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터뷰, 하정림 변호사
인터뷰 때마다 감동한다.
실력 있고 좋은 변호사를 만난다는 것
어마어마한 이력만큼 멋진, 변호사라는 일에 대한 확신
아무튼 변호사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하정림 변호사입니다. 연수원 수료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고, 자유롭게 다양한 일을 해보기 위해 마음 맞는 분들과 법무법인 태림에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서울법대 출신에 사법시험 합격, 김앤장 근무 등 어마어마한 이력이신데요, 이렇게 살아온 분은 어떤 기분일까 매우 궁금합니다. (웃음)
Q. 서울법대, 사법시험 합격하셨을 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좀 재수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 불안감이 있긴 있었지만 솔직히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웃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 위주로 달려 왔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해진 대로 달리는 것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대나 사법시험을 합격했을 때 물론 좋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변호사가 되어서 느끼는 성취감이 당시보다 더 큰 것 같아요.
Q. 각 시절 이야기 좀 더 해주세요.
사법시험까지는 열심히만 달려왔고요.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솔직히 재미있는 시절이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는데,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과 나름대로 재미있는 추억도 쌓았고요. 오히려 연수원 시절 진로를 고민하며 약간 사춘기가 왔던 거 같아요.
로펌으로 진로 결정하고, 김앤장 들어가서는 정말 정신없이 살았어요. 인생에서 제일 빡빡하게 살았던 시기가 오히려 김앤장 때 같습니다. 그래도 후회나 미련은 없고, 저에게 과거로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다시 그 길을 선택할 것 같네요.
Q.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뻔한 얘긴데, 어릴 때 본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법조인들이 멋있어 보였어요.(웃음) 원래는 검사 지망이었고, 연수원 때 주변에선 왜인지 저를 판사 지망으로 알고 있었고요. 실제로도 주변에서 엄청 많이 들은 이야기가 ‘왜 법원 안 가냐’였습니다.
연수원 시절 공부를 하면서, 판검사보다는 변호사가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변호사가 좀 더 자유롭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판사나 검사는 대체로 ‘판단하는 사람’인 반면, 변호사는 그 ‘판단을 만들기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인 것이 재밌다고 느꼈어요. 변호사의 역량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일이 무척 많아요. 그런 부분이 변호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래서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신 거군요. 그럼 김앤장을 나와서 개업을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당시 선배님들이 황당해 하셨어요. 변호사 하겠다고 김앤장 가서, 잘 다니다가 또 갑자기 개업을 하겠다고 하니까(웃음). 당시에 퇴사 이유를 ‘다양하게, 제 맘대로 살아보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는데, 진심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아직도 기억나는 게, 어떤 선배가 ‘요즘 세대는 이해를 못하겠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저는 지금도 개업한 게 너무 잘한 선택인 것 같고 재미있습니다. 온전히 제 책임 하에 사건을 진행하는 것도 재미있고, 책임감도 느껴져요. 그렇게 해서 의뢰인의 감사 인사를 들을 때, 온전히 제가 한 사람의 인생에 도움이나 위로를 주었다는 게 정말 뿌듯해요. 또 큰 회사의 이름이 아닌, 제 이름으로 경력을 쌓아 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Q. 변호사를 택한 것에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으신가요?
없어요.
Q. 이런 확신이 있으신 분들 멋있어요.(웃음)
Q 변호사님 만의 강점 분야는 무엇인가요?
다 잘하는데요(웃음). 농담이고, 회사/금융 자문, 지배구조, 상속 설계 등이 특기입니다. 최근 에너지, 환경 자문도 많이 하고 있고, 특히 에너지 분야는 다수 소송 및 입법 자문 등도 진행하여 국내에서 가장 잘 아는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Q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교 다닐 때부터 민법과 상법이 재밌었어요. 다른 분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점이 좋아요. 환경/에너지는 변호사 일을 하면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ESG 트렌드가 뜨면서 관심을 더 받는 것 같던데, 저는 주식을 안 하지만 예전부터 친구들에게 ‘이거 중요하다’고 했었고, 그거 듣고 주식으로 돈 번 친구한테 감사인사도 받았어요(웃음).
