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서 뿜어져나오는
얼굴에는 빛이 있다. 엊그제 회관에서 진행하는 플리마켓에서 나는 보석십자수와 레고 판매 담당을 맡았다. 본의 아니게 물건을 구경하며 사러 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게 되었다. 일부러 관찰한 게 아니라 직관적으로 보고 느끼게 됐다. 보면서 놀란 게 있다. 아이들이나 청년들은 대부분 밝은 얼굴이다. 무심코 물건을 바라보는 중년의 얼굴 중에 유난히 어두운 모습을 발견했다. 그 얼굴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칙칙한 걸 숨길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온몸에서 마치 흙기운이 스멀스멀 나오는 거 같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한다.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길래 얼굴이 저리 어두운가?’ 살짝 무섭기까지 하다. 화장한 거와 관계없다. 몸도 뭔가 경직되어 있다. 가까이 가게 되지 않는다. 물건을 계산하고 나갈 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면서 아주 살짝 미소 짓는다. 억지로 자아낸 미소는 금세 사라진다. 애처롭기까지 하다. 중년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풍파를 만났을 것이다. 세상의 여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견디고 버틴 세월이 오죽했으랴. 밝고 호기심 많은 얼굴은 사람에 치이면서 점점 불신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수심가 득한 얼굴로 변해갔으리라.
가끔 집에서 무심코 거울을 본 내 얼굴은 중력으로 눈도 입꼬리도 볼도 아래로 처진 게 느껴진다. 억지로 웃어본다. 입꼬리도 눈도 순간 올라간다. 주름은 지지만 그래도 보기 좋다. 노력하면 조금은 표정이 밝아질 수 있음이 느껴진다. 어쩌면 얼굴표정은 노력하면 좋아질 수는 있다. 그런데 얼굴 아래 숨어있는 저 내면, 생명에서 나오는 빛은 속이기 어렵다. 그날 내가 느낀 건 어두운 얼굴 아래 생명에서 나오는 빛이었던 거 같다. 마음의 빛. 이건 미소 짓기 연습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얼마전 어느 모임에 갔는데 어린애가 '아파트 아파트' 하는 노래를 중얼거리길래 뭔가 했는데 아이돌 블랙핑크 멤버중 로제와 팝가수 브루노막스가 함께 불러 전세계 대히트 친 노래란걸 이제서야 알게됐다. 유튜브를 보고 흥겨운 멜로디뿐 아니라 두 아티스트의 밝고 톡톡 튀고 에너지 넘치는 뮤직비디오가 완전히 마음을 사로 잡는다. 조회수가 11억이다. 세상에! 4개월정도 됐다고 나온다. 전체적인 색깔도 리듬도 모션도 표정도 해맑음이다. 물론 연출이긴 하겠지만 보는 사람이 완전 빠져든다. 보고 또 보게된다. 조회수가 이렇게 많은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뮤비를 보며 밝은 에너지를 받고 싶다는 반증이 아닐까. 볼수록 행복해진다.
올바른 철학으로 매일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도와주고 성찰하고 세상의 풍파에 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늘 배우고 향상하는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80넘은 어르신이 친구와 같이 오셔서 한 바퀴 휘 둘러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 그분의 살아온 세월의 모진 사연을 들어 놀란적이 있다. 겪어온 사연을 넘어선 주름진 얼굴에서 은은한 빛이 나온다. 주변으로 밝은 기운이 퍼지는 듯하다. 즐거워 보인다. 그분은 지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밝음에서 느껴진다. ‘이 정도쯤’ 하는 마음의 크기가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다가가서 아는 체를 한다.
중년부터 내 얼굴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듯, 달맞이꽃이 달을 바라보며 피듯 내 마음을 밝음에 자꾸 노출시키고 싶다. 밝음이 켭켭이 쌓여 자연스레 얼굴밖으로 뿜어져 나오게 하고 싶다.
나이가 아니다.
환경도 아니다.
마음이다.
인생은 마음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최고로 빛날 수 있다.
여성에게 드리는 글 365일
-이께다 다이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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