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장수는 이제 예외가 아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예전에는 60세를 넘기기 어려워 환갑잔치를 하곤 했지만, 이제는 평균 수명이 120세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속 노화'라는 말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어난 기대수명에 비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 수명'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일과 삶의 균형을 잃어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내 옆에 근무하는 선배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복직 후 그에게 “육아휴직 동안 어떤 점이 제일 좋았고,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라고 물었더니, 그의 답변은 제 예상과 달랐다.
“일을 하지 않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사람에게는 적당한 일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퇴직 후의 삶이 그려졌어요. 일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은 아마도 가족들과 주로 함께할 텐데, 그때 가족과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현재 10년 차 직장인으로, 회사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종종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회사에서의 성취에 대한 욕심은 크지만, 가정에서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모습은 드물었던 것 같다(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렇게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면.. 예상해본다). 회사에 모든 비전을 걸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에 매몰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일은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자아실현과 사회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성취감을 느끼고, 성장하는 경험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다. 일을 통해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를 받아 살아간다.
하지만,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자신의 삶의 가치관을 잃어버리게 된다. 일하는 삶 속에서 나의 삶을 지켜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최근 재미있게 본 드라마 중 하나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 주변에도 강제적인 회식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야근을 하고, 저녁 시간마저 가족이 아닌 모니터와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WHO에서는 야간 근무를 발암물질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왜 일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나는 살아있기에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일이 필요하지만, 일이 우리의 모든 삶을 지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일이 내 삶을 행복하지 않게 만든다면, 살아갈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그러니 나의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내가 원하는 일을 찾고, 직장의 무게가 너무 크다면 그것을 내려놓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앞으로 우리는 살 날이 너무나 길기에,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아프지 않기에 우리는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