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처음 기억하는 장면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우리의 마음 깊숙이 자리한 애착과 연결되어 있다. 특히 유아기의 애착 형성은 인생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세상을 대하는 아이의 기본적인 신뢰감과 안정감을 만드는 기초가 되는 시기이다. 그렇다면, 왜 유아기에 애착이 중요한 것일까?
유아기, 즉 생후 첫 1~3년은 애착 형성이 가장 필요한 시기로, 이 시기의 애착은 아이가 양육자와 맺는 가장 깊은 유대감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이는 양육자의 따뜻한 품 안에서 세상에 대한 신뢰감을 쌓고, 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 안정감은 삶의 중요한 기반이 되며, 이후 자아 형성과 대인 관계의 바탕이 된다. 이 시기의 애착을 통해 아이는 타인과 세상을 안전하게 느끼며,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심리적 뿌리를 형성하게 된다.
나 또한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이러한 애착을 경험했다.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로 늘 바쁘셨고, 그만큼 나는 할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으며, 그 시간을 통해 할머니와의 강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내가 아침마다 등교할 때 할머니께서 집 문 밖까지 나와 나를 배웅해 주시던 모습이었다. 내가 등 뒤로 학교를 향해 걸어가면, 할머니는 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서서 지켜보셨다. 마치 내가 언제 돌아올지, 내가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염려와 사랑이 담긴 그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러한 할머니의 배웅은 단순히 아침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 기억이다. 어릴 적 그 시선 속에서 나는 할머니의 깊은 사랑과 애정을 느꼈고, 이는 나에게 큰 위안과 안정감을 주었다. 비록 지금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더 이상 내 곁에 계시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할머니께서 나를 지켜보고 계신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할머니의 그 따뜻한 시선과 한없는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나는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누군가의 조건 없는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큰 힘이며, 삶의 도전에 맞서는 나에게 끊임없는 용기와 위안을 준다.
유아기의 애착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따뜻한 기억들이 우리 내면에 남아 평생을 함께하며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생애 첫 기억은 단순한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를 품어준 누군가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선물 같은 기억이다. 어린 시절의 애착 형성을 통해 아이는 세상을 향해 긍정적이고 신뢰하는 시선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