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팬더 Oct 18. 2021

제갈공명, 천재 전술가?  No! 치밀한 CEO!  

- 어른이 되니 이런 모습이 더 끌리는걸?

재테크라고 하면 굉장히 딱딱한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재테크를 권하면 그것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특별한 지식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고는 합니다. 하지만 많은 고수들은 재테크라는 것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실력과 성과를 쌓아 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몇 달, 몇 년의 시간으로도 부족하고 최소한 10년 이상을 꾸준히 노력해서 결국 성취를 이뤄내신 분들이 많지요. 


그런데 이렇게 꾸준히 가야 하는 재테크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재미가 없는 것이라면 그것도 큰 문제일 것입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적어보는 새로운 시리즈는 위와 같은 고민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재테크를 재밌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물론 재테크에 성공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밌다고 하겠지만, 그 전 단계가 문제지요) 어쩌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즐기던 것을 통해서 이야기를 하면 흥미를 붙이기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만화, 영화, 음악, 소설 등 언뜻 보면 재테크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가볍게 경제와 재테크에 접근해 보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어쩌면 성공적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불러올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저 가벼운 이야기로 끝나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도 또한 꽤 흥미진진한 시도가 될 것 같고, 저 또한 즐기면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바로, 삼국지를 다 읽어보지 않은 분들에게도 너무도 유명한 '제갈공명'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동양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제갈공명! / 출처 : PIXABAY)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인 삼국지연의에서의 제갈공명의 포지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불세출의 책략가. 기발한 전술을 통해 소수의 군으로 다수의 군을 격파한 천재”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빌어오는 일화나 팔진도의 일화 등을 보면 으스스한 주술사의 이미지도 있습니다. 항상 제갈공명의 적들(그것도 덜 떨어진 인사가 아닌 조조, 주유, 사마의 등 그 시대 최고의 두뇌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그의 기책에 농락당하고 패배를 하게 되며, 독자들은 '또 제갈공명이 어떤 기발한 전략으로 상대를 물 먹이고 박살 낼까' 라며 두근두근하며 책을 보게 됩니다.


물론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강력한 적을 상대로 불리한 상황을 기발하게 극복하는 편이 반전도 주고 카타르시스도 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상으로 기록된 제갈공명은 전술가로서는 굉장히 심심하고 견실한 style이었습니다. 소설에서는 재미가 없어 잘 부각되지는 않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기반도 약하고 열악한 촉나라를 견실하게 이끌어간 국가 운영자로서의 면모가 더욱 부각됩니다.


피가 끓는 어린(?) 시절에는 소설 속의 책략가로서의 그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불혹을 곧 앞두고 있는 중년의 회사원, 가장인 지금의 필자에게는 오히려 실제 역사상의 제갈공명의 모습이 더 끌리는군요.


유비가 이릉 전투에서 촉나라의 주력군과 인재들을 깡그리 날려 먹은 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제갈량은 인구 및 영토가 10배가 되는 위나라를 상대로 전쟁에 돌입합니다. 손자병법에서도 적이 자신보다 10배가 넘으면 도망가라는 말이 있듯이, 전략과 상식의 선에서는 무모하다고 볼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제갈공명이 이끄는 촉나라는 이러한 국력 차이를 무시하고 수십 년에 걸쳐 (심지어 그가 사망한 뒤에도 약 30년을) 위나라를 상대로 선전을 합니다. 당연히 소설에 나온 대로 제갈공명이 막 불을 지르기 좋은 바람을 불러오거나, 게임에서 처럼 하늘에서 벼락을 떨어뜨리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제갈량이 당시 시대를 앞서간 최고의 경영 전문가이자 발명가였으며, 기술과 경영 능력을 통해 촉나라의 국력을 크게 키웠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요즈음으로 말하자면 뛰어난 경영, 조직 관리 역량을 가진 CEO가 시대를 앞서간 혁신자이기까지 하다고 할까요? 마치 비유하자면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더한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서기 200년대에 천연가스? 뻥도 그럴듯하게 해야지!


(우리가 아는 그 천연가스 맞습니다. / 출처 : PIXABAY)

당시 촉나라의 주요 특산품은 비단과 소금, 그리고 철과 구리를 비롯한 각종 금속이었습니다. 소금과 금속 제련 산업은 제갈공명의 시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기록만 봐서는 서기 200년대에 가능했을까 의문이 들 만한 ‘오버 테크놀로지’가 많았습니다. 바로 뒷 시대인 진나라의 저서인 <박물지> <태평어람> 등에는 ‘제갈공명은 촉 지방의 땅속에서 불길이 솟아 나오는 화정(불의 우물)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여 암염을 정제하고, 각종 금속을 제련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화정이 무엇인지 훗날 검증을 해 보니, 바로 ‘천연가스’였습니다.


