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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Sep 29. 2021

기후위기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1)

- 어느덧 등 뒤로 다가온 위기. 죽거나 아니면 뛰어넘거나

첫 chapter부터 꽤나 마음이 무거운 주제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즉 유동성을 줄일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는 첫 번째 요소는 바로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당장 문제가 눈앞에 보여야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작년 3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나서야,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가 단지 여름에 좀 더워서 불편하다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 더 나아가 인류 문명 자체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세계 각지의 장마와 홍수,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 사태, 미국 텍사스의 폭설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이 코로나와 함께 전 세계를 강타하였습니다. 숲을 줄이고 많은 생명의 터전을 파괴하는 대규모 화재의 경우는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홍수, 대형화재, 가뭄... 어느덧 등 뒤로 다가온 위기 / 출처 : PIXABAY)

작년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선한 이유 중 하나로 코로나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꼽히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는 마치 작금의 기후위기가 갑자기 생겨난 문제인 것처럼 부랴부랴 각종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친환경 산업의 육성과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던 미국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재 가입을 하는 등 미국, 중국, EU 등 글로벌 주요 강대국들의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철 같은 사나이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각국에 기후위기 대응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으로 호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아무리 어깨에 힘을 주는 글로벌 강대국이라 할지라도 거대한 자연의 변화 앞에서는 무기력한 인간일 뿐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 현상입니다. 다양한 기후위기를 이 글에서 모두 다루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글은 ‘지구 온난화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원인 물질을 온실가스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수증기(H2O), 오존(O3)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수증기처럼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문명 활동으로 증가하는 온실가스입니다. 그중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하거나 가축을 키우면서 발생량을 증가시키고, 개발과 개간, 목축 등을 위해 삼림을 파괴하면서 흡수량을 줄이는 이산화탄소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기후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적극적 위기의식을 불러오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본 글에서는 앞으로 ‘기후위기’라는 표현으로 통일하고자 합니다. 본 글은 ‘기후위기’의 가장 큰 Risk를 차지하는 탄소 배출에 focusing을 두어 있으며 본 chapter에서 사용되는 ‘탄소’는 다양한 온실가스 물질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1. 왜 1.5℃ 인가?

- 어쩌면 우리는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넌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 전 세계는 지구 평균 기온을 1800년대 산업 혁명 이전 대비 섭씨 1.5℃ 까지 상승시키지 않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수치가 그 기준을 넘어서면 지구의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기후 상승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21년 8월 초 ‘기후 위기’에 관한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인 IPCC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당초 2050년으로 예상하였던 위 시점을 2040년으로 10년 앞당긴 제6차 평가그룹의 제1 실무그룹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본 자료는 변화에 따른 Risk를 다루는 제2 실무그룹 보고서와 대응방안을 담는 제3 실무그룹 보고서를 포함하여 내년에 확정될 예정인데, 앞으로의 글로벌 기후 정책은 본 보고서를 기초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IPCC :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세계 기상기구(WMO)와 유엔 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UN 산하의 국제기구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는 평가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간하고 유엔 기후변화 협약,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 다수의 글로벌 협약을 채택하는데 기여하였습니다. 


2016년 파리협정으로 대표되는 제5차 보고서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 이상 증가 시 인류에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은 2021년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인류 문명의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나면서 기존의 섭씨 2℃ 또한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것이라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1.5℃ 더 더워진다고 뭐가 문제냐?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정도 수준이겠지만, 몇 가지 예상되는 impact를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기상청의 기후정보 포털에서 발간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관련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해수면 상승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 출처 : PIXABAY)


(1) 육지와 해양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고 많은 지역에서 극한의 고온 현상이 증가할 것이다. 일부 지역에는 돌발적인 국지적 호우에 따른 홍수가, 일부 지역에는 가뭄과 강수 부족이 나타날 것이다. 


