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쥬디 Apr 12. 2024

종이접기 박사님

종이로 자기의 세상을 만들다.

   

버미는 종이접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색종이로 토끼를 접어서 나에게 보여줬다. 나는 서점에서 몇 권의 종이접기 책을 사다 주었다. 그러자 거기 나오는 작품 하나하나를 따라 섬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3학년이 되어 종이접기 방과 후를 신청하더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학교에서 배우는 학습의 진도는 따라가지 못했고 나머지 공부까지 하는 상황이었지만 종이 접기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색종이가 필요해지면서 우리는 주말이 되면 대형 문구점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재료를 한 보따리씩 사 들고 왔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종이접기 방과 후에서 기발하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가져올 때마다 나는 놀라운 리엑션을 보이며 듬뿍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티브이 옆 장식장에 진열하거나 거실 장 위에 

올려놓고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엄마. 오늘은 이런 걸 만들었어요”

 버미의 의기양양한 얼굴과 작품은 함께 했다. 한 번은 종이접기 방과 후 부모 참여 수업이 있어 학교를 찾아갔다. 버미는 싱글벙글 웃으며 방과 후 선생님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만들었다. 나도 맞은편에 앉아서 거들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아이가 웃으며 평온한 모습으로 즐기고 있던 모습만은 선명하다. 


아이는 그렇게 6학년 1학기까지 3년을 더 다녀 종이접기 1, 2 ,3급과 청소년 사범 자격증까지 어린이가 딸 수 있는 자격증은 전부 따냈다. 청소년 사범 자격증은 나중에 크면 성인 자격증으로 바꿀 수 있고 실제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었다. 버미는 자격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거대한 스티로폼에 초록색 큰 색지를 붙이고 노란 병아리들과 울타리를 만들고 예쁜 꽃들과 풀을 만들어 완성하고는 작은 손으로 한 아름 들고 학교에 갔다. 그러자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고 한다. 다녀온 이야기를 들떠서 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내가 잊을 수 없는 일은 아파트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붙이고, 번개를 콩으로 나타내고, 집에 굴러다니는 작은 아이스크림 장난감을 나무 열매로 표현하고, 자동차도 입체적으로 만들어 붙이고, 레고 피겨로 작은 인형을 장식한 작품을 만들었을 때다. 나의 카톡 프로필 첫 번째 사진이 되었다. 놀라움과 감탄의 작품이었다.

방과 후 선생님의 아이에 대한 학습 평가란의 글은 감동이었다.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나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빛나는 미래가 기대됩니다’ 

지금도 그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아이는 선생님에게 얼마나 많은 격려를 받았을까?

더 배우고 싶어 했는데 학교에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며 하산하라고 했다. 아이가 만든 수많은 작품들을 버리는 게 아까워 큰 종이 박스에 모아놨다가 이사하면서 정리한 기억이 난다.      


종이접기를 통해 아이는 세상의 수많은 사물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 창조했다. 

아이만이 갈 수 있었던 로망 가득한 세상이었으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