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송하지만 그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어렵습니다. 모두가 위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률은 끝도 없이 올라가고 있으며 불안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비중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불가피하게 자영업으로 진입하면서 자영업자의 수입은 점점 줄어들어 갑니다. 이어지는 폐업에 호황인 것은 간판 장사밖에 없다는 자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치며,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고 가게를 닫았습니다. 기업들은 더더욱 인력을 뽑지 않고 있으며, 코로나를 이유로 이전보다 더 부담 없이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용 부동산의 매매와 전세 가격은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10년이 넘는 기간 박스권에 머물렀던 KOSPI 지수 또한 3,000pt의 벽을 2021년 뛰어넘었습니다. 근로소득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무거워져만 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왜 경제가 이렇게 좋지 않은데,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은 자꾸만 오르나요?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지금 금리가 너무 낮아서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금리를 빨리 올려야 한다. 금리가 5% 대만 되어도 지금의 비정상적인 버블은 금방 꺼뜨릴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은 정상일까요? 비정상일까요? 그 답은 미래가 내려줄 것입니다.
하지만 실물 경제가 좋지 않은데 자산 가격이 상승한 것이 얼마 전부터 일시적으로 발생한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5% 이하인 상태는 2008년부터 무려 13년 이상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갈 것이라면, 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앞으로는 어떠한 변수들이 있는지? 등에 대해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자본 시장 상승의 수혜를 입지 못한 분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몇 년 간 성과를 거둔 분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서로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제 글이 모두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 문제는 유동성이야!
- 길어지고 있는 디플레이션의 공포
자산 가격의 상승을 가져온 일등 공신은 전 세계에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의 공급입니다. 즉 돈이 많이 풀리니 현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내려가고, 자산은 가만히 있어도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게 된 것입니다.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릴 수 있으니, 집을 사거나 주식을 사려는 사람들이 '이 정도 금리면 대출을 내서 살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집을 다른 이에게 세를 주고 보증금을 받았던 사람들은 점점 낮아지는 은행 이자로 이자 수익이 줄어드니 보증금을 올려야 수입이 유지됩니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었는데 현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게 되니, 돈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자산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08년 5%를 깨고 내려온 뒤 잠깐의 반등은 있었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하여 2021년 현재 1% 이하로 내려가 있는 상태입니다. 2008년에 10억 원의 자산을 은행에 넣어둔 사람은 1년에 5천만 원이상의 이자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현재는 1천만 정도의 이자밖에 받지 못합니다.
저는 2012년 1월에 회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손에 잡았던 재테크 책이 '이제 저금리 시대에서 살아남기를 선택해야 한다.'라고 하였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당장 그때만 해도 기준금리가 3% 대였습니다. 우리나라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2021년 9월 현재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0.25%입니다.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수준이지요.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같은 시간을 일하고 같은 돈을 받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그 돈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즉 노동력의 가치가 같이 낮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이쯤 되면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국가가 어떤 이들의 말 대로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의 편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일부러 낮추는 것일까? 아니면 각종 부작용을 알면서도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국가가 금리를 낮추면서 유동성을 늘리는 기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고민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경제는 ‘돈의 회전’을 전제로 이루어져 있는 체계입니다.
‘내가 1만 원의 돈을 가지고 식당에서 밥을 먹습니다.
식당 주인은 그 1만 원을 가지고 신발을 삽니다.
신발 가게 주인은 1만 원을 가지고 영화관을 갑니다.
영화관은 1만 원을 직원에게 월급으로 줍니다.
직원은 1만 원을 가지고 옷을 삽니다... (무한 반복).’
여러 단계를 거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 처음 1만 원의 돈은 그대로입니다. 이 돈이 여기저기 돌아다닌 것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는 5만 원입니다. 돈이 더 많은 곳을 더 빠르게 돌아다닐수록 그 경제의 규모는 커지게 됩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 1만 원이 회전하는 것 만으로 식당, 신발가게, 영화관, 옷가게라는 4개의 일자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돈이 이렇게 무한하게 돌지만은 않습니다. 식당 주인은 신발을 사지 않고 그 돈으로 저축을 하기도 합니다. 신발 가게 주인은 영화관을 가지 않고 Netflix에서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관은 번 돈의 전부를 직원들에게 월급으로 주지 않고 회사에 모아 놓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는 생략되었지만 국가는 일정 부분을 세금이라는 것으로 거둬가게 됩니다.