Q. 변호사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작년에 항소심에서 뒤집었던 손해배상 사건이에요. 지금 생각해도 마음 아프면서, 한편으로 잊지 못할 건입니다. 방송에도 많이 났었는데, 소위 ‘서초구 놀이터 사건’이에요. 아이가 놀이기구에서 떨어져서 뇌사상태에 있다가 사망한 안타까운 건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놀이기구 등 놀이터 하자를 감정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구청이 놀이터를 보수한다는 핑계로 사건현장을 전부 엎어 버린 거에요. 너무 억울한 상황이죠. 그러나 법적으로는 원고에게 하자 입증책임이 있기에 결국 제1심에서 패소하시고 온 건이었어요. 당시에 항소심을 맡을 때에도, 뒤집기에 쉽지 않다는 얘기를 충분히 드렸어요. 말을 그렇게 드렸지만 저도 너무 뒤집고 싶고, 뭣보다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거에요. 상대방이 입증할 대상을 없애 버렸는데 어떻게 입증을 하겠습니까.
첫 번째 기일에 가니 재판부도 안타까워는 하시지만, 법리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으로 느껴졌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회사에 돌아와서 밤새 온갖 키워드로 리서치를 했어요. 당시 문제가 되던 것이 ‘HIC지수(Head injury criterion, 머리상해지수)’라는 충격 값이었는데, 관련 논문도 다 찾아봤어요.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관련 연구원과 자료를 수소문 끝에 찾았고, 발로 뛰어 자문을 구했어요. 그 와중 우연히도 제1심에 제출되었던 수치 값이 조작되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거기다 제1심 자료와 제2심에서 다시 제출된 자료들을 꼼꼼히 비교해 보니, 일부 증거(저희에게 유리한 증거) 페이지를 일부러 누락하고 낸 것도 확인했어요. 황당한 일이죠. 어머님이 들으시면서 펑펑 우셨던 기억이 나요. 재판부에서도 국민의 재산과 신체를 지켜야 될 정부가 어떻게 증거를 이런 식으로 숨길 수 있냐며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판결을 하였습니다.
아이의 부모님께서 매 기일마다 출석하셨고 선고 날에도 엉엉 우셨어요. 아직도 너무 슬퍼하시던 그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소송을 이긴다고 그 슬픔이 다 풀어지진 않겠지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한(恨)을 풀어드릴 수 있는 역할을 한 것 같아 저에게도 정말 의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변호사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Q 항소심에서 뒤집혔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그럼 최근 하시고 계신 소송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도 있으신가요?
최근 하는 사건 중에서는 ‘이루다AI 챗봇 사건’이 있어요. 저희 법인에서는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유사 전례가 없는 사건이어서 각지에서 관심이 큰 것 같아요. 향후 AI, 딥러닝 등 업계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하여 중요한 판단 표지로 작용할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거보전은 인용되었고, 아직 본격적인 본안소송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인데, 최근 개보위에서 상대방에게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기도 하였어요. 피해자분들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저희 법인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하려고 합니다.
Q 의뢰인과의 만남에서 원칙이 있으신가요?
솔직하게 말하려고 해요. 수임을 위해서는 될 만한 사건도 겁을 주고 불안하게 하고, 안 될 사건도 될 것처럼 말하는 게 더 좋겠지요. 그렇지만 그건 고객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기죄의 구성요건과 다를 바가 없어요(웃음). 제가 해당 시점에서 판단 가능한 가장 솔직한 의견을 드린 후, 의뢰인의 생각을 물어봅니다. 대신 그렇게 해서 일단 맡은 사건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겨 보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변호사는, 일단 이겨야 됩니다(웃음).
Q 좋은 변호사란?