(2) 특히 극지가 영향을 크게 받아 빙하가 녹게 되며 해수면은 상승할 것이다. 적도 부근의 군소 도서, 저지대, 삼각주 지역과 같이 바다와 인접한 곳은 거주 터전을 잃게 될 것이다. 해안가의 바닷물 침입, 홍수와 기반시설 피해가 증가할 것이다.


(3) 육지 생물 중 곤충의 6%, 식물의 8%, 척추동물의 4%가 현재의 서식지를 잃을 것이다. 전 지구 육지 면적의 약 6.5%가 새로운 유형의 생태계로 전환될 것이며, 생물 다양성은 훼손될 것이다. 산호초 등 해양 생태계가 훼손되고 해당 해역에 거주하는 생명체의 멸종, 해당 지역에서 어업, 관광 등에 종사하는 수억 명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 


(4) 대규모의 화재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며, 화재로 인한 탄소 발생과 삼림의 파괴로 인한 탄소 흡수 저하가 온난화를 더욱 촉발할 것이다.


(5) 농업과 어업 공간 등이 훼손되어 저개발 국가에서는 각종 사회적인 문제 (빈곤, 난민 발생, 영토 분쟁)등이 직접적으로 확대된다. 선진국 또한 이민의 증가에 따른 사회 문제 및 식량 수급 문제라는 과제를 받게 된다.  


(6) 열과 관련된 각종 질병과 말라리아, 뎅기열 등 열대성 질병이 확대될 수 있고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 등이 창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순하게 위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1.5℃ 의 벽을 넘게 되면 지구가 자체적으로 더욱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그것을 현재 인간의 과학 수준으로는 쉽게 돌릴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결국 위에서 말한 문제점들이 점점 커지게 되고, 지구의 평균 기온은 2℃  3℃ 를 넘어 점점 상승하게 되겠지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인류 문명 전체의 파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을 4℃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이와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인간 활동에 기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까지 감소시키고 2050년에는 순제로 (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국가들이 2050년을 탄소 제로 기한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발간된 보고서를 기초로 한다면 탄소 제로 기한은 더욱더 단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탄소를 덜 배출하는 것을 넘어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고 지구 환경에 큰 Risk를 주지 않으면서도 지구 기온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과학연구도 필요할 것입니다.



2. 갑자기 왠 ‘기후 위기’?


인플레이션을 얘기한다고 해 놓고 왜 갑자기 기후위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기후위기라는 것이 앞에서 보았듯이 인류 문명의 존립에 결정적인 위험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산업의 전환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오지만 그 산업의 전환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들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많은 산업들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2)   전환 과정이 지연될 경우 각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penalty는 점차 커질 전망입니다. 

       (기업 비용의 증가 = 인플레이션)

(3)   산업 전환 과정에서 기존 산업 종사자 및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 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합니다. 

(4)   친환경 산업 기반이 없는 저개발 국가에 대한 지원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입니다. 


(현대 문명을 만든 굴뚝 산업 / 출처 : PIXABAY)


전기, 철, 석유 등 화석연료 등은 모두 현대 산업 문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문제점은 어마어마한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은 발전 산업입니다. (석탄, 석유, 가스등 화석연료 발전소) 그다음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철강 산업과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 등이 이어집니다. 또한 탄소 배출과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삼성전자 등도 국내 기업 중 탄소 배출 Top 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 기업들을 당장 문을 닫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은 원재료 조달, 생산, 판매의 산업의 모든 cycle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 시설을 개선하는 방법입니다.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 출처 : 환경부 홈페이지)


하지만 그동안 ‘친환경’ 이 인기가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친환경에는 막대한 돈이 들고 그것은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이지요. 결국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는 친환경 정책은 중요하지라고 말하면서도 뒤에서는 '경쟁사는 하고 나는 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라고 고민을 해 왔던 것이 현실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보다 석탄 화력 발전이 훨씬 전기 생산 비용이 적게 듭니다. 

제철소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장치를 갖추는데 수백억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거대한 배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비싼 LNG 보다 벙커C유를 쓰는 게 싸게 먹힙니다.


