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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Oct 23. 2021

그 슈퍼스타는 과연 거액의
가치가 있는가?

- 멍청한 주인과 합리적인 대리인

때는 2001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_MLB) 소속 구단이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엄청난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오클랜드의 4번 타자이자 1999년 리그 MVP를 차지한 강타자 제이슨 지암비가 FA(자유계약 선수)로 풀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가난하기로 손꼽히는 구단인 오클랜드는 지암비가 원하는 거액의 계약을 안겨줄 능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지암비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부자 구단인 뉴욕 양키즈로 이직을 하게 되지요. 많은 이들이 팀 내 최고의 타자를 잃은 오클랜드가 다음 해에는 리그 하위권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시즌 오클랜드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였고, 아메리칸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인 20연승을 기록하는 등 '프로 스포츠에서 가난한 구단은 부자 구단을 이길 수 없다'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례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간단하게 오클랜드가 지암비를 대체하기 위해 택했던 방식은 선택과 집중의 방식이었습니다. 제이슨 지암비는 정교하게 공을 맞출 수 있는 능력과 홈런왕이 될 수 있는 파워, 그리고 나쁜 공을 가려낼 수 있는 선구안 등 타자로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한 명의 선수로 지암비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수백 명의 메이저리거 중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지요. 


그래서 오클랜드는 하나가 뛰어난 여러 선수들로 그의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선구안은 지암비와 비견될 정도였지만 부상으로 포수를 할 수 없었던 스캇 헤티버그, 과거에는 슈퍼스타였지만 노쇠화로 몸값이 싸진 데이비드 저스티스 등 단점이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에 쓸 수 있던 선수들을 데려왔습니다. 이 선수들을 합친 비용은 지암비 연봉의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1명이 내는 결과는 슈퍼스타가 당연히 높을 것입니다. 


하지만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는 1~2명의 슈퍼스타와 7명의 평균 이하 선수로 구성된 타선보다, 9명의 평균 이상의 선수로 구성된 타선이 더 효율적입니다. WAR이란 개념이 있는데 그 선수가 평균적인 선수보다 얼마나 팀에 많은 승리를 안겨주냐를 수치화한 자료입니다. 보통 MVP급 선수의 WAR은 보통 6~9 즉 1 시즌 7.5승 정도의 가치인데, 한 시즌이 160경기가 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한 선수가 차지하는 파이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트에 뛰는 선수가 야구보다 적은 농구(NBA) 같은 경우 마이클 조던이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슈퍼 스타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오클랜드의 프런트는 결과로 입증을 했습니다. 오클랜드는 2002년 시즌 약 900점의 점수를 얻어냈는데 이는 많은 슈퍼스타들과 강력한 타자들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지암비까지 가세한 뉴욕 양키즈의 897점 보다 더욱 높은 기록이었습니다. 오클랜드의 방식이 이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통용되던 상식을 깨버린 것이지요. (이때의 놀라움은 2001년 ~ 2002년 오클랜드 구단을 배경으로 한 '머니볼'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가져왔습니다. 책과 영화로도 나와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단 1년을 운 좋게 거둔 성과가 아닙니다. 빌리 빈이 단장이 된 이후 오클랜드는 16년간 약 5할 4푼의 승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이것은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팀 중 4번째로 뛰어난 성적이며, 앞의 3개 팀은 뉴욕 양키즈 / 보스턴 레드삭스 / LA 에인절스라는 미국 최고의 자금력을 가진 팀들입니다.


(일반적으로 프로 스포츠는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공간이지만... / 출처 : PIXABAY)


#. 그런데 왜 대다수의 구단은 멍청한 전략을 택하는가?


