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기관차가 줄어들면 주유소는 문을 닫을까?
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시내 곳곳에 주유소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주유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차들이 기름을 넣는 곳이라는 답이 오겠지요.
그런데 작년의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Tesla를 필두로 한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신생 기업들이 강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포드, GM, 폭스바겐 그리고 국내의 현대 기아차까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빠르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선진국들은 장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의 생산, 판매, 운행을 중단할 계획입니다. 가장 빠른 EU의 경우 2035년 (불과 10년 조금 더 남았습니다)에는 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홍수, 대형 산불, 온난화에 따른 생물종의 멸종 등 점점 기후위기로 인한 각종 피해가 늘어나게 된다면 이러한 움직임은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점점 내연기관차가 전기차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에서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수소차)로 바뀌게 된다면 도심에 있는 수많은 주유소들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본연의 목적에 맞게 전기차, 수소차의 충전소로 바뀔 가능성이 가장 높겠지요. 하지만 현재 전기차 충전소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 공동생활 시설로 들어오는 상황을 볼 때 기존의 주유소들이 모두 원활하게 충전소로 변신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기차, 수소차 충전소로의 전환 외 최근의 시대 변화에 맞춰 각 주유소들이 변신하고 있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어 본 글에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온라인 물류 확산과 빠른 배송
온라인 배송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그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배송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의 온라인 배송의 경우 편리하기는 하였으나, 오프라인 대비 필요한 물건을 즉시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온라인 배송은 배송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위의 단점을 해소하였습니다.
빠른 배송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자금과 인력을 무한대로 투입하기만 한다면야 배송 시간을 줄이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자원을 무한정으로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 기업들은 빠른 배송을 하면서도, 이익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유통 기업들은 매출 = 점유율 향상을 위해 쩐의 전쟁 중이기 때문에, 빠른 배송으로 크게 이익을 내고 있지는 못합니다) 수단을 찾아야 하며, 제가 다른 글에서 언급한 빅데이터를 이용한 관리 system 효율 향상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
그리고 본 글의 주제인 '주유소'와 관련되어서 주목할 점은 물류 창고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물건을 주문이 들어오기 전까지 보관할 장소가 필요합니다. 주문이 들어왔는데 그때 제조자한테 가서 물건을 받아 와서야 빠른 배송은 요원한 일이겠지요. 물류 창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넓은 창고를 밀집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넓은 물류 창고를 주요 소비처인 도심지에 두기에는 땅값 등을 생각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게 됩니다.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도심지에 이미 자리를 잡은 대형마트들은 자신들의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면 되는 문제지만, 쿠팡 같은 유통 업체는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쿠팡이 도심 내의 물류 창고로 생각하게 된 것은 바로 도심지의 '주유소'였습니다. 2019년 10월에 나온 기사니 조금 시간이 지난 기사입니다.
물류의 거점이 되려면 아래와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주요 소비 장소인 도심지 근처에 위치해야 한다
- 대형 차량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대로변이 좋다
- 물건을 적재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어라라? 딱 도심 내 주유소와 맞아떨어지는 요건이네요.
참으로 공교롭게도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주유소 수요는 점점 줄어들 것 같고요.
유통 업체도 에너지 기업도 모두 잘하면 서로가 가려운 곳을 긁어줄 win-win 관계가 될 것 같습니다.
2. 주유소와 리츠의 연결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동산 자산 운용 회사로 '코람코'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들이 2020년 여름 '코람코 에너지 리츠'라는 회사를 상장시킨 적이 있는데,
이 회사의 리츠를 구성하는 자산 중 대부분이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020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총 임대료 수입의 83%를 현대오일뱅크의 180여 개의 주유소에서 취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리츠>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로 부동산 투자신탁이라는 뜻이다.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하여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수익이 부동산의 임대료에서 발생하므로 예금,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과 일반 주식 대비 낮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상품이다.
(출처 : 두산백과)
주유소를 원래 목적 (차량 주유)에 활용하여 거두는 수익은 물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주유소를 물류창고로 활용하면서 임대료를 받기도 합니다. 수요가 많지 않은 주유소 부지는 드라이브 스루가 가능한 패스트푸드 점으로 개조하거나, LG 베스트샵으로 만들어서 활용하는 등 주유소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땅과 입지'입니다. 도심지 주유소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굉장히 알짜배기 땅을 깔아 앉고 있지요. 그리고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상승으로 이 땅들의 가치도 꽤나 많이 올라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도로변이고 주유 탱크 등이 장기간 지하에 매립되어 토지 정화 비용도 들어가서 주거용 부지로의 활용은 쉽지 않겠지만, 뛰어난 부동산 개발 업자라면 꽤나 구미가 당길 법도 합니다.
그리고 현대오일뱅크라고 하면 하나의 기업을 더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바로 SK이노베이션인데요! 역시 주유소 많이 가지고 있기로는 수위를 다투는 기업이죠. 그리고 마침 공교롭게도 SK리츠가 최근에 KOSPI 시장에 상장을 하였습니다. (21년 9월)
SK 리츠의 상장 투자 설명서를 보면 SK그룹의 본사가 있는 종로의 SK서린빌딩과 함께, 전국의 116개 SK주유소를 가지고 있는 클린에너지 위탁관리 부동산 투자회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발표한 IR 자료를 보면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다른 계열사들이 가지고 있는 건물에 대해서도 자산 매입을 꾸준히 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SK의 계열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의 경우 SK 계열사들이 팔려나가지 않는 한 꾸준히 리츠에 임차료를 안정적으로 지급할 것입니다. 특별히 임차료가 밀릴 우려도 진상 고객이 될 가능성도 낮은 매우 안정적 투자 수익일 것입니다. 또한 SK의 주유소들은 앞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예시와 같이 주유소 외 다른 방법으로도 그 가치를 높여서 활용할 방법을 꾸준히 찾을 것입니다.
3. 글을 접으며...
투자라고 하면 무엇인가 거창하고 전문적인 것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하게 차를 타고 마주하는 주유소만 봐도 위와 같이 여러 가지의 투자 관련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약간의 관찰력과 평소 경제 관련 기사를 보는 습관만 들이면 될 것이겠지요.
※ 물론 당장 위에서 설명한 리츠 주식을 사라는 말은 아닙니다. 리츠라는 상품은 사실상 부동산 경기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룹의 사옥으로 쓰고 있는 오피스야 안정적 수익이 꾸준히 보장되겠지만, 외부 건물은 그것이 확실하지 않을 수 있지요.
또한 금리가 인상되고 채권과 예금의 수익률이 올라오는 시점에서 리츠의 매력은 떨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리츠가 주식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 자산이라고 해도, 엄연히 자본 투자 자산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평소에 투자 대상을 꾸준히 공부하고 모니터링하는 것 자체도 미래를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언제 어떻게 좋은 기회가 올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처음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깜짝 놀랄 만한 차이로 벌어지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투자겠지요.
그럼 이번 글이 독자 분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었기를 바라며,
다음번 글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