결국 돈이 되지 않으면 기업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국 정부들도 많은 세금을 내고 있고 고용을 유지하며 사회적 영향력과 파워가 강한 대기업들의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에 따른 반 환경 정책을 뒤로는 묵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친환경 정책으로의 전환은 듣기 좋은 이야기일 뿐일까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글로벌 단계에서 활성화되거나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2가지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친환경 하기 싫어? 그럼 사업 접으시던가.

     -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와 탄소 국경세


(1) 탄소배출권 거래제 (친환경 기업이 기후 악당 기업 대비 손해가 가면 곤란하다!)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는 정부가 설정한 기업별 탄소배출 허용량 한도 내에서 각 기업에게 배출 허용량 (배출권)을 할당한 후 기업 간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즉 탄소를 한도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은 탄소를 한도보다 많이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에게 배출권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1997년 교토 의정서 체결 당시 도입이 되었는데, 사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당장 경제 위기 (우리나라의 IMF 외에도 전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발 금융위기 등 다양한 위기들이 있었지요)는 가깝고, 기후위기는 먼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작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관심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던 EU에 이어 중국은 작년부터 일부 지방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Pilot Test 하였으며, 올해 7월부터 전국적인 통합 거래소를 출범시켰습니다. 미국은 아직 일부 주에서만 도입을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국가 단위의 시장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하고서도 전 세계 탄소배출량 중 본 제도의 적용을 받는 비중은 2010년대의 5%에서 현재 20% 가깝게 급성장 중입니다. 


본 제도의 거래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A업체는 탄소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친환경 설비를 도입하였습니다. B업체는 친환경에 무신경합니다. 당연히 B업체가 A업체보다 돈을 적게 들였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앞서서 제품과 서비스를 더 싸게 공급할 수 있고, 이런 상태에서는 결국 A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되게 되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후 악당 기업만 살아남는 슬픈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이때 A업체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 탄소배출권 거래제입니다. A업체는 친환경 설비 도입으로 줄인 탄소배출권을 시장에 팔게 됩니다. 그리고 B업체는 원래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한 탄소 분량만큼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A업체는 친환경 투자 비용을 배출권 거래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신기술의 효율이 좋아서 예상보다 탄소를 덜 배출하면 할수록 A업체의 수익은 올라가겠지요. 


우리가 잘 아는 기업 중에도 이러한 탄소배출권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2020년 가장 핫한 주식 종목 중 하나였던 'Tesla'입니다. 당연히 전기차 업체가 내연기관 업체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을 수밖에 없겠지요. Tesla의 수익 중 탄소배출권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하는 것이 많습니다. 


B업체의 경우 장사는 잘하더라도,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사게 되면 이익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들이 탄소배출 기업을 꺼리는 경향은 높아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친환경 설비를 갖추는 것이 더 싸게 먹히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따라서 탄소배출권 가격을 통해 B업체 같은 업체들이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하게 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것이지요. (아니면 망하게 해서 탄소를 배출하지 못하게 하거나요)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탄소배출권 선물 ETF)

                                       

위의 종목은 미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탄소배출권 선물 ETF”입니다. 현재는 EU와 미국 탄소배출권 선물 시장에 투자하는 지표인데, 보시는 바와 같이 21년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부터입니다) 곧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관련 ETF가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기업은 돈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UN과 World Bank에서는 2020년 기준으로 톤당 22$ 수준인 글로벌 평균 배출권 가격을 2020년에는 톤당 40~80$, 2030년에는 100$ 수준까지는 최소한 올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기후재난을 체감한 각국의 정부들은 이런 가격 상승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들어 자산 시장에서 꽤나 흥미로운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탄소배출권이 석유나, 광물, 곡물과 같은 원자재가 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탄소배출권 자체가 시장에 풀리려면 기업들이 탄소를 적게 배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당장 기업이 탄소 배출을 급하게 줄일 방법은 없습니다. 장기간 막대한 돈을 들여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공급은 매우 비탄력적입니다. 또한 탄소배출권을 많이 소모해야 하는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므로 그 자체가 원자재와 같이 생산 비용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주식과는 별개로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본 시장을 검토해 볼 만도 합니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것 같다고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들의 ‘탄소배출 감소’ 움직임이 단순한 엄포로 느껴지지 않았던 다음과 같은 제도의 도입 때문입니다.


