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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지리이야기'를 읽고

책쇼 챌린지 2

by 쥬디

지난 금요일 ‘인문학향기충전소’에서 채코작가님의 미니강연이 있었다. 책 제목은 ‘문학 속의 지리이야기’ (조지욱 지음. 사계절출판사)이다. 채코작가님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1장 안에 있는 꼭지 글 중 이청준의 ‘매잡이’에 관련해 50대를 위로하는 내용과 인간스캐너를 써서 한 작가님의 스토리를 리얼하게 엮어내어 강연했다. 유머와 따스함이 느껴지는 강연이었다. 학창 시절 ‘지리’하면 그저 세계나 우리나라 지역과 지명, 특색을 외우는 정도로만 이해해서 흥미 있는 과목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아주 흥미로운 과목을 교과시스템이나 교사들이 입체적이지 않고 그저 종이 위에 글자라고만 생각하게 가르쳐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지리에 문학을 끌여들였다. 문학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 아무리 초현실주의 문학작품이어도 반드시 배경이 들어간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시대적 배경뿐 아니라 공간적 배경이 들어가는데 공간적 배경이 지리에 해당한다. 그가 어느 지역에 사는지의 지형, 기후 등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읽다 보니 문학작품들의 스토리가 공간의 영향을 받거나 더 나아가서는 그 공간이어서 스토리가 이루어진 경우도 허다한 걸 알게된다. 이런 시각으로 지리를 접하니 재밌고 참신하다.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가 소개되어 있는데, 어릴 적 너무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걸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CG도 없던 1950년대 잠수함을 만들어 실제 바다를 누비고 군함과 전투를 벌이고 거대 괴물오징어와 싸우는 모든 장면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1866년 해양학자 아로낙스 박사는 정체불명의 바다괴물을 없애기 위한 임무를 맡아 미국 군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초대되어 조사하다가 괴물은 다름 아닌 ‘노틸러스’란 이름의 잠수함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잠수함과 싸우다 선장인 네모의 포로가 되어 노틸러스호에 갇혀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등을 다니며 여행을 한다. 잠수함 내부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총동원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네모 선장은 뛰어난 과학기술을 다른 사람과 문명을 파괴하는 데 사용하는 국가와 사회시스템에 진저리가 나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을 총동원해 잠수함을 만들어 바다를 누비며 그들에게 저항하고 공격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해저에 있는 보물을 꺼내 어려움에 처한 육지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아로낙스 박사는 네모선장이 가진 뛰어난 기술력을 아까워한다. 결국 네모선장은 싸우다 공격을 받고 아로낙스일행은 빠져나왔지만 네모선장과 일행은 눈부신 기술력을 갖춘 잠수함과 운명을 같이 한다.



이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바다 속이다. 작가는 그저 바다에서 이랬다 저렀다는 말만 할 수 없다. 대서양과 태평양등 모든 바다, 하와이제도, 피지제도 등 섬의 지형과 특색을 알아야 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다. 각 나라의 영해라는 것을 분명하게 정한 것도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1970년대부터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했고 법에 의하면 연안국은 어업 자원 및 해저 광물 자원, 해수 풍수를 이용한 에너지생산권 등을 갖는다. 노틸러스호가 마음대로 바다를 다니며 자원을 캐는 것은 오늘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한다.


문학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배경과 풍경이 되어주는 지리의 힘과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인간의 생활공간은 기후와 지형 같은 자연환경과 정치적, 경제적 판단과 같은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다. 그것이 개인에게는 인생이 되고, 민족이나 국가에는 역사가 된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현재의 내 역사적 배경인 셈이다. 어릴 적을 생각하면 먼저 나를 둘러싼 풍경이 떠오른다. 나란 인물만 덩그러니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집을 둘러싼 산과 들과 과수원 그리고 사방으로 이어진 길들 교통수단등 그 배경으로 삶이 이어졌다. 지리는 학문이 아니고 그저 내가 서 있는 배경이고 풍경이었다. 비단 문학뿐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늘 펼쳐져 있고 둘러싸고 있는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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