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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Dec 08. 2024

두 시상식을 다녀오면서

칼바람과 꽃다발이 공존하는 세상

올해 초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공모전이나 백일장 등에 도전했다. 인천에서 하는 ‘새얼백일장’과 서울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회 ‘고전백일장’ 대회에 참여해 각각 장려상과 동상을 받게 되었다. 큰 성과는 아니었지만 내 이름이 수상자 명단에 있는 게 뿌듯했다. 그저께는 새얼백일장 시상식에, 어제는 고전백일장 시상식에 다녀왔다. 제법 차가워진 날씨에 두 대회를 다녀오면서 많은 걸 느낀다.      


새얼백일장 시상식은 인하대 본관 대강당 하나홀에서 열렸다. 버스를 타고 인천 시내 곳곳을 한참 돌아 도착해 하나홀로 들어서니 의자뒤편에 번호가 붙어 있었다. 아래부터 점점 높아지는 형식으로 된 구조의 홀이고 대상은 맨 앞이고 차례대로 해서 장려상인 나는 그야말로 맨 끝 구석자리 불도 켜놓지 않아 컴컴한 자리 번호가 붙은 곳에 앉게 됐다.  미리 가 있는 습관이 있어 식이 시작하려면 사십 분정도 기다려야 했다. 점점 사람들이 들어와 빈자리가 채워졌다. 초등 1학년부터 일반인까지 수백 명의 수상자와 학부모 조부모까지 설레는 얼굴로 꽃다발을 들고 웅성웅성 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느라 홀은 점점 시끌벅적해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자리보다 사람이 더 많아 앉지 못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이리저리 위아래로 자리를 찾느라 바빴지만 이미 꽉 찬 데다 수상자와 학부모 자리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딱 봐도 학부모석의 여유자리가 너무 적었다. 서있는 사람들이 많아 내 시야가 가렸다. 

식이 시작되기 직전 사회자가 마이크를 대고 자리에 앉아달라 말했다. 그러자 화가 난듯한 학부모가 냅다 소리를 질렀다. 

“자리 없어요”

살짝 당황한 사회자가 잠시 가만있더니

“식이 오래 걸리니 자리 없으면 계단에라도 걸터앉아주세요. 힘드실까 봐 그래요.”

“계단도 앉을 곳이 없어요”

학부모는 여전히 날카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없다고 했는데도 사회자는 여전히 

“그래도 찾아서 앉아보세요. 오래 걸리니 힘드실까 봐 그래요”

하고 형식적인 말만 했다. 사회자의 말대로 나는 맨 나중에 받는 장려상이라 아주 아주 오랫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식이 시작되고 국민의례와 내빈 소개와 내빈 인사만 거의 삼십 분이 걸렸다. 좁고 어둡고 사람들이 꽉 차 공기가 탁해진 구석에 쭈그리고 있던 나는 졸기 시작했다. 어린이와 일반인 대상 수상자들이 작품을 읽고 드디어 한 시간이 거의 다 될 무렵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수상자들이 무대에 오르고 내빈이 일일이 상을 주고 사회자는 연신 따라다니며 ‘축하합니다’를 외치고 꽃다발 주는 시간 포토타임 등으로 이어졌다. 중간중간 손뼉 쳐 달라해서 어둠 속에서 나는 연신 졸다가 박수를 쳤다. 살짝 시간이 아까웠다. 내 뒤에 앉아있던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옆 사람에게 연신 너무 오래 걸린다. 힘들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소리에 컴컴한 공간이 더 어둡게 느껴진다. 상을 받은 사람과 가족들이 빠져나가 마침내 거의 두 시간이 다 될 무렵 장려상 수상자들이 줄을 서서 천천히 내려갔다. 무릎이 뻐근하다. 연단에 올라보니 사람들이 거의 빠져나갔다. 사회자 얼굴을 가까이서 보니 나이 지긋한 분이 땀 흘리고 미소를 띠며 창백한 얼굴로 애쓰고 있었다. 장려상 수상자들은 연신 박수를 쳐주었는데 막상 수상할 때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손뼉 쳐는 사람이 없었다. 크리스털 상패와 책 한 권을 받았다.      


