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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Oct 05. 2021

기후위기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2)

- 돈을 풀어야 하는데 Green-Inflation도 오고

(1편에서 이어집니다)


4. 투자도 해야 하고 연착륙도 시켜야 하는데, 남도 도우라고? 

- 산업 전환과 좌초 자산, 그리고 국제 협력.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1) 산업의 전환은 공짜가 아니다.


다른 변수가 더 발생하지 않는 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글로벌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나 탄소 국경세, 공공과 민간의 금융 지원 금지 등 다양한 변화는 친환경 정책을 단순 권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더 이상 존속하거나 성장할 수 없도록 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①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은 글로벌 추세로서 특히 미국, EU 등 글로벌 파워가 강한 국가가 주도해 나가고 있다. 심지어 중국도 친환경 전환에 있어서는 적극 추진 중이다. 


②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공업 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들을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환을 미룬다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며 대한민국 경제의 침체가 크게 우려가 된다.


②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한 대규모의 전환은 기업의 자체 현금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정부의 직, 간접적인 지원 및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④ 친환경 전환은 모든 산업에서 할 수는 없다. 새로 육성되는 산업도 있겠지만, 소멸하는 산업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의 중공업 산업은 대부분 직접적인 고용 및 협력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이 큰 산업인 바, 이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직업전환, 사회 안전망 구축 등의 필요는 더욱더 늘어날 수 있다. 


새로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기존의 산업을 전환하는 것도, 그에 따른 산업 변화와 노동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것도 모두 다 막대한 돈이 듭니다. 2021년 7월 말 정부에서는 한국판 뉴딜 2.0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뉴딜(디지털 전환, 메타버스,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육성), 그린 뉴딜(탄소 중립), 휴먼 뉴딜(인적자원 투자, 사회 안전망 구축, 청년정책 및 격차 해소) 3가지의 큰 주제로 총 220조 원이라는 돈을 투자한다는 계획입니다.


(한국판 뉴딜 2.0 계획 / 출처 : 기획재정부)

                                           

국가가 직접적으로 투입하는 자금만 이 정도 규모입니다. 물론 정권 말기에 발표된 자료라 상당수가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오든 이런 식으로 돈을 푸는 것을 그만둘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각종 투자에 대한 세금 공제, 복지 정책 등 정부가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재정에 각 개별 기업들이 친환경 전환을 위해 진행하는 투자 등을 포함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 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은 세금을 걷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고 기존 산업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기업도 돈이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들은 세금은 깎아 줘야 합니다. 산업이 전환되며 중소기업이 폐업하고 실업자가 발생하면 역시 이들에게도 세금을 걷을 수 없습니다. 


세금으로 비용을 모두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다음 방식은 빚을 내는 것입니다. 국가가 국채를 발행해서 비용을 충당하고, 기업도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주식을 발행하여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대출 이자가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주체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경제 주체는 누구일까요? 국가입니다. 


국가는 지금도 빚이 많고 앞으로도 많은 빚을 져야 하고 다른 이들(기업)에게도 앞으로 빚을 내라고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엄청나게 많아진 빚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바로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1억 원의 빚을 10년 전에 지었던 사람과 최근에 지었던 사람의 실질적 부담을 비교한다면 같은 1억 원이지만 후자가 더 낮겠지요. 그렇다면 과연 금리가 오르는 것을 국가가 선뜻 반길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금리가 올라가도 곤란하고 떨어져도 곤란한 상황이 아닐까 하네요.


※  좌초 자산 (stranded asset)

좌초 자산이란 기존에는 경제성이 있어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시장 환경 변화로 가치가 하락하여 자산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자산입니다. 앞에서 말한 석탄 발전소, 대규모의 석유 정제 장치, 제철소의 고로 등 친환경 정책의 정착으로 급속하게 그 가치가 하락할 것이 예상되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대규모의 설비들은 최소한 30년 이상은 사용할 것을 전제하여 설치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설치를 했는데, 10년 뒤에 못쓰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된다면 기업에게는 막대한 손실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기업이 이쪽 분야에 대한 투자를 선뜻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금을 조달해주는 금융기관들도 막상 이런 투자를 위해 기업에 돈을 빌려주면 돈을 때일 우려가 꽤나 강해지겠지요? 공장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는데 10년 뒤에 기업이 “죄송한데, 앞으로 이 공장은 못 돌리게 되었어요. 돈을 못 벌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굉장히 난감해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좌초 자산에 대한 신규 투자는 앞으로 상당히 어려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2) 제 앞가림도 벅차지만 우리나라만 챙기고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히 각 나라별로 각자 앞가림을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개발 도상국에서 최근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있기 때문이지요. 기후위기에 가장 책임이 많이 있는 국가는 현재 친환경 정책을 소리 높여 주창하는 미국, EU, 중국 등입니다. 개발 도상국의 입장에서는 '후발국가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타고 있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 출처 : SBS 뉴스)


