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어머니

한꺼번에 찾아온

by 쥬디

체온을 올려주는 가정용 의료기계를 1년 전 구매해 이용하면서 1년 가까이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었다. 조금 무리한 날도 이 기계를 쓰면 감기가 오려다가 금방 괜찮아져서 신통방통하다고 생각했다. 이 기계만 있으면 지긋지긋한 감기는 이제 이별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세상에 완벽한 게 있을까? 과부하의 선을 넘기 어려웠나 보다. 딱 1년 만에 제대로 직격탄을 맞아버렸다. 최근에 무리를 했다. 여기저기 다니고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서 다녀오고 아버님 반찬 해가고 계속 신경 쓰고 해서인지 부들부들 오한이 나고 목에 날카로운 면도날이 돋은 마냥 따가운 통증이 밀려오고 머리가 띵했다. 오랜만의 느낌이라 더 싫고 강렬히 다가왔다. 말을 하려 하면 기침이 나와 말하는 게 무섭다. 기침 한번 하면 상체가 흔들리고 체력이 팍팍 빠져나가는 거 같다. 이와 동시에 어머니가 폐렴과 폐부종 증세로 입원했다가 퇴원했는데 이틀 만에 다시 나빠져 응급실로 가셨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달려가니 아버님과 남편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대기실에 앉아있다. 잠시 후 아가씨가 응급실에서 나오더니 흐느끼면서 폐 상태가 더 안 좋아져 기관 내 삽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가 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때 하는 1차 조치다. 기관 내 삽관하면 말이 어려워지니 어머니한테 두 사람씩 잘 이겨내시라고 말하러 교대로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가니 좁은 침대에 엄청 큰 쇠로 된 산소통이 놓여있고 가느다란 호스의 호흡기를 하고 있는 어머니가 앉아있다. 순간 머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꿈꾸는 듯한 몽롱한 눈빛이다. 겁을 내고 있는 거 같다. 간호사들이 잔뜩 붙어서 빨리 기관 내 삽관하려는 준비로 분주히 움직이고 아가씨는 당황해 어쩔 줄 모르면서 무어라 어머니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어머니가 손을 잡을 듯한 제스처를 취하길래 마스크는 했지만 감기도 잔뜩 걸려 선뜻 잡으면 안 될 거 같아 ‘제 손이 차요’라고 말하며 잡지 않고 등만 쓰다듬으며 ‘어머니 잘 견디셔야 해요’라는 말만 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그냥 잡아드릴 거 그랬나 후회가 된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하는 불안한 예감이 엄습한다. 이내 중증 환자들이 쓰는 산소호흡기를 코와 입에 씌우고 보호자는 나가라고 간호사가 말해 밖으로 나오는데 가족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어머니는 서울 보라매 병원에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기관 내 삽관한 상태로 다른 병원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다행히 아가씨 시댁 쪽에 의사가 있어 그 병원으로 가셨다. 순간 삶은 정말 유한하다는 생각이 현실로 다가온다. 영원한 건 없는데 우리는 뭐든 영원할 거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감기로 인해 머리가 무거운데 어머니 생각까지 무게가 더해져 온다. 간밤에 얕은 잠을 자서 낮에 잠을 청해 본다. 식은땀이 난다. 그만 일어나야 할 거 같은데 안 일어나 진다. 기침이 한번 나면 머리가 흔들린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눈물이 난다. 지금 해야 할 일이 산적한데 이러고 있다니 갑갑하다. 내일부터 활동 개시. 오히려 몸을 움직여야 기분이 개운해진다. 환기가 필요하다. 한 바퀴 돌고 와야겠다.


#소생 #쾌차 #감기 #폐부종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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