(2) 탄소 국경세 (저개발 국가는 수출하지 말란 말입니까? (응. 맞아)


2021년 6월과 7월, 탄소배출과 관련된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이 EU와 미국에서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탄소 국경 조정세(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가 그것입니다. 


첫 발은 EU가 끊었습니다. EU는 친환경 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탄소 배출이 많은 개발 도상국 등에서 싸게 물건이 생산되어 오면 EU의 기업들은 불공정한 경쟁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따라서 2023년부터는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등 관련 제품을 EU에 수출하고자 한다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하였고, 이것이 탄소 국경세입니다. (2026년부터는 다른 품목에도 전면 적용될 계획) 물론 EU는 WTO, FTA 등 무역 협정에 미치는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만약 당신들이 우리 EU와 동일한 탄소감축 정책을 취하고 있으면 이 세금은 면제해 주겠소!”라고 하고 있습니다. 


탄소 국경세가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요? 관세와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 물건을 수입하는 국가는 우리 물건에 세금을 붙이는데, 우리가 수입해 오는 물건에 세금을 붙이지 않는다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다른 국가들도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EU가 부과하는 세금만큼 EU 기업들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미국도 7월 앞으로 탄소 국경세를 검토하겠다 라고 발표한 상황이지요. EU와 미국이 도입하면 당연히 중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들어 이러한 탄소 국경세에 면세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EU가 무조건 면세를 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가격도 EU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탄소 국경세.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 출처 : 한국은행 홈페이지)

그나마 우리나라나 중국, 대만 등은 상황이 양호한 편입니다. 이들은 자본도 있고 친환경 기술을 도입할 산업적 기반이 충분히 갖춰진 국가들이죠. 정 문제가 되면 돈으로라도 버틸 수 있는 나라들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개발이 필요한 국가들입니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친환경으로 원자재와 제품을 생산하라는 말도 안 되는 미션을 받게 된 것입니다. 


A. 선진국 : 탄소 국경세 도입할 테니 저개발 국가는 우리나라에 수출하지 마시오! 
B. 개발 도상국 : 그럼 우리는 수출을 못하면 뭘 먹고살고 외화를 번단 말이오!!! 
A. 선진국 :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지구를 살려야지!


또한 이들 저개발 국가가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발전소 같은 대규모 설비의 경우는 개별 기업이 자체 자금으로 투자가 불가능합니다. 나라가 돈을 빌려오든,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든, 광산이나 철도 등에 대한 개발권과 수익권을 주든 저개발 국가들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60~70년대와 같이 외국에서 돈을 조달해와야 합니다. 


그런데 국제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은행, 유럽 투자은행, 아시아 개발은행 등 다양한 국제 금융기관들이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발표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삼성생명 등이 2021년 7월 신규 석탄 투자를 중단함은 물론, 기존의 석탄 투자 자금도 회수하기로 하였다는 뉴스가 나왔지요. 그런데 위의 예시와 같이 국제 금융시장은 화석연료 기반의 사업에 자금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또한 당장 올해 10월부터 우리나라 정부도 신규 해외 석탄발전 투자에 대해서는 공공(정부, 공공기관)의 금융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특히 7월 중순 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삼척 블루파워라는 석탄 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회사채를 모집했는데 회사채 수요가 '0'으로 결론이 난 것입니다. 유동성이 넘쳐나서 부실 회사의 회사채에도 돈이 몰리는 요즘 시기에 아무리 기후 악당 산업이라지만 석탄발전 산업에 회사채 수요가 ‘0’ 라니요? 이건 말 그대로 시장이 더 이상 이쪽 계통의 산업에서 장기적인 수익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어떤 미사여구보다 명백하게 보여준 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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