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천을 거닐다.
홍천의 공기가 좋긴 해도 한번 옷에 배인 냄새는 어쩌지 못했다. 방 안의 냄새가 입고 잔 옷뿐 아니라 걸어놓은 옷에도 배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셀프빨래방으로 가서 대부분의 옷을 세탁하고 건조했다. 편리한 세상이다. 재킷까지 빨아야 해서 차 안에 있던 남편 점퍼를 잠깐 입었다. 그거라도 안 입으면 차가운 기온에 감기 걸릴 수 있는 날씨였다.
면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서 춘천 시립도서관을 가보기로 했다. 춘천은 도시가 아담하고 크지 않아서 조금만 이동하면 바로 목적지가 나온다. 오르막길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니 아주 넓고 탁 트인 도서관 주차장과 크고 멋지게 지어진 건물이 나왔다. 시설이 부러운 도서관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책을 보고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어쩌다 춘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첫날의 심정을 쓰다 보니 울컥했다. 하루 15분을 만나기 위해 23시간 45분을 춘천에서 보내고 있다. 일요일의 병원 앞은 한산했다. 병원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3층 중환자실 복도만큼은 초조한 표정의 환자 가족들이 가득 대기하고 있었다.
남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쪽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갑갑할까. 아직 뇌척수액을 빼고 있어 침대에서 내려올 수도 없다. 변비도 생긴 거 같다. 다행히 좋아지고 있어 나와 남편은 내일이라도 일반병실로 갈 수 있을 거라 서로 말했다.
그러고 있는데 건너편 침상에서 난리가 났다. 중년의 여자 환자가 갑갑해선지 무슨 이유인지 소란을 피우고 몸에 꽂고 잇는 호스를 빼려고 발버둥 쳤다. 간호사는 기겁을 하며 ‘왜 이러세요. 진정하세요. 인공호흡기 빠져요.’하며 큰소리를 질렀다. 소란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얼마나 나가고 싶을까. 남편에게 어젯밤 숙소 이야기를 하자 한 군데 괜찮은 곳을 정해서 쭉 있으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15분에서 1분만 지나도 간호사들이 나가라고 한다. 늘 쫓아내는 느낌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왔다. 제대로 밥을 먹어야겠다 싶어 설렁탕 전문점 ‘감미옥’으로 차를 몰았다. 인산인해다. 마침 한쪽 구석에 두 테이블이 비어 거기로 가 앉으니 주인은 몇 명이냐 묻는다. 혼자라 하니 마침 비슷하게 들어온 네 명의 사람을 안쪽으로 앉히고 나 혼자 문바로 옆테이블에 앉으란다. 이런, 사람을 차별하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그냥 앉기로 한다. 구수하고 영양가 있는 설렁탕을 먹으니 기운이 돋는다.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 있는 전형적인 가을날씨였다. 둘째 날 묵었던 깨끗한 숙소를 예매하고 주변을 산책했다. 약사천이라고 공원과 하천이 조성이 돼있는데 물고기가 살 정도로 아주 깨끗한 물이 흐른다. 깨끗한 도시를 만드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로 오랜만에 운동도 했다. 노란 은행잎들과 빨간 벚나무잎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흔들린다. 갈대도 수북하다. 어젯밤과는 다르게 금방이라도 남편이 퇴원해서 집으로 갈 거 같은 기대가 부풀었다. 그러나 늘 기대는 기대로 지나갈 수도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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