제갈공명은 대나무를 이용하여 원시적인 수준의 가스관을 개발하였고 (가스의 경우 기화하므로 흩어지지 않게 모으는 것이 지속적이고 강력한 화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고열의 화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았습니다. ‘액화’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현대의 천연가스 이용 방식과 원리로는 큰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천연가스 사용을 통해 시간, 공정의 난이도, 땔감에 소요되는 나무 등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대량 공장화 하였는데, 촉나라가 멸망하던 시기에도 소금과 철의 생산에 종사하는 공단의 인력은 근 5만 명에 달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현대의 거대 기업에도 크게 꿀리지 않는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즉 신기술을 이용하여 당시 기술 수준으로 생각 못하던 수준의 에너지를 확보하였으며, 이를 대규모로 조직화 함으로써 ‘산업’의 수준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소금은 두말할 것 없이 고대시대 최고의 생산품이었습니다. (괜히 규모가 되는 고대 국가들이 모두 소금을 국유화해서 관리해 왔던 것이 아닙니다.) 우선 소금에 포함된 염분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또한 당시에는 음식물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 소금이었습니다. 보관 방법이 불완전한 시기였기 때문에 소금이 없이는 안정적인 식량의 공급이 불가능하였고, 식량의 부패에 따른 위생상의 문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즉 소금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가 식량과 인구를 더 빠르게 늘릴 수 있었고, 국력을 강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빛과 소금이라는 말이 괜히 성경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 출처 : PIXABAY)


그런데 이런 소금은 자연 상태로 당연히 존재하지 않으니 소금이 녹아있는 물이나 바위를 끓여서 결정화를 하는 방법을 거쳐야 했습니다. (촉나라가 위치한 사천 지방의 경우 바다와 접한 지역도 없으니 더욱 난도가 높았습니다.) 강력한 화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그만큼 빠르게 대량의 정제 소금을 얻을 수 있었지요. 나무를 태워서 내는 화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천연가스의 화력은 촉나라의 국력 강화에 큰 공헌을 하였을 것입니다.


강력한 화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니 금속 제련 기술도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물론 산이 험하기로 유명한 촉나라였으니 땅에 매장되어 있는 광물의 양은 상당한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원이 많아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겠지요.


청동기 – 철기로 시대가 변화되어 온 것은 모두가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변천을 이끈 것은 바로 화력의 발달이었습니다. 청동의 경우 철보다 용융점이 낮아 제련 및 주조가 철에 비해 수월 했습니다. (약 900도의 온도에서도 제련이 가능한 청동에 비해 철의 제련 온도는 약 1,500도라고 하네요) 한마디로 철을 쓰기 위해서는 더 높은 온도의 화력이 필요했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천연가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촉나라는 나무 무를 태운 화력을 이용한 다른 나라에 비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광석을 제련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고열로 제련할수록 불순물이 더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니, 철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으며 철로 만든 무기와 갑옷의 질이 향상되었습니다. 이것은 질 좋은 무기가 신속하게 대량으로 공급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냉병기 시대에서 다른 나라의 갑옷을 이겨낼 정도로 날카로운 창칼과 다른 나라의 무기를 막을 단단한 갑옷을 갖추고 있었다면 다소의 병력 차이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또한 질이 좋은 철은 무기만이 아니라 농기구의 질도 높였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농업의 효율이 향상되었으며 그에 따른 농작물의 생산량도 늘어났습니다. 제갈공명은 촉나라 각지에 산재한 계곡을 활용한 수리 시설을 적극 늘렸습니다. 특히 과거 춘추전국 시대 때 만들어진 ‘도강언’이라는 댐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는데, 무려 수만 헥타르의 농경지를 추가시켰다는 (믿기 힘든) 기록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관개 시설을 대규모로 건설, 보강하기 위해서는 건설 장비가 충실히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건축 자재를 가져오고 그것을 가공하고 최종 건축물로 완성시키기 위해 위에서 말한 제련 기술이 큰 공헌을 했을 것은 충분히 짐작 가능한 것이지요.


비단의 경우 제갈공명 이전 시기인 한나라 시절부터 실크로드의 시작점을 성도로 꼽을 만큼 전통의 특산물이었지만, 제갈공명은 이 비단 기술을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우선 기술적으로 비단의 염색 과정에서 흐르는 물에 세척함으로써 그 빛깔을 선명하게 하는 방법을 창안했으며, 비단의 생산, 보관, 유통에서 민영(사기업)을 관여시킴으로써 생산성을 향상했습니다.


