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 만큼은 하고싶지 않았는데..
돈돈돈,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나는 점점 더 돈 앞에서 솔직해지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돈 이야기만 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고,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돈 때문에”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는 엄마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자꾸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영유아기에는 어떻게든 키워진다. 부모의 애정과 분유와 기저귀만 있으면, 체력을 갈아서라도 하루하루는 흘러간다. 아이의 세상도 단순했고, 부모의 고민도 그때는 단순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고민의 결이 달라진다. 어느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할지, 아이는 뭘 좋아하는 아이인지, 영어는 기본이라는데 우리 아이는 지금 어느 정도 와 있는 건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가 현실적인 걱정의 얼굴로 조금씩 다가온다. 누군가는 욕심을 버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국제학교를 보내려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수백만 원을 교육비로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걸까. 3년 전 서울에 8~9억 하던 아파트들이 이제는 15억을 훌쩍 넘겼다는 시세를 보고 있자니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세상은 나만 빼고 달려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그 자산 인플레이션에 합류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마음은 조급해지고, 이 알 수 없는 패배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영어학원 35만 원, 태권도 17만 원, 발레 20만 원, 주거와 생활비 200만 원 이상. 이게 수도권의 기본이라고 한다. 서울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평균 연봉은 그 기본을 감당할 만큼 높지 않은데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재테크를 잘했나, 아니면 나처럼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걸까.
부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고 그만큼 책임은 더 커졌다. 그래도 책임을 잘 져보고 싶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돈 걱정이 따라오지 않을 수는 없다. 학원 안 보내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쉽게 들리지 않는다. 학원을 안 보내면 하교 후 아이가 머물 공간이 필요하고, 등원 도우미 비용도 만만치 않고, 내 퇴근 시간은 아이의 하교 시간과 맞지 않는다. 결국 아이가 어딘가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며 버텨줘야 하는 구조가 된다. 양날의 검을 들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성장에 집중해보려 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돈을 버는 것도, 돈을 지키는 것도 결국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에게 투자해보려 한다. 올해 나의 성장 지표를 이렇게 정의해본다.
1. 감사하는 마음,
2. 미워하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
3. 여전히 열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
4. 마음을 닫지 않고 대화하려는 마음, 겸손하려는 마음,
5.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마음,
6. 미래가 불확실해도 가능성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7. 현재의 고난을 축복으로 해석해보려는 마음,
8. 인간은 신과 동물 사이의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마음, 그리고
9. 나는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마음. 누구나 편향되어 있고 나 역시 그렇다.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은 누군가에겐 틀릴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삶은 내 기준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싶다. 아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올해가 끝날 때 거창한 성과는 없어도 좋다. 다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너, 좀 성장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