실력 있고, 말로도 잘 표현하는 변호사입니다. 말을 잘하는데 실력이 없으면 사기꾼이고, 실력만 있고 말을 못하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지요. 번지르르한 달변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구요.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잘 이해되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민사사건은 결과에 대해 비교적 예측이 가능한 편이에요. 그 예측이 어떤 근거인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주장과 입증이 전개될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의뢰인에게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의뢰인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사건에 대해서는 의뢰인이 제일 잘 알고 있어요. 의뢰인의 이야기 속에 사건의 단서가 많습니다. 이걸 잘 들어서 법적으로 의미 있는 부분들과 연결시키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의뢰인의 일상적 언어를 법리로 연결시키는 거죠. 그게 변호사의 본질적 역할이고, 경험상 그렇게 해야 사건도 잘 풀려요.
Q. 업무강도가 높아 보이는데 일과 생활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특정 시간은 일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밀도 있게 일을 하면 좀 덜한데 아직 저도 어렵습니다.(웃음) 걸어가면서도 생각나고 대화도 거의 사건 이야기고요. 다른 변호사님과 수다도 거의 사건 관련 이야기입니다.
Q. 업무 시간은 어떻게 되시나요?
딱 시간으로 잘라서 말씀드리기가 애매해요. 수시로 일하고 의뢰인과의 통화도 많아요. 중요한 서면을 쓸 때는 밤도 새고요. 업무와 제 시간을 분리하려고 하지만 변호사의 업무 특성상 쉽지 않습니다.
Q. 일 외에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제가 강아지를 키워요.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동물복지나 동물권 보호에도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Q. 변호사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저희 법인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습니다. 더 키워서 재밌게 일하는 게 꿈입니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병행하면서 회사를 키워가고 싶어요.
Q. 법무법인 태림의 성격이라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젊고, 유연하다”입니다. 대형 로펌들이 비대화 되고 보니 일부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개성이 발휘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저희 태림은 유연하고 스피디하게 할 수 있어 자유롭게 일처리가 가능해요. 저는 저희 태림의 실력에 정말 큰 자부심이 있습니다. 모두 대형로펌의 에이스들이 모였고요. 저희한테 해서 (사건이) 안되면 다른 데서도 안 되는 거라고 자신합니다(웃음). 다른 곳에 비해 태림은 주체적으로 함께 일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게 제일 큰 매력입니다. 훌륭한 어쏘 변호사님들도 많아서 너무 뿌듯합니다. 가르쳐 드리는 걸 쑥쑥 흡수하시고, 어떨 때는 선배들보다 잘 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후배 변호사님들과 함께 커가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Q 앞으로 법무법인 태림의 길은?
내부적으로는 구성원의 행복이고요. 외부적으로는 의뢰인에게 실력 있는 로펌입니다. 병원 같은 곳과 달리, 저는 로펌은 엄청나게 커야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대함이 비효율과 비용을 초래하거든요. 실력 있는 중소 로펌이 의뢰인에게 훨씬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병원은 좋은 의사와 함께 좋은 의료 기계도 필요하니, 규모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오직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저희의 가장 진보된 기계장비는 고작 노트북이에요(웃음). 그렇다면 내 일처럼 일해주는 실력 있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훨씬 의미가 있습니다. 저희 로펌이 그런 부분들을 가장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후배들과 함께 이러한 장점을 더 잘 살려서 이끌어 가고 싶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즐거운 인터뷰 였습니다.
하정림 변호사 소개
-제54회 사법시험 합격
-제44기 사법연수원 수료
-제55회 사법시험 출제검토위원
-제3회 변호사시험 출제검토위원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부산지방법원 조정위원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국회 A 의원실 법률자문위원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
-화난사람들 법률자문 변호사
-법무법인 태림 파트너 변호사
주요 업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가처분 소송, 합병무효소송, 주식매수청구의 소 등 제반 소송대리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자문/대관 대응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자문 및 검토
-KB국민은행의 현대증권 인수 자문
-SK그룹 에너지 솔루션 플랫폼 관련 법률자문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공유수면법, 습지보전법 등 관련 법률자문 제공
-5억원 상당의 화장품 공급계약 위반 위약벌 청구소송 승소
-사이버명예훼손 및 모욕죄 사건 무혐의 처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