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로 쿡쿡-무리하지 마
아팠다. 지난주는 몸도 마음도 아픈 시간들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이 몸을 채근하며 달리고 있었다. 지난 12월 초 그동안 내가 맡았던 지부에서 타지부로 옮겨가면서 부담스럽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을 앞세워 그동안의 경험을 믿고 적응해 갔다. 날씨는 춥고 원래 쓰던 에너지의 두 배이상을 쏟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지만 요즘 건강도 괜찮아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도 많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열 내는 사람도 많았다. 적응하는데 진땀이 났다. 그 사이에 공동집필원고도 쓰고 신춘문예도 도전하고 책 읽고 글쓰기 하며 출판사도 찾아가 대화하는 일을 하는 등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의욕이 넘쳐났다.
그런데 완급조절이 안된 거 같다. 화요일부터 컨디션이 안 좋더니 수요일부터 오른쪽 늑골 밑 복부에서 이상 신호가 잡혔다. 얇은 바늘로 콕콕 찌르는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간헐적으로 미미해서 그러다 말겠지 하며 무리하게 스케줄을 소화하고 다음날이 되었는데 여전히 아팠다. 강도가 세졌고 바늘의 굵기가 굵어져 쿡쿡 쑤시는듯했다. 한편으로는 슬슬 겁나고 걱정이 되었다. 검색해 보니 아픈 부위가 담낭결석, 맹장염, 대상포진, 장염등이 의심된다고 쓰여 있다. 담낭에 돌이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 했었고 맹장이 갑자기 아플 리도 없을 거 같고 대상포진이면 가려운데 그렇지 않고 뭘 잘못 먹은 것도 없으니 장염도 아닌 거 같아 병원에 가기 싫었다.
저녁때가 되자 언제 닥칠지 모르는 통증이 공포영화처럼 다가왔다. 흉가에 갇힌 주인공 앞에 언제 귀신이나 범인이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감이 들었다. 통증이 오면 움찔하고 약간의 기분 나쁜 파동이 인다. 짜증 나고 욕이 나올라한다. 그런 상태로 오래전 알던 사람과 약속이 돼 있어서 멀리 찾아갔다. 오랜만에 만나 대화하는데 전혀 변하지 않는 걸 느꼈다. 나도 모르게 그분이 한 이야기 중 이건 아닌데 라는 걸 참지 못하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바로 나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어찌나 창피하고 수치스러운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멘붕이었다. 싸우러 온 것도 아니어서 그냥 웃으며 넘겼지만 아! 이 찝찝한 기분이란. 나는 웬 오지랖을 부리고 말았을까. 그 사람이 그런 생각과 말을 하던 내 알바 아닌 것을 굳이 말을 해서 이런 창피를 당하다니. 이제부터는 침묵 모드로 가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게 나다.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란 말인가. 얌전 떨고 맞춰줄 성격이 아니지 않은가. 욕을 먹고 미움을 받을 수밖에. 미워하려면 미워하라지. 오랜만에 대단한 신고식을 치르고 와서 그런지 통증이 더 심해졌다.
다음날 일찍 병원을 찾았다. 내과에 가니 의사는 느릿한 말투로 별거 아닌 거처럼 말하고 장이 안 좋은 거 같으니 약 먹고도 안 나면 그때 다시 오란다. 자기가 안 아프니까 아주 편안하게 말하는 거 같다. 당신이 아냐고요? 배안에서 심술궂은 누군가 한 번씩 바늘로 쿡 찔러대는 이 느낌을? 집에 와서 누웠다. 공포감도 진동도 더 세졌다. 그래도 일정이 있어 배를 움켜쥐고 나갔다. 사람들과 만나 아무렇지 않은 척 웃다가 배가 아프다 말하니 의견들이 많다. 헬리코박터부터 대상포진까지 당신들의 경험을 들이댄다. 대가족들과 다 같이 펜션을 잡아놔서 짐가방은 들고 나왔는데 차마 버스를 못 타고 다시 큰 병원을 가서 기어이 시티까지 찍었다. 아 진짜 이런 거 피 빼고 주사 맞고 너무 싫다. 게다가 몸을 일시에 뜨겁게 해 육체이탈한 느낌을 주는 조영제 같은 것도 내 몸에 넣어주다니 불쌍한 몸.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 한다. 일단 안심이면서 역시 해결이 안 돼서 불안한 건 똑같다. 그사이에도 여전히 한 번씩 안에서 요동친다. 마치 어린 요정이 숨어서 제각기 다른 바늘을 한 번에 확 뿌렸다가 하나씩 뿌렸다가 장난치는 것 같다. 불꽃놀이 터지는 거 같기도 하다. 병원에서 준 약도 효과가 없다. 타이레놀도 마찬가지다. 아! 대체 원인이 뭐야. 약국에서 지갑까지 놓고 왔다. 이번 주는 수난시대다. 인문학향기모임도 누워서 듣기만 했다. 만사가 귀찮다. 통증을 없애는 게 지상 최대의 과제다.
오늘 아침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한의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서울 노원구라 멀어서 남편과 같이 차를 타고 갔다. 가는 동안도 쿡쿡은 이어진다. 원장님은 반가워하며 아주 자상하게 진료를 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원인을 찾았다. 임파선에 염증이 생기면서 신경을 건드려 통증이 발생한 거라 한다. 나는 요즘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괜찮았다고 말하니 부분적으로는 이상이 있을 수 있다 한다. 자주 치료하러 가기 어려우니 약을 일주일 치 먹으라고 했다. 나와 남편을 위해 두 시간 가까이 치료와 상담을 해주었다. 감사한 분이다. 원인을 알고 나오니 이상하게 통증이 덜하다. 원장님은 당분간 며칠 더 아플 수 있다 했지만 이제는 겁나지 않는다. 뭐야. 설마 통증과 친해진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너무 싫다. 근데 원인도 알았고 얼마 안 가서 나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니 겁나지 않는다.
사실 별의별 상상을 다했다. 결국 배를 째고 담석을 빼내는 건가? 맹장염이라 수술하는 건가? 그런데 그렇지 않고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병은 얕봐서도 안되고 겁내지도 말라했다. 나는 얕보기도 했고 겁먹기도 했다. 어쨌든 알게 모르게 요 근래 이것저것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던 거 같다.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몸이 우선이다. 의욕도 좋지만 내 마음과 몸을 돌보면서 전진하기로 한다. 통증이 신호를 보내고 있던 거다. 따끔-무리하지 마.라고.
고생 많았어. 토닥토닥.
#통증 #금강한의원 #건강이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