물론 돈이 돌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축한 돈은 언젠가 사용될 것이며, 기업은 모아 놓은 돈으로 투자를 하겠지요. 그리고 국가가 걷어간 세금은 직/간접적으로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돈이 도는 것이 어떠한 이유로 한번 멈추게 되면 그 돈은 다시 돌기 전까지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돈이 도는 규모와 속도가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돈이 돌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역시 간단하게 도식화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쓸 돈이 없다 → 물건을 사지 않는다 → 물건을 사지 않기 때문에 생산을 줄인다 →
생산을 줄이니 사람을 더 뽑을 필요가 없다 → 취업이 되지 않으니 쓸 돈이 없다 →
쓸 돈이 없으니 (응? 어디서 많이 본 문구인데?) → 결국 사회가 무너지고 기업이 무너지고...'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이 두려워하는 '디플레이션'입니다.
2. 유동성은 성장과 역의 관계이다.
- 저성장 시대가 유동성을 부른다.
디플레이션을 다른 말로 풀어 보면 저성장입니다. 성장을 한다는 것은 돈을 쓰게 되면 쓴 돈 이상의 Return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쓴 돈 이상으로 팔 수 있다면, 기업들은 설비를 투자하고 사람을 뽑고 임금을 올려줍니다. 그리고 그 임금을 가지고 근로자들은 소비를 하게 되고, 그것이 선순환이 되어 생산과 투자를 촉진하고 많은 산업들을 성장시킵니다.
하지만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서 팔았을 때 은행 이자보다 적게 남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은행에 넣어 놓고 이자를 받는 것이 이득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업이 물건을 만들지 않고 투자를 하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채용은 줄고 해고는 늘어나며 실업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협력업체, 그 기업의 사무실이나 공장 근처에 있는 식당과 각종 서비스 업종들, 운송업체, 판매업체 등 사회의 다양한 경제 주체들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점점 확대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국가의 경제 활력 자체가 떨어지게 되겠지요. 그러므로 국가는 이런 '디플레이션' 이 우려가 되면 강제적으로 돈이 도는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물건 가격을 올리거나, 물건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거나입니다. 시중에 돈을 풀면 (유동성 공급)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물건의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또한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기업이 투자를 하기 위한 자금(이것을 조달금리라고 합니다)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경제 주체들도 점점 돈의 가치가 낮아지니 자산에 투자를 하거나 소비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소비가 일어나면 기업이 생산을 하고 고용을 하는 식으로 돈이 돌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국가는 돈이 도는 효과가 발휘되기 전까지 취약 계층이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취업이 되기 전까지, 경제가 좋아지기 전까지, 빚이 있었던 가계가 당장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유동성을 공급해야 합니다. 정부가 복지 정책으로 가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금리를 낮춰서 간접적으로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국가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이 스스로 창출해 내는 경제적 가치 만으로는 충분히 성장을 이뤄낼 수 없는 ‘저성장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위의 지표는 통계청에서 집계한 국내 총생산 (실질성장률) 지표입니다. 1980년대의 성장률은 10%를 넘었습니다. 이때는 굳이 돈을 더 많이 풀 필요가 없었지요. 투자를 하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으니,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을 빌려서 공장을 짓고 기계를 늘리고 사람을 뽑았습니다.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많으니 돈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고, 당연히 금융기관에서 가계에 ‘이자 많이 드릴 테니 제발 돈을 맡겨 주세요.’라고 할 수 있었겠지요. 지금 시대는 다릅니다. 돈을 빌려도 기대 수익이 낮으니 굳이 돈을 빌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은 가계에 높은 이자를 줄 이유가 없지요.
“왜 요즘 은행의 예/적금 이자가 이렇게 낮은 가요?”라고 물어보면 답은 간단합니다.
“왜 굳이 은행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서 높은 이자를 줘야 할까요?”
3. 유동성 공급의 딜레마. 자산 가격의 상승(인플레이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 저성장 시대가 오고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면 엄청난 부작용이 오게 됩니다. 바로 서두에서 말씀드린 ‘자산 가격의 상승’ (인플레이션)이 그것입니다. 단순히 부동산, 주식만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현금을 제외한 모든 것이 오르기 때문에 기름 값도 오르고, 음식료 값도 오릅니다. (물론 임금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의 급격한 자산 가격의 상승은 우리나라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노동 가치의 상대적 가치 하락 및 포모(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등으로 표현되는 사회적 갈등, 혼인 및 출산율 저하 등이 그것입니다. 또한 거시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장바구니가 점점 가벼워지는 것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체감이 되는 문제입니다.
더 골치 아픈 것은 자산 가격의 상승은 그 자체로 저성장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꽤나 모순적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저성장을 방지하기 위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그 유동성 공급의 결과로 또다시 저성장이 온다고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풀어서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경제 주체는 돈을 더욱 쌓아 두게 됩니다.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어쩌면 다니는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코로나 사태 같은 것도 터지고, 미국과 중국은 항상 싸우고... 각종 글로벌 변수들도 걱정됩니다. 당연히 미래를 위해 저축을 늘리게 됩니다.