밖에 나오니 매서운 추위 속에 해가 저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답답한 실내에서 빠져나와 해방감이 느껴졌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니 개찰구 앞에 떡하니 안내문이 붙어있다. ‘지하철 파업’이라고 쓰여있고 시간 간격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아뿔싸! 이건 또 뭐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시간표를 보고 있는데 안내원이 다가왔다. 어디 가냐 하길래 행선지 말하니 언제 온다고 말하곤 가버린다. 아직도 거의 한 시간이나 남았다.

 아! 춥고 배고픈데. 저만치서 검정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힘없이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인다. 며칠 전 계엄령에 지하철 파업에 매서운 추위까지 겹치니 사회 불안이 확 체감이 된다. 주변에서 밥을 먹고 시간 맞춰 지하철을 타는데 이런! 늘어난 시간으로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 지하철 안은 그야말로 움짝달싹할 수 없었다. 내 키가 그다지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위를 시커먼 점퍼 입은 사람들이 서있고 손잡이가 아득히 높고 멀어 산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내릴 역에 다가오는데 인파를 뚫고 어찌 나갈지 걱정이 산더미 같았다. 못 내리는 건 아닌가 하는 찰나 드디어 문이 열리자 나도 모르는 힘이 나와 ‘저 내려요’라고 외치고 인파 속을 뚫고 돌진하자 갑자기 길이 만들어져 빠져나올 수 있었다. 휴. 순간 사람들이 많은 게 무서웠다. 나와 보니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 타지 못한 채 열차가 출발한다. 아! 조금만 사회 기능에 변수가 생기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야 한다.      


어제는 서울 명지대에서 하는 고전백일장 시상식에 참여했다. 새로 산뜻하게 지은 방목학술정보관 1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들어서자 크고 깨끗하고 밝은 홀이 나를 맞았다. 수상자와 가족이 같이 앉게 배려해 놨고 주최한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사회도 보고 딱딱한 표정의 사람들 마음을 열고 웃게 하는 유머를 쉴 새 없이 던지고 있었다. 회장은 전국에 40만 명 이상되는 군인들에게 독서와 쓰기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군인들이 군복을 입고 수상을 하러 참석했다. 대통령상은 직업군인이 탔는데 부모가 제주도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상금 2백만 원을 군장병 도서 사는 거에 기증한다 했다. 회장은 연신 미소를 띠고 밝은 에너지를 주며 사회를 봤다. 국민의례 내빈소개 모두 생략하고 잠깐 부회장을 소개하며 여러분 사진 찍으러 온 거라는 말을 해서 모두를 웃게 했다. 연단에 먼저 수상자들이 올라오고 부모 한 사람을 올라오게 해서 직접  아이에게 상을 수여하고 포옹하고 포토타임을 갖고 내려가게 하는 식으로 모두가 웃고 즐거운 속에서 움직이게 리드했다. 


연예인 위너의 강승윤도 와서 수상하고 팬들과 사진도 찍어 주었다. 이벤트 같아서 나와 언니도 즐거워하며 찍었다. 내가 연단에 오를 때 언니가 같이 와서 상패와 예쁜 꽃다발을 주고 함께 안아주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수상자들 얼굴을 한꺼번에 신문에 내보낸다며 단체사진까지 찍었어도 한 시간 안에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오후 1시 반에 또 시상식이 예정되 있었다. 함께 대회를 치렀어도 인원이 많으니 시간을 분배해, 온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고 얼른 귀가할 수 있게 주최 측에서 배려한 게 보였다. 회장의 에너지를 받고 싶어 나와 언니는 그분과 사진을 찍었다.      

밖에 나오니 기온이 더 떨어져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은 훈훈하고 즐거웠다. 언니가 선물해 준 보라색 꽃다발이 마음을 싱그럽고 풍요롭게 한다. 귀가 길에 또 철도파업이 안 끝나 인파 속에 시달리며 왔다. 뉴스에서는 연신 계엄령과 관련된 탄핵소추안 표결 소식이 들려왔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때마침 집 가는 버스가 들어서 ‘러키’를 외쳤다. 춥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개인의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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