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행복할 결심
인터뷰 매거진 ‘톱클래스’ 2024년 12월호에 (청춘을 위한 인생 수업)이 실렸다. 세계적인 시인이자, 소설가, 평화운동가인 ‘이께다 다이사쿠’ 작가가 청년들이 품은 고민에 대한 지침으로 용기와 위안을 주는 글이다. ‘톱클래스’의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시대의 지성 고 ‘이어령’ 선생님과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께다 작가님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선생님, 제가 이 잡지의 편집장을 맡게 되었습니다’라며 매거진을 드렸을 때 선생님이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이 바로 이케다 작가였다. 그러면서 ‘그분의 메시지도 매달 실리니 잡지가 품위가 있다’고 했다. 일본 문화론 ‘축소지향의 일본인’으로 지의 충격을 안겨준 ‘이어령’ 선생님은 이케다 작가가 전 세계적으로 점하는 위상과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께다 작가가 청년들에게 남긴 인생 메시지를 다시 들춰본다. 따스하면서도 확신에 찬 회장의 조언으로 용기와 위안을 얻게 된다”
내용은 ‘개성’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나의 자기다움’ ‘인간의 능력’ ‘일하는 인간으로서 중시하는 태도’ ‘사명감’ ‘참된 우정’ ‘청년’ ‘다정함’ ‘인간성’ ‘독서’ ‘청춘’ 등에 대해 다채롭고 풍부한 주제로 전개된다. 그중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확 들어온다.
다음은 매거진에 나오는 내용이다.
"청춘 시절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그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책을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작가는 청춘시절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면서 늘 책을 놓지 않았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첫째 책은 인생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생을 간접 체험하게 해 줍니다. 둘째 독서 경험이 쌓이면 악영향 가득한 세상에서 혼을 보호하는 보호막이 되어줍니다. 많은 위인에게 젊은 시절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 책은 자신을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벗이면서 스승이기도 합니다. 독서에는 인생의 꽃이 있고, 강이 있고, 분노가 있고, 크나큰 감정의 바다가 있고, 지성이라는 배가 있고, 끝없는 시정(詩精)의 바람이 있습니다. 꿈이 있고 드라마가 있고, 세계가 있습니다. "
독서를 통해 축적한 지식을 나와 세상을 위해 의미 있게 쓰려면 어떤 마인드를 품어야 합니까.
"지식에서 지혜로'라는 명제를 새기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시대가 혼란에 빠진 원인 중 하나는 지식과 지혜의 혼동에 있습니다. 배운 지식을 무엇에 쓰는가, 그것이 지혜입니다. 지혜가 없는 사람은 지식을 아무리 모아도 가치는 생기지 않습니다. 배운 지식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관념에 불과합니다. 그에 비해 지혜는 생활이고 살아가는 힘이고 꿋꿋함의 원천입니다. 지식만으로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지혜를 구비해야 승리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나도 청춘 시절 책을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했다. 문학을 좋아해 주로 시집이나 소설 에세이 등을 읽었다.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과학이나 경제 쪽 책은 가까이하지 않았다. 독서의 편식은 중년이 돼서도 이어지다가 몇 년 전부터 도서관이나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하면서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들을 반강제로라도 읽게 되면서 경제와 과학책에도 조금씩 도전하면서 관심이 커져갔다. 조금씩 세계관을 확장하던 중 요즘 유시민의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를 접하면서 확실하게 과학은 어려워서 기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필요한 산소와 같은 분야라는 걸 깨달았다. 교과서에서 이름만 듣던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를 읽으며 요즘 생각이 아주 많아졌다. 내가 살아오면서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며 후회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별거 아닌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알게 되니 어쩌면 별거 아닌 것을 도덕적으로만 몰고 가며 서로 오해하고 불편하고 갈등을 겪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에서 나오는 호르몬이 그렇게 시키고 유전자가 시키는 것들이 사실은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과 타인에게 연민이 생긴다.
그렇다고 그저 뇌와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사회는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생각보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모두가 나름대로 정의를 외치지만 이기적으로만 치달아 폭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칼 마르크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 역사가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띤다는 헤겔의 관점을 가져오되, 헤겔의 관념론과는 다르게 인간의 노동에 따른 생산 양식의 발전과 이로 인한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 사회로의 경향적 이해의 ‘유물론’을 주장했다. 공산당을 정립하고 인터내셔널 협회를 만들었다. 막상 그의 일생을 보면 노동자처럼 일한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 그런 그의 사상이 사회를 뒤엎고 권력을 쟁취하려는 사람들에게 확실한 명분을 제공하고 체제가 바뀌고 전쟁과 살육이 일어나는 시대로 나아가게 한 걸 보면 ‘사상’의 무서움과 중요함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책을 자신과 조직의 이익과 권력유지만을 위해 이용하려들면 이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찰스 다윈이 설한 ‘자연선택’과 ‘적자생존’ 이론을 독일의 히틀러와 나치는 유태인들을 학살하는 명분으로 써먹었다. 이후에도 자본주의에서 이득을 획득하고 유지하려고 하는 ‘우파’들은 이 이론을 앞세워 부의 차별은 당연한 논리라고 주장하고 있고 ‘좌파’들은 그들에게 무조건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다윈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꿈보다 해몽이란 생각까지 든다. 사피엔스 종인 인간은 나와 상대를 나누는 이분법적인 특징이 있다.
이께다 작가가 말씀한 대로 독서는 지식에서 지혜로 라는 명제가 중요하다. 책을 읽은 지식이 지혜가 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처넣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식만으로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 한국의 정치가들이 지식만 앞세워 하는 일을 봐도 알수가 있다. 나야말로 다방면의 책들을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눈도 침침한데... 지혜를 도출해 내는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건 독서를 통해 ‘함께 행복할 결심’을 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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