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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성장하는 아이들

by 쥬디

은지는 오늘도 밖에서 열심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느라 바쁘다. 고등학생인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을 수 있게 간식을 챙겨놓고 나왔다. 일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엄마, 전데요. 식탁 위에 간식 있는 거 먹어도 돼요?”

“....”

은지는 갑자기 화가 나려 한다. 당연히 먹어도 되는 걸 확인하는 아들이 답답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먹어도 되지. 먹으라고 해놓은 건데. 뭘 물어봐?”

퉁명스러운 말이 튀어나간다. 은지는 생각한다.

‘아 진짜 언제쯤 뭐든 부모에게 물어보거나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하려나.’

은지는 아들의 모습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밥을 차려 놓고 아들을 부른다. 꺼벙한 표정으로 나온 아들은 채식위주의 반찬을 보더니 ‘아휴~’하고 짧은 한숨을 내뱉는다.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으려 한다.

“오늘은 엄마가 바빠서 냉장고에 있는 걸로 반찬 한 거야. 내일 고기 사서 차려줄게”

힘들게 밥을 차리고도 아들의 반찬 투정까지 받아줘야 되는 상황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간신히 참는다.

‘네가 해 먹든가. 먹지 말던가’

라고하고 싶지만 참을 인자를 속으로 세 번 외친다. 사리가 나올지 모른다. 키만 185cm가 넘었지 정신은 아직 땅 위를 헤매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음날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만들어 식탁 가득 차린다. 아직 엄마로서 더 정성을 쏟아야 하는 때라고 생각을 정리한다. 더 귀여워하고 사랑을 쏟아붓고 때를 기다리자라고 다짐한다.



대학교 앞에서 자취를 시작한 아들은 유튜브에 반찬 만드는 법을 보고 따라 하고 밥을 지어 세끼를 알아서 해결한다. 자취방 옆 이마트가 있는데 저녁 9시가 되면 식품코너에서 세일하는 걸 알고 활용할 줄도 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끓여 곧잘 해 먹는다. 3학년 학기가 끝나도 집에 오지 않는다. 은지가 이유를 물으니

“기업에서 채용하는 인턴에 지원하려고요. 준비할 게 많아요.”

아들은 피자집 알바를 해서 자기 용돈을 벌며, 4학년 2학기 동안 다닐 기업 인턴 준비를 한다. 교수님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니 어떻게 준비해야는지 힌트를 주는 커리큘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이수를 받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철저히 준비한다. 집에 잠깐 다니러 와서도 자기 방에서 혼자 면접 연습을 한다. 아들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불리하다. 3학년 때 학과를 변경해 전기공학과는 사실 1년만 제대로 공부하고 인턴에 지원하는 셈이다. 부족한 학점은 계절학기로 보충하고 시험 때는 밤새 공부하며 겨우겨우 따라갔다. 교수님도 기업에서 3년 동안 공부한 학생을 우선으로 한다고 불리한 입장을 말한다. 그래도 아들은 포기하지 않고 준비한다. 은지는 엄마로서 뭘 도와줄까 하다가 면접 때 입을 양복을 선물한다. 롱다리에 늘씬하니 다크네이비 양복이 아주 잘 어울린다. 은지에게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고 가져온다. 거의 십여 장이나 되어 은지는 놀란다. 읽어보며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오고 있었구나 두 번 놀란다. 글솜씨에 세 번 놀란다. 읽다가 마치 아들이 그 기업을 위해 존재하겠다는 사람인양 써놓는 부분을 발견한다. 아들이 주체이지 기업이 주체가 아니라고 수정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준다. 1차에 십여 군데 넣은 곳 중에 가고 싶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고 뛸 듯이 좋아한다. 두근두근 면접장을 들어가니 7명이나 되는 임원진이 아들을 맞는다. 삼십 분 동안 준비하고 연습했던 내용을 열심히 말한다.


“엄마, 면접 이제 끝났어요. 잘 본 거 같아요. 느낌 좋은데요?”

“어머 우리 아들 수고했어. 얼마나 긴장했을까. 얼른 가서 좀 쉬어”

긴장을 뚫고 해냈다는 설렘 가득한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며칠 후


“엄마, 나 떨어졌어요.”

낙담하는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아이고 그렇구나. 속상하겠네. 어쩌냐”

아들은 하루 실망하고 다시 준비한다. 며칠 후

“엄마 이번에 면접 본 곳은 합격했어요.”

뛸 듯이 기뻐하며 아들이 전화한다. 은지는 마음껏 축하를 하고 주변에 자랑한다. 아들이 집에 온다. 얼굴은 마치 개선장군의 모습이다.

“하하하 제가 해냈네요”

“그래 멋지다. 우리 아들. 이제 집에 며칠 있을 거지?”

“아니요. 하나 더 남았어요”

“뭔데?”

“1학기 동안 용돈벌 알바자리 구하기요. 피자일은 너무 힘들어서 공부랑 병행하기 쉽지 않아요. 학교 내 근로, 도서관 알바 신청해서 내일 면접 보러 가요”

쉽지 않은 걸 하고 있었던 아들이 짠하다. 아들은 밤늦게 까지 도서관에 관련된 책을 읽고 외우고 철저히 준비한다.


다음날 면접보고 전화가 왔는데 지원자가 엄청 많아 경쟁률이 이십 대 일이 넘을 거라 한다. 우수학점이 유리하고 면접도 중요하단다.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며칠 후 궁금해 문자 하니 ‘아직 연락 없어요, 내가 먼저 연락해 볼까요?’ 한다. 그러라고 하고 몇 분 후.


“엄마”

저음의 목소리다. 떨어졌나? 살짝 감이 온다.

“뭐 하세요?”

“글 쓰고 있었지. 연락은 해봤어?”

“네... 제가...”

뜸 들인다.



“저 합격했어요. 와! 이게 된다고?”

놀라고 흥분한 목소리다. 전화기를 넘어 모자간의 기쁨과 환호가 터져 나온다.

“와 너무 좋다. 기쁘다. 수고했어”

아들은 들뜬 목소리로 있었던 일을 말한다. 기업 인턴을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과 차별점이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면접 때 그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력이 많습니다’라는 통상적인 말 말고 이 분야에 대한 확고한 지식을 이야기하며 나를 어필해야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걸 배워 관련분야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일할 때 활용할 지식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자 면접관이 칭찬을 했고 그게 자신이 다른 친구들을 제치고 합격한 포인트였다고 한다.

은지는 기쁘다. 아들이 단순히 인턴과 도서관알바를 합격해서 라기보다 이렇게 성장한 게 기쁘다. 늘 어린애처럼 투정이나 하고 바라고 물어보고 하던 아들이 알아서 척척 세상을 살아가고 부딪히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기쁘다.

반전이 일어났다. 앞으로 계속 넘어야 할 산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들이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더 성장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때가 왔다. 엄마에게 필요한 건 풍부한 사랑과 인내였다.



인간은 자기 혼자서는 태어나지 못한다.

또 절대 혼자서는 제 몫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가족 속에 태어나고 가족 속에서 자라

이윽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성장한다.

부부도, 부모와 자녀도, 형제자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법칙으로 맺어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마음의 유대가 바로

진정한 가족의 결정(結晶) 임이

틀림없다.


여성에게 드리는 글 365일

-이께다 다이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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