아마존의 대형 산불은 매년 많은 이들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지구 최대의 정글 지역입니다. 대규모의 삼림이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이 되어 주고 있고,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막아주고 있습니다. 지구의 허파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라 담백한 표현이지요. 그런데 브라질 등 아마존 주변국들은 대부분 반복되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아마존 밀림의 벌채를 통한 임업과 밀림 개간을 통한 대규모의 목축과 농업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즉 나무와 땅을 확보하기 위해 불을 지르고, 이 불들이 대형화재로 번지면서 아마존 밀림은 매년 파괴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글로벌 국가들과 각종 국제단체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 입장에서는 우리도 국민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무조건 하지 말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반문을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글로벌 국가들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EU, 심지어 우리나라까지 많은 국가의 기업들이 아마존의 벌목과 목축 사업에 상당히 진출해 있습니다. 그리고 브라질의 주요 수출 농축산물은 소고기와 콩인데 이들의 가장 큰 소비국은 중국과 미국, EU입니다. 막상 앞으로는 아마존 밀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국가들도 뒤로는 아마존 밀림의 파괴를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는 구조이지요.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들도 상당히 바뀌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선진국도 꽤나 난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기후변화 문제는 개발 도상국에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고 그들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압력을 넣는다고 해도 개발 도상국에서 “어차피 몇십 년 뒤에 죽나, 당장 내일 죽나 마찬가지다!”라고 해버리면 선진국에서 자기 나라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들 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명분이 좋다고 한들 단순하게 친환경 정책을 하라고 강요만 할 수 없습니다. 개발 도상국이 기존 산업을 전환하고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게 하기 위한 당근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 도상국에 대한 투자를 더욱 부채질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전쟁이 그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무역 분야를 넘어, 미래 기술과 인권 (신장 위구르 사태 등으로 대변되는) 그리고 더 나아가 자본, 민주주의와 vs 공산당 체제의 이데올로기의 우월성 대결까지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패권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 대비 우위에 서 있는 부분이 바로 친환경 분야입니다.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EU가 인권 문제로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이 바로 태양광 패널의 주원료인 폴리실리콘의 최고 생산지입니다. 미국과 EU가 단순하게 인권의 문제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개도국에 대한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중국이 선점하게 된다면 개발 도상국들은 결국 “미국, EU 등은 말만 거창하게 해 놓고 실질적으로 우리를 도와주고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어. 중국이 최고다!!” 같은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미국과 중국이 단순한 무역 전쟁을 넘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체제의 경쟁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는 생각보다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미국과 EU도 이들 국가에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G7 정상회의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코로나 사태 해결이 급선무이므로 서방 중심의 백신 제공이 주요 내용이었지만, 개발 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는 '더 나은 세계 재건 (Build Back Better World· B3W)’ 계획을 발표하고 대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의논하였습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이 친환경 산업 분야까지 확전 되고 있으며 이 전쟁은 국제전으로 확전 되고 있습니다. 그 승패는 결국 얼마나 더 다른 국가들에게 자신들의 자금력을 과시할 수 있는지 (Show me the Money!)에 달려 있겠지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나라에도 그 청구서는 날아오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우리나라 앞가림도 벅찬 상황이지만 이렇게 또 돈이 들어갈 곳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5. Green-Inflation!


최근 영국 등은 바람의 세기가 약해져서 친환경 풍력 발전의 발전량이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천연가스의 가격이 급등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2021년 9월, 근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석탄의 공급 부족 및 친환경 정책으로의 급격한 전환에 따라 대도시에도 기본적인 전기 공급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정책은 공짜가 아닙니다.


(친환경 발전의 단점 : 인간이 바람과 태양빛을 통제할 순 없다 / 출처 : PIXABAY )


우리는 싼 석탄, 석유 대신 더 비싼 연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원재료 비용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새로운 설비를 들이는 것 모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재료를 이전과 같이 개발 도상국의 노동력 착취 및 마구잡이 개발을 용인하면서 저렴하게 들여오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정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앞에서 언급한 '좌초 자산'의 문제도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기존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는 산업은 존속과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기업들은 해당 시설에 대한 각종 투자를 줄이게 될 것입니다. 최소한 20년 30년은 써먹어야 하는데 10년밖에 쓰지 못한다면 그 자산을 지금 투자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친환경 산업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져서 산업을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문제는 과도기적 과정을 피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막상 석유 추출 설비에 투자를 하지 않고 줄였는데, 이것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의 정착이 늦는다면? 공급은 줄어들고 수요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상황. 즉 가격의 상승 = 인플레이션을 의미합니다. 당장 중국의 경우 친환경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중국 내 수많은 중소 철강 업체들의 지원을 끊고 통폐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철강을 사용해야 하는 건설, 조선, 기계 등 타 업종의 경우는 오르는 원가로 속이 말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아직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현재의 인플레는 일시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그 자신감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동안 디플레이션의 늪에 허우적대고 있던 각 선진국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의로 용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해 봅니다. 더군다나 그 방향이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개발 도상국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면요. 


물론 위기는 이제 바로 등 뒤에 있고, chapter의 제목에서도 적었듯이 기후위기에 따른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은 이제 죽거나 아니면 뛰어넘거나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결국 다가올  Green-Inflation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인플레이션 과정에서도 기회를 얻는 기업은 반드시 존재하겠지요. 


우리는 투자자입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에 짓눌리거나 아니면 그를 뛰어넘느냐...

투자자에게 또 하나의 게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 chapter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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