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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다이아몬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

by 쥬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

(감독)

에드워드 즈윅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코넬리

디몬 하운스


영화는 판타지라고 해도 현실과의 갭 차이가 많이 나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에 놓일 때가 있다. 영화를 보는 순간 일상에서 고민하던 일들이 작은 먼지처럼 느껴지며 이렇게 평온한 나날에 안심하게 되기도 한다. 영화를 본 후에는 복잡한 인간의 감정과 욕망과 이기주의로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에 마음이 후들후들해진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로 고민하던 나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갔다.


겨울과 봄의 경계인 요즘 미세먼지 범벅의 세상에서 외출하고 돌아오면 창문을 열고 겉옷을 터는데, 먼지 속에 먼지를 털고 있어서 먼지가 털리는 게 아니라 더 붙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환경의 심각성에 ‘에휴’하던 생각이 영화를 보며 작은 고민으로 변해버렸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말 그대로 ‘피의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약혼이나 결혼할 때 사랑의 증표로 몇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을 주고 사서 선물하는 비싼 보석이다. 보석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고가인 다이아몬드가 사실은 돈의 욕망으로 치달아 피를 묻히고 탄생했다는 불편한 진실을 밝히고 있다. -물론 전 세계 다이아몬드가 모두 이렇게 유통되는 건 절대 아니다.- 영화는 1999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이 다이아몬드 지역 지배를 두고 벌어지는 걸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반군과 정부군이 내전을 치르는데 잔인함에 치가 떨린다. 반군이 평화로운 마을을 들이닥쳐 닥치는 대로 사람을 쏴 죽이고 불을 지르고 어린 소년들을 잡아간다. 어부 ‘솔로몬’도 잡혀가고 아내와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반군은 잡아간 사람들을 겁주려고 잔인하게 팔을 자른다. 이런 무시무시한 일은 예전에 벨기에 사람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려고 자행해 왔던 일을 따라 하는 거라고 한다. 다이아몬드를 캐는 강제노역을 하던 솔로몬은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해 몰래 숨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밀수거래를 하던 용병 ‘아처’는 솔로몬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폭력이 난무하는 아프리카를 뜰 기회는 그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는 거라 믿고 솔로몬에게 접근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다이아몬드를 차지하려고 서로를 죽고 죽이는 잔인한 짓을 벌인다.


시에라리온에서 폭리를 취하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부패를 폭로하면서 분쟁 다이아몬드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이상주의적 기자 매디 보웬을 만난다. 아처와 솔로몬과 매디는 죽음을 무릅쓰고 반란 세력의 영토를 통과한다. 세 사람의 머릿속 생각은 다르다. 아처는 아프리카를 뜨기 위해 다이아몬드가 필요하고, 매디는 진실을 위해, 솔로몬은 잡혀간 아들을 찾기 위해. 한편 잡혀 간 솔로몬의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나는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데 아프리카에는 20만 명의 소년병사가 있다고 한다. 잡힌 소년병들은 매일 총과 칼 쓰는 법을 배우고 부모를 버리고 투사로서 살아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교육을 받는다. 각성제를 투여시키고 담배에 술까지 먹이고 더러운 환경에서 살인하는 법을 가르치고 직접 마을로 데려가 실습을 시킨다. 처음에 아이들은 겁에 덜덜 떨다가 차츰 대담해지고 여린 생명은 너무 빨리, 쉽게 악에 물들어간다.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후에는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즐긴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유연한 춤사위가 악마의 춤으로 바뀌어 연출된다.


소년병사들이 청년이 되면서 굳어진 생각으로 세상을 총으로 지배하게 되고 아프리카 내전은 그렇게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중간중간 아프리카 자연의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풍광이 비참한 현실과 비교되면서 더 처절한 모습으로 비친다. 마지막 장면으로 돈의 욕망에 휩싸였던 아처가 결국 총에 맞아 아프리카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욕망의 덧없음을 깨닫고 사랑하게 된 매디에게 전화를 건다.


“이런, 눈앞의 풍경이 기 막힐 정도로 아름답네요”


태곳적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을 죽음 앞에서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2003년 1월 40개국이 분쟁 지역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방지하는 ‘킴벌리 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불법적인 시장이 아직도 존재한다. 이를 막는 건 결국 다이아몬드를 찾는 소비자에 달려있다고 한다.



아처 역을 맡은 매력적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눈부시다.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마을에서 바주카포가 날아다니고 비참한 내전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온다. 광활한 난민촌도 보이고 매일 끝도 없이 이산가족이 만들어진다. 보는 내내 충격적이라는 말 외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을 정도다. 과연 이 분쟁이 그칠 수는 있을까. 좌절하게 된다.


인간의 욕망은 죽음보다 강하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죽이는 것쯤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무서운 일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추악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와 불편하다. 이성이 사라지고 욕망이 번득이는 세상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비단 아프리카 사람들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으로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다. 유럽이나 미국이 아프리카에 침입해 제국주의를 앞세워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고 아프리카 자원을 강탈하고 나중에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정부와 반군에 무기를 팔아 대치 상황을 조장하기도 했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사상과 주의가 다르다는 명분을 내세워 경제적 이권을 점유하려고 피의 유전을 반복해 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결과에 책임이 있는 유럽과 미국에는 불행에 우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국제사회에 참상을 고발하기도 하고,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알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습을 보면 단순히 국가 차원으로 논할 게 아니라 인간 차원에서 말해야 할 거 같다. 욕망을 제어하고 내가 소중하듯이 타인도 소중하다는 사상이 단순하지만 진리라고 생각한다. 사피엔스의 특징인 나와 타인을 구별하려는 마음을 극복하지 않으면 전쟁은 그치기 어렵다. 사상과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인식하게 되는 영화이다.


“현재 사회의 분열을 극복하고 사람들이 공화와 공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성과 정신의 힘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아프리카 케냐 작가 -헨리 인당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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