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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Apr 13. 2024

2 케이넥스 레고 박사님

버미는 방과 후 수업을 좋아해

 

버미는 방과 후 수업과 함께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정규 수업이 아니고 방과 후라는 게 조금 이상하지만, 산만하고 생각이나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았던 버미는 방과 후 수업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요즘에는 3학년만 되어도 학원으로 아이들을 다 세팅한다는 말을 들었다.     


 4학년 때 종이 접기와 또 한 가지 했던 게 ‘케이넥스 레고’이다. 플라스틱으로 되어 긴 젓가락모양, 톱니모양등 여러 가지로 구성되어 작품을 만드는 레고의 한 종류이다. 버미는 누구보다 빨리 생각하고 만들었다. 공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공룡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어느 날 방과 후 교사에게 문자가 왔다. 경기도 김포 실내 체육관에서 ‘서울경기 레고 창의성 발명대회’가 있는데 버미도 나가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아이는 나가고 싶어 했다. 미리 무엇을 만들지 생각해 오라 했다. 우리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가기로 했다. 갈아타는 역에서 내가 화장실 다녀올 테니 잠깐 그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들어갔다 나오는데 버미가 없었다.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아 이리저리 찾았다. 아직 버미가 휴대폰이 없던 때이다. 놀란 가슴으로 여기저기 찾아보는데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 나야”

“너, 너 어딨어? 어떻게 전화했어?”

“수신자 부담 공중전화로 걸었지”


나는 얼른 뛰어가 꼭 껴안았다. 머리 회전이 빠른 거에 놀랐다.      

대회장에 들어가니 큰 체육관에 초등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뉘어 세로로 몇 줄에 걸쳐 바닥에 앉아서 만들게끔 해놓았다. 인산인해였다. 아이들이 만드는 동안 부모들은 밖이나 체육관 위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었다. 버미는 아홉 개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닿아 어떤 걸 돌려도 다 회전하게끔 되는 종합풍차를 만들었다. 어떻게 이걸 생각했을까 싶다. 한참 심사까지 마치고 우리는 기분 좋게 나와 맛있게 점심을 먹고 귀가했다. 해냈다는 기쁨의 웃음이 가득했다. 며칠 후 방과 후 교사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어머님. 버미가 서울 경기 레고 창의성 발명대회에서 1등을 했어요”

우린 환호를 지르며 좋아했다. 주변에 자랑을 했다. 그러나 레고에 관심이 없는 건지 공부랑 관련된 게 아니어서 그런지 다들 반응이 시큰둥했다. 상장도 한참이나 지난 후에 학교로 도착했는데 담임은 영혼 없이 버미에게 상장을 전달해 주었다.      

씁쓸했다. 창의력을 가진 아이의 가능성보다는 그저 학교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더 중요한 교육방침은 변함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방과 후 수업 예찬론자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방과 후 수업의 수혜를 톡톡히 보았고 자신의 창의력을 그곳에서 더 많이 펼쳤기에 그 을 안다. 그리고 여전히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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