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반 고흐 밀밭과 구름 낀 하늘(영화)

고흐와 헬렌

by 쥬디

예술영화와 다큐영화를 하는 ‘영화공간 주안’ 프로그램을 검색하다가 얼마 전부터 관심이 가던 한 일본 영화를 보러 갔다. 이십 분 정도 시간이 있어 식당에 들러 육개장을 시켰는데 양도 많고 뜨겁고 맛도 있어 빨리 먹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5시까지 갈 수 없어 고민하다 천천히 먹고 다른 영화를 검색하다가 ‘반 고흐’ 다큐영화가 눈에 띄었다. 이거라도 봐야지 싶었는데, 보고 나서는 아련하고 뜨거운 눈물이 핑 돌며, 뜨거웠던 육개장에게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영화관에서는 7월부터 10월까지 개관 18주년 기념으로 주중에는 천 원, 금요일과 주말은 삼천 원으로 우수한 영화를 거의 공짜로 볼 수 있는 행사 중이라 깜짝 놀랐다. 세상에 천 원으로 위대한 화가 ‘반 고흐’ 다큐영화를 감상하다니 황송하기 그지없다. 10월까지 자주 가야겠다. 찾아보면 인문학적 지식과 지혜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곳들이 차고 넘친다. 새로운 동네를 찾아 탐방하는 재미는 덤이다.

KakaoTalk_20250813_091321431.jpg 밀밭과 구름 낀 하늘


‘반 고흐, 밀밭과 구름 낀 하늘’ 다큐영화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네덜란드 오테를로에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을 설립한 반 고흐 그림의 최대 컬렉터인 ‘헬렌 크뢸러 뮐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다큐멘터리다. 헬렌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결혼 후에는 더욱 막대한 재산을 가지게 된 부호였다. 문학과 철학을 사랑하던 그녀는 반 고흐가 죽고 20년 후 그를 알게 되면서 그의 작품에 매료되어 하나둘씩 작품을 사 모으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고흐의 편지와 인생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하고 그의 인생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고, 고흐처럼 평생 동안 우인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자신이 추앙하는 사람을 이해하려면 같은 장소에도 가보고, 행동도 따라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기한 것은 헬렌이 고흐를 사모하고 따라 한 것처럼 한 젊은 여성 작가도 헬렌을 따라 그녀가 있던 장소를 가보고 연구해 헬렌의 전기를 썼다고 한다. 위대한 사람의 혼은 결코 단절되지 않고 명맥을 이어간다.

KakaoTalk_20250813_085214880_03.jpg

고흐의 작품을 수집하던 중 어느 날 병에 걸린 헬렌은 요양차 이탈리아 피렌체로 여행을 가는데, 그곳의 세계적인 미술관과 건축물을 보고 감탄하며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서라도 이렇게 멋진 고흐의 미술관을 꼭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라면 100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흐의 명화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진척되던 중 그녀는 난관에 부딪힌다. 남편이 잘못 투자해 거대한 공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간신히 네덜란드 정부와 타협해 그림도 미술관도 나라에서 수용하고 관리하는 형식으로 해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을 완성해 다른 화가들과 조각가의 작품을 포함해 반 고흐 그림 40편과 85편의 드로잉을 드디어 전시하게 된다.(드로잉은 빛에 약해 지금은 전시를 안하고 있다고 한다.) 꿈을 이뤘다. 미술관의 부지는 헬렌의 소유이고 아름다운 숲 속에 건축물은 자연주의적으로 지었다. 헬렌은 미술관을 개관하고 겨우 1년을 더 살고 죽음을 맞았다. 고흐도 헬렌도 업적에 비해 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들의 위대함은 세월이 갈수록 빛을 더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KakaoTalk_20250813_085214880_05.jpg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쥬디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저는 매일 글쓰기를 해서 브런치에 올리고 있습니다. 읽고 쓰고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세계시민을 지향하는 인문학 작가가 되기위해 도전하는 사람 입니다

11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개의 혜택 콘텐츠
작가의 이전글전쟁의 사상자들 (Casualties of W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