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해 줄

말차라테 한잔에 새겨진 마음,

by 현책방

흐리기만 하던 어느 오후, 문득 일을 하러 카페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에 근무하던 카페로 향했다. 카페로 가던 중 비가 한두 방울 내렸다.


'럭키-'


혹시 몰라 챙긴 우산을 펴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그냥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그런 하루였던 것 같다.


-딸랑..!


카페로 들어서자 들리는 종소리가 기분이 좋았다. 곧장 키오스크 앞으로가 주문을 했다. 요즘 빠져있는 말차 라테를 조금 쌀쌀해진 날씨에 hot으로 주문을 한 뒤 자리에 앉아서 책을 차근차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약간의 강박 같은 부분이 있다면 카페에 와서 따뜻한 음료를 시키고 나면 꼭 스팀을 치는 소리를 유심히 듣는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일에 오래 종사했었다 보니 스팀에 민감한 편이라 매번 나도 모르게 듣게 되는 것 같다.


- 치직-!.....


공기주입소리 이후 적절한 타이밍에 회전하는 고요한 소리.. 오늘은 정말 맛있는 라테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된다,


" 60번 손님 주문하신 말차라테 나왔습니다-"


나지막이 부르는 소르에 나는 대기번호를 들고 픽업대로 향했다. 픽업대를 가자 나를 보며 수줍은 미소를 띠는 19살의 소녀가 말차라테가 올라간 쟁반을 살포시 잡고 서있었다. 이미 구면이었기에 반갑게 안부인사를 물으며 음료를 받아 든 순간 그 귀여움에 '피식'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PM 2:30


삐뚤지만 봉긋하고 귀엽게 올라와있는 하트 모양의 우유 거품 때문이었다. 진짜 어린 소녀의 마음이 이렇게 작고 예쁠 수가 있을까.. 문득 어릴 적 동심에 빠진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세상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참 신기하다. 어찌 보면 8살 차이라는 나이차에 내가 어려울 법도 한데 수줍게 마음을 표현하고 말을 걸어오는 작은 이 아이가.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하고 다가가는 게 쉽지 않은 사람인데 말이다. 어쩌면 열아홉, 그 나이어서 가능한 맑음 일지도 모르리라 생각을 해본다.


그날은 참 잔잔하고 행복했던 하루였던 걸로 기억된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흐리기만 한 날씨였지만 혹시 몰라 챙긴 우산이 쓸모가 있음에 기뻤고, 카페를 들어설 때 나는 원두향기와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반가웠고, 열아홉 소녀의 작고 예쁜 마음이 너무나도 따스해서 날이 흐렸다는 것조차 잊힐 만큼 기분 좋은 그런 하루.





오늘 내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행복한 날이 있듯이 조금은 불행한 날도 있는 법이다. 행복한 날이라고 무언갈 탓하지 않듯이 불행한 날도 탓할 필욘 없다. 그저 잔잔한 행복들이 모여 하나, 둘 쌓여가다 보면 그 행복으로 인해 불행한 날 또한 잘 버텨 낼 힘이 생기는 거니까.


나의 기분은 시시때때로 바뀐다. 그런 것처럼 매일 또한 시시때때로 바뀌는 것일 뿐 내가 운수가 좋아서 혹은 운이 나빠서 하루가 즐겁거나 망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것일 뿐이다.


우리는 특별한 하루를 너무나도 갈망하지만 나의 일상을 잔잔하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 작은 행복들을 찾아낼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특별한 하루는 갈망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이 늘어나 있을 거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커피 한잔, 책 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