그리고 돈을 단순하게 쌓아 두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점점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이므로 쌓여 있는 돈은 조금이라도 돈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자산 시장으로 몰리게 됩니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제 주체는 아무래도 소득도 많고 각종 재테크 경험도 많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돈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다른 이들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더욱더 빠르게 움직일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자산 시장이 오르게 되면, 자산이 없는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상승은 단순하게 자산을 불릴 수 없다는 측면을 넘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각한 경우 나와 가족의 생존에도 큰 문제를 가져오게 됩니다. 당장 최근 몇 년의 주거용 부동산의 급등으로 자가를 보유하지 않은 이들이 점점 도시의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직장, 학교 등 여러 가지 삶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이러한 경제 주체들이 지금이라도 자산 시장에 진입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저성장 사회다 보니 근로소득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결국 늦게라도 자산 시장에 진입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줄이거나 빚을 지면서 돈을 모아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돈을 더욱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딜레마입니다. 유동성을 공급하면 자산 시장이 오릅니다. 그리고 그 자산 시장이 오르게 되면 자산 시장에 늦게 라도 진입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빚을 지게 됩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더욱 소비를 줄여야 하고, 더욱더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 듭니다. 결국 또다시 국가는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고, 이것은 다시 또 자산 시장의 상승을 가져오게 됩니다.
“돈을 풀어야 한다 = 돈 가치가 떨어진다 = 자산 가치가 오른다 = 더욱더 돈을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알렉산더 대왕이 자른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칼로 잘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결국 이 공식을 몰라서 국가가 돈을 푸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알지만 그러한 부작용을 감수하고서 라도 돈을 푼 것이지요. 당장 일자리를 잃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다음 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산 시장을 잡자고 이들을 죽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는 우리나라의 그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가장 직격탄을 받은 경제 주체는 실업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 속하신 분들이지요. 즉 자산 가격을 잡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줄이게 된다면,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를 받은 경제 주체들에게는 이익이 줄어드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정작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와는 무관한 경제 주체들은 당장 생존을 걱정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 국가가 재난 지원금을 통해 직접적으로 돈을 풀든, 금리를 낮춰서 간접적으로 돈을 풀든 돈을 정신없이 풀고, 그동안 열심히 일을 해서 월급을 받고 은행 이자를 받으며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던 평범한 갑남을녀들을 피곤하게 하였는지 이 정도면 설명이 되었을까요? 지난 7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발표된 성명문을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With progress on vaccinations and strong policy support, indicators of economic activity and employment have continued to strengthen. The sectors most adversely affected by the pandemic have shown improvement but have not fully recovered.
백신 접종과 강력한 정책의 서포트로 경제활동과 고용은 강화되어 왔다.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섹터는 개선되어 가고 있다. But!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 출처 2021년 7월 FOMC 성명문
물론 코로나가 최악의 순간을 지나가게 된다면 유동성 공급을 지금처럼 지속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저성장 시대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1차 인상하였고, 하반기 한 번의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올해 중 1번 더 기준금리를 올리면 저금리 시대는 끝나는 것일까요? 기준금리가 0.5%에서 금리 인상을 거쳐 0.75%가 된다면 고금리 시대일까요? 만약 1%, 1.5%가 된다면요?
앞에서 유동성은 성장과 역의 관계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금리를 올린다고 하여도 여전히 그 상단은 성장성의 벽에 막혀 있습니다. 앞에서 5%의 금리가 0.5%의 금리가 되기까지 13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지금의 금리가 만약 5%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성장이 담보되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는 것은 비유하자면 긴급한 수술을 끝낸 것과 같습니다. 퇴원을 하더라도 후유증을 치료하려면 계속 약도 먹어야 하고 병원도 다녀야 합니다. 어쩌면 회복이 잘 되어 건강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지만, 어쩌면 다시는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4. 코로나가 끝나면? 모두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없습니다.
-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많은 시련을 극복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어릴 때 많이 보던 동화의 결말은 늘 이렇게 끝나곤 했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다 보니 은연중 ‘코로나만 끝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잠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을 해 봅시다. 지금의 환경이 코로나로 새로 생긴 문제인가요? 아니면 코로나가 그것을 더욱 가속화한 것인가요?
이전에는 취업난이 없었고, 실업자들이 줄어들고 있었나요?
이전에는 근로소득이 자산 가격의 상승을 따라가고 있었나요?
이전에는 자영업자의 가게에는 사람이 넘치고 있었나요?
