에 가득 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