물론 촉나라의 기후가 비단의 원료인 뽕나무를 심기에 적합하고 산지가 많아 수자원을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는 기본적인 장점이 있기도 했지만 효율화를 거친 촉의 비단은 당대 적국인 위나라의 귀족들이 밀수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지속적으로 중국의 고유한 수출품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갈공명은 스스로 양잠을 장려했는데, 그가 남긴 재산이 소규모의 밭과 몇백 그루의 뽕나무였다는 사실은 당시 촉에서 비단 산업의 중요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2. 전쟁은 뭐다? 보급이다!


위와 같이 제갈공명이 발전시킨 비단 산업은 촉의 주요 외화 벌이가 되었으며, 소금 산업의 발전은 민심의 안정을 가져왔습니다. 금속 제련은 강력한 군사력과 농업 생산력 증가의 기반이 되었지요. 즉 몇 배나 덩치가 큰 상대와 싸움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처럼 내정에서의 단단한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겠지요.


그가 남긴 병법서에는 '군기가 선 군대는 장군이 무능해도 패하지 않고, 반대의 군대는 좋은 장수로도 이길 수 없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며, '국경을 닫고 농업을 권장하며 백성들의 재물을 기른다면 병사들로 하여금 싸우지 않게 하고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라고 하여 전쟁에 있어서의 ‘병참’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결국 제갈공명에게 있어 전투란 전쟁의 연장선이었고,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었습니다. 민심과 경제가 안정되고 그것이 군비 확충으로 이어지면서 내외의 외적으로부터 방어를 할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민심과 경제의 안정을 가져왔고, 더욱 국력을 강하게 하는 선순환 사이클을 이루게 되었지요.


이를 통해 대외 원정에 실패하여도 다음 원정을 시도할 수 있고, 원정에 실패하였다고 나라가 패망의 위기에 몰리지 않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보급을 바탕으로 충분히 우위에 쌓였을 때 이길 수 있는 전투를 하였으며, 전투가 없을 때는 병사들을 활용에 땅을 개간하고 그 지역을 병참 지역화(둔전제) 하여 지역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도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싸워 적을 많이 참하는 장수들은 고금을 통틀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적에게 준 피해만큼 아군이 피해를 받았고, 결국 누적되는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전쟁에서는 패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하게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눈이 멀어 단기적인 수준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선순환의 사이클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서 제갈공명이 얼마나 뛰어난 운영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보면 ‘제갈공명’은 당시의 패배자였습니다. 그가 청춘과 명운을 걸었던 촉나라는 결국 2대 만에 멸망한 나라가 되고 말았고, 천하의 대세는 그가 바라던 방향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역사의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그 뒤 수많은 명사들과 왕조들에게 하나의 지침이 되었으며, 민중들에게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3. 한 번의 실패로 재테크 인생을 접지 않기 위하여


기발한 책략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거두는 것은 굉장히 멋있어 보입니다. 많은 이들이 제갈공명에게 열광하는 것도 이러한 카타르시스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가 실제 역사에서 전력상 열세에 있으면서도 몇 배나 강한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발한 책략보다 전투 전부터 그 기반을 단단하게 다졌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건곤일척의 승부, 배수진 등을 통해 한 번의 전투로 모든 것을 걸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묵묵히 수행한 결과인 것이죠.


재테크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많은 이들이 재테크에 들어오는 계기를 보면 주변의 누가 주식으로 OO 억 원을 벌었다. 누구 집은 3배가 되었더라. 비트코인을 2015년에 샀다면 대체 얼마야? 같은 큰 성공담을 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재테크를 하다 보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시장을 떠나거나 때로는 회복하기 힘든 손해를 보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 투자나 가상화폐 투자는 원금 손실을 끼고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이 그동안 계속 올랐지만, 그것을 깔고 있으면 자산은 불어나지만 당장 필요한 현금 조달에 애를 먹을 수 있습니다. 사업의 영역에 이르러서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지요. 즉 우리가 재테크를 하는 경우 대부분의 경우는 뒤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금흐름이 (+)가 되도록 유지하고, 투자 수익이 나도 과소비를 하지 않고 재투자를 하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부채 규모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고민하는 것. 이것이 재테크의 영역에서도 장기적으로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한걸음만 뒤로 가도 바로 무너지는 투자,

일보 후퇴가 이보 전진을 위한 기틀이 되는 투자,


여러분이 추구하는 투자의 방향은 어느 쪽인가요?

답은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