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운명인가? 우연인가?

8장. 책쾌의 은밀한 거래

by 나무늘보친구둥이


늦은 저녁, 세책방 안쪽은 은밀한 기운으로 가득하였다.

구석 자리에 앉은 양반 세 명은 등잔불 아래서 두루마기를 단정히 걸쳤으나, 눈빛은 은밀하게 빛나고 있었다.


첫 번째 양반은 책장을 펼치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고, 억눌린 웃음을 참는 듯 입가가 떨렸다. 두 번째 양반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이마에 땀이 맺혔다.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긴장과 호기심이 뒤섞인 빛을 띠었다. 세 번째 양반은 손끝으로 책장을 넘기면서도 끊임없이 주위를 살폈다. 눈매는 날카롭게 번뜩였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 혹여 누가 들이닥칠까 두려워, 숨결조차 조심스레 내쉬었다.


세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오직 책 속 문장에만 몰두하며, 은밀한 쾌락과 발각될까 두려운 초조함이 동시에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책쾌는 책장을 정리하는 척하며 그들을 힐끗 바라보았다.

양반들의 붉어진 얼굴과 떨리는 손끝이 눈에 밟히자, 그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이러다 관아에 들키면… 나까지 끝장이오.”

책쾌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렸고, 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그때, 선비가 조용히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자네, 네가 유통하는 책들… 단순한 시집만은 아니지?”

책쾌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소이다.”


선비는 책장 사이에서 금서, 19금 소설을 꺼내 들었다.

“이런 책을 몰래 유통하다니. 관아에 알리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오.“

책쾌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제발… 그건…”


그도 금서를 유통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내와 자식 다섯을 먹여 살리려면 돈이 되는 건 뭐라도 해야 했다.

책만 빌려줘서는 생계가 버티기 어려웠다.

책쾌는 책임감 있는 아비였고, 식구들 얼굴이 눈에 밟혀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 다른 원칙이 있었다.

손님 이름은 절대 밖으로 새지 않는다.

책을 빌려주는 일은 곧 신뢰를 빌려주는 일이었고, 그 신뢰가 깨지면 장사는 끝장이었다.


선비는 낮게 속삭였다.

“지난번 그 시집 안에 있던 시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면 한 번은 눈감아 주겠소.”

하지만 책쾌는 끝내 고개를 저었다.

“그 시를 지은 이가 누구인지… 나는 말할 수 없소이다.”


선비가 다시 말했다.

“그 시를 쓴 자가 누구인지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끝장이야.”


책쾌는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끝내 고개를 저었다.

“손님 이름을 팔아넘기면, 내 장사는 끝장이오. 신뢰를 잃으면… 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소.”


선비는 엄포했다.

“그래? 후회하게 될 것이오. 그래도 안 말하겠나?”


책쾌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뜻대로 하시오. 나는 손님을 팔아넘길 수 없소이다.“


며칠 뒤, 세책가에 포도청 군관이 들이닥쳤다.

“이 집을 샅샅이 뒤져 보아라. 수상한 물건이 있는지 모두 찾아내거라.”

“나으리, 어찌 이러십니까! 저는 그저 책을 빌려주는 장사꾼일 뿐이옵니다.”


군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책장을 가리켰다.

“잡아떼지 말라. 금서가 숨어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모두 끌어내라.”


잠시 뒤, 책장 사이에서 금서들이 드러났다. 군관은 그것들을 모조리 꺼내어 포도청으로 가져갔다.


책쾌는 결국 포도청에 끌려갔다.

관아 뜰에서 곤장이 내려쳤다.

퍽, 퍽, 소리가 울려 퍼지며 책쾌의 비명이 장터 사람들의 귀에까지 닿았다.


“한 번 더 발각되면 다시는 책을 빌려주지 못할 것이다!” 관리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책쾌는 폐업 위기에 몰려, 삶의 터전이 무너질 지경이었다.


며칠 뒤, 다시 나타난 선비 앞에서 책쾌는 고개를 떨구었다.

“더는 버틸 수 없소. 관청에 끌려가 곤장을 맞고, 장사도 끝장이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선비는 차갑게 물었다.

“그럼 이제 말할 수 있겠지. 그 시를 쓴 자가 누구인지.”


책쾌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입을 열었다.

“…그 시를 쓴 이는… 고은이라 하오. 이곳 사람이 아닌 듯하오.”


그 순간, 세책방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이 펼쳐지고, 글자가 금빛 실로 변하면서 라케시스의 형상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지만, 입가에는 인간의 고통을 즐기는 듯한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금빛 실이 책을 감싸며, 라케시스는 낮게 속삭였다.

“인연은 난관을 거쳐야만 드러난다. 실은 결국 서로를 향해 엮이리라.”


운명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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