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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Nov 27. 2024

'원펀치'를 읽고

지지 않는 청춘

'원펀치'를 읽는 동안 할리우드 영화 ‘록키’의 주제가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한계로 몰아붙여 땀으로 흥건해진 냄새가 글을 통해 풍겨 나오고, 상대를 노려보며 승리를 거머쥐려 돌진하는 김황길 선수의 눈빛이 아른거렸다.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의 천재가 주인공인 한 편의 청춘 드라마를 본 거 같다. 주인공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스승도 영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 같다. 엄격하면서도 제자에 대한 사랑이 넘치며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승. 거침없이 욕도 요소요소마다 한방 날려준다.  한 꼭지마다 전개되는 경기에서 결과가 어찌 될자기 마음을 졸이며 읽었다. 져서 분한 마음으로 괴로움에 발버둥 치면 같이 안타까웠고, 이겨서 하늘로 치솟는 기분일 때는 함께 기쁨에 환호를 질렀다. 김황길 선수는 ‘터미네이터’이다. 절대 패하지 않고 죽지 않는 터미네이터처럼 경기에서, 인생에서 매 순간 저돌적으로 직진했다.     



 젊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싱그러운가. 그 젊음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인생의 과제에서 지지 않고 이기는 힘을 단련시킨다면 얼마나 큰 재산이 될까. 그리고 젊음은 순수함이다. 세상에 때 묻지 않고 그저 묵묵히 요행을 바라지 않고 노력을 믿고 남들이 연습하는 거에 몇 배 더 힘을 쏟는 순수함을 보여줬다. 요즘 청년들 중에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 부모에게 기대는 사람도 있다. 뭔가 하는 일이 잘 안 되면 금수저 흙수저 운운하며 탓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물론 청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노력이 충만했는지 부족했는지를 새겨보게 된다. 얼마큼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봤는지, 한계를 넘어볼 정도의 기개와 힘을 내봤는지 생각하게 한다. 권투를 시작한 지 1년 2개월 만에 한국 챔피언이 되고 2년 5개월 만에 아시아 타이틀을 거머쥘 정도면 어느 정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할까. 그는 계산하지 않았다. 잽을 천 번 연습하라고 하면 2천 번을 치는 것. 그는 그렇게 훈련한 것뿐이다.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택한 길에서 미친 듯이, 아니 남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몰입해봐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하기 쉽지 않다. 여러 가지 핑계와 이유가 생긴다. 정당화하기 바쁘다. 그래서 결국 쉬운 길을 택하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별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김황길 작가는 최고의 선수가 되는 길은 운동하고 또 운동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나는 작가로서의 길을 택했다. 그럼 답은 하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써 가는 것뿐이다. 엊그제 ‘토지’의 작가 박경리문학공원을 가서 작가의 이력을 보니 토지를 완성하기까지 25년이 걸렸다고 한다. 쓰고 또 쓰고 오로지 썼던 것이다. 자신과의 외롭고도 장절한 싸움을 했다.      


김황길 작가의 빛나는 투쟁의 역사가 쓰이는 속에 간간이 재밌고 청년다운 유머도 곳곳에서 번뜩인다. 그 유머도 깊은 의미로 연결되어 감동을 준다. 철인 3종경기에 도전하면서 한강에서 수영을 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은퇴하기 전에는 감량을 위해 옷을 겹겹이 입고 한강변을 뛰면서 한강에 빠져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실제로 한강에 빠져 죽을 지경이었다. 이제 반대로 한강에서 빠져나가 살고 싶었다. 그래서 멈추지 않고 헤엄을 쳤다. 멀게만 느껴지던 도착점에 드디어 도착했다.’     



얼마 전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조금 더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닌데. 체력이 따라줄라나. 괜히 더 한다고 했나. 슬슬 요령을 부려도 어쩔 수 없지. 등등의 생각이 따라다녔다. 원펀치를 읽고 말 그대로 한 대 펀치를 맞은 거 같다. 물론 나는 젊지 않다. 그렇다고 갖은 핑계와 이유를 갖다 부치고 있는 건 지양해야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늙어가는 건 도전하는 마음을 잃고 그저 생물학적인 기준에 자신을 맡기는 거라 했다. 나이는 어쩔 수 없이 먹어가지만 인간은 도전하는 한 늙지 않는다고 했다.


 ‘생애 청춘’이라는 말이 있다. 매일 노력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자신이 정한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이 생애 청춘의 길을 가는 사람일 것이다. 이미 김황길 작가는 생애 청춘의 사람이다. 40이 넘고 50이 넘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골드 로드의 길을 안내하고 앞서가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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