당연히 답은 No!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코로나가 끝나도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변수들은 더욱더 복잡해져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유동성 공급을 원인과 결과로 하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공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어려운 개념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략적으로라도 이해해야 하는 개념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만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 및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디플레이션은 물가 하락 및 돈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자본주의 경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쁘다고 단순하게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상승이 오면 사람들은 물건의 가격이 올라갈 것을 예상하므로, 물건 가격이 오르기 전에 소비를 하게 되고 기업의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도하게 되면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경제 주체들에게 큰 고통을 주게 됩니다. 특히 이는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주체들에게 더욱 타격을 주게 되며 이것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디플레이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일반 가계의 소비력은 유지가 됩니다.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없으니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 의욕도 살아나게 되지요. 자산 시장의 버블이 터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위기 우려도 낮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결국 기업의 생산이 줄어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가져오게 되지요. 그리고 자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자산 보유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전반적인 경제 위기의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손 놓고 보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금리를 높이고 유동성을 줄여서 과열을 가라앉히고, 디플레이션이 강해질 것 같으면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저성장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이러한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서 유동성을 줄여야 하는데 <유동성을 줄일 수 없는 인플레이션> 이 발생하고 있으며, 디플레이션이 발생해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데 <유동성을 공급해도 해소되지 않는 디플레이션> 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와 버린 것이지요.
필자가 추측하고 있는 원인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세계화(Globalization)에 따라 경제에 영향을 주는 대외변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입니다. 자유 무역이 확대되고 금융 시장이 개방되면서 수많은 외부 요인에 따라서 무역과 금융 시장은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거대한 글로벌 자금이 매일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 시장에서 저 시장으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통제 범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 물질세계에 기반을 둔 기술과 산업이 발달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세상은 우리가 현실에서 만질 수 없는 무형의 데이터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지요. 실체가 있는 것은 통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동을 제한하거나 물리적으로 봉쇄하거나 필요하면 파괴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은 마치 유령처럼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국경의 장벽을 넘어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지구의 이편과 저편을 연결합니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신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은 이전의 기술과 산업과는 이질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이질적인 특성이 곧 이전의 산업 시대에 통용되었던 기존의 경제 법칙을 비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활용했던 유동성 조정의 효과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그저 방치했다가는 경제 주체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아 물가가 급속도로 상승하면 경제 주체들의 생활 유지가 불가능합니다. 또한 자산 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노동 가치의 하락을 가져오고, 심각한 버블을 형성하게 됩니다. 디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에는 극심한 경기 침체가 올 것입니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기업들은 도산하고 연쇄적인 실업이 발생하겠지요. 많은 이들이 극빈층으로 떨어지게 되고 국가는 그 존속을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정부와 중앙은행만 믿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를 찾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그 무기는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을 뛰어넘을 만큼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면 인플레이션 부담은 꽤나 줄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80년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은데 그때 은행의 정기 예금 이자가 10%를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본 것 같네요) 그럼 대출 이자는 10%대 중후반이 되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사업을 하고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사업을 하든 투자를 하든 그 결실인 성장이 대출 금리보다 더 높았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임금 상승률도 높았지요.
디플레이션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기업들은 생산을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진 상태로 점점 녹아내리게 됩니다. 이런 저성장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나은 수익을 찾아 돈이 몰리게 됩니다. 단 0.X%의 추가 금리의 특판 상품에 사람들이 청약하듯 몰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돈은 조금이라도 성장의 싹이 보이는 산업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성장 산업이 저금리의 힘을 빌어서 다른 저성장 산업을 누르고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면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지고 그 산업을 중심으로 저성장을 탈피할 새로운 사이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는 앞으로 <유동성을 줄일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는 요소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유동성을 공급해도 해소되지 않는 디플레이션> 요소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나도 방대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모든 원인을 다루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 3 가지의 관점으로 집중하여 다뤄 보고자 합니다.
[유동성을 줄일 수 없는 인플레이션 요소]
(1) 기후위기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2) 美中 패권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3) 정치와 Strong-Guy
[유동성을 공급해도 해소되지 않는 디플레이션 요소]
(1) AI, 자동화, 노동 없는 생산의 시대
(2) 빅데이터와 재고의 감소. 글로벌 독점 기업의 등장
(3) 메타버스가 줄여줄 시행착오들
그리고 각 주제를 다룬 후 위에서 언급한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성장>의 힌트를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지를 다뤄 보고자 합니다.
[성장은 어디에 있는가?]
(1) 새로운 세계의 공장과 신성장 산업을 찾아라!
(2) 신대륙이 별거냐? 자원과 돈이 나오면 신대륙. 메타버스
어쩌면 꽤나 우울한 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가올 확률이 높아 보이는 미래의 모습으로 생각됩니다. 어쨌든 우리는 이 시대에 태어나서 이 시대에 묶여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울한 미래가 상상될지라도 마냥 눈을 감고, 부정을 하려고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군요.
이 글은 한 명의 투자자로서 필자가 던지는 의문과 그에 대한 나름의 답입니다.
투자자가 되려면 항상 냉정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비록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세상이지만 저는 등불을 들고 신발끈을 조이고 천천히 앞으로 나가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같이 고민해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