그런데 오클랜드 구단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많은 구단들은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을 거부하였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엄청난 돈을 들여서 슈퍼스타들을 모았습니다. 물론 뉴욕 양키즈 같이 엄청난 자금력을 가지고 있고, 슈퍼 스타가 부가적인 수입으로 연결되는 구단들이라면 이런 전략을 취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분명 자금력의 한계가 있는 다른 구단들도 FA로 슈퍼 스타가 풀리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그들을 영입하였다가, 그들이 부상이나 부진으로 원하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런 분들을 보통 스포츠 팬들은 '먹튀'라고 표현합니다.) 곧 구단의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사례를 꾸준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역시 메이저리그 구단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였습니다. 알버트 벨, 라파엘 팔메이로, 미켈 테하다 등 FA로 엄청난 돈을 써서 강타자들을 데려왔지만... 홈런은 잘 치지만 발도 느리고 수비력도 좋지 않은 스타들만 모인 타선의 조화는 굉장히 엉망이었습니다. (홈런은 여러 가지로 야구의 꽃이지만 아무리 강타자라 할지라도 1년의 전체 타석 중 홈런을 칠 확률은 5~10% 정도입니다.) 타자에 엄청난 돈을 쏟았기 때문에 투수에 쓸 돈이 없었고, 점수를 냈지만 그보다 많은 점수를 빼앗겨 게임에서 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볼티모어는 일명 '시궁창의 2000년대'를 보냈고 아직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약체 팀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FA를 통해 거액의 돈을 퍼부었지만 그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구단들이 많습니다. 90년대 후반의 삼성이 그랬고, 2000년대의 LG가 그 사례이지요... (그놈의 Big Five)


야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왜 많은 구단들은 다른 방법을 통한 성공 사례가 버젓이 존재함에도 계속 슈퍼스타에 집착을 하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성적은 나오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을까요? 팬들 입장에서야 그저 속이 타고 말 정도에 그치겠지요. 하지만 프로 스포츠 구단도 돈 엄연히 비용과 수익, 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인데 이러한 비 요율을 수십 년간 반복한다는 것은 매우 이해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회사와 주식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유리하다고 전제하였음에도 배당을 선택하는 이유


많은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올리기 위해 실시하는 정책 중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라는 정책이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과 주당 미래 현금흐름을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1주의 가치가 올라가므로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전략입니다. 그리고 배당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지분에 따라 이윤을 분배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영업을 해서 이익이 나면 그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일반적으로 현금으로) 방식인데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 꾸준한 현금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역시 배당률이 올라가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만약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유리한 상황임을 전제로 해 봅시다. 그렇다면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성적인 주주'의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배당보다 선호할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배당을 자사주 매입보다 선호하였으며, 주주들도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참여 주체가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굉장히 모순적인 상황이고, 이는 미국의 경제학계에서도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행동 경제학의 거두인 리처드 탈러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가 적은 MISBEHAVING(국내 출판명 :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_리더스북) 이란 책을 보면 이때 미국 경제학계에서 벌어진 논쟁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 1985년 벌어진 본 논쟁은 자사주 매입이 경제적으로 배당보다 유리한 상황을 전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배당금을 지급하는 상황을 놓고 주류 경제학이 말하는 이콘의 전제가 적합한지를 따진 논쟁입니다. 또한 본 글에서도 기부금이나 면세 계좌를 통해 배당에서 절세를 하는 사례는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즉 본 글은 자사주 매입이 유리한지 배당이 유리한지 자체를 논쟁하고자 한 것은 아님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당시에도 미국은 배당 수입에 대해서 주식양도 차익 대비 높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러한 이익의 차이가 직관적으로 인식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행동 경제학파 쪽에서 생각했던 근거로는 일부 주주들은 심리적으로 '수입'으로 인식할 수 있는 뭔가를 얻고 생활비로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부정적 느낌을 떨치기를 원하거나, 원금은 건드리지 않고 그에 따른 소득만을 소비하는 것이 신중한 생활방식이라는 생각이 경제 불황을 겪은 세대의 머리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추정하였습니다.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더 큰 이익이 된 메리츠 case / 출처 : 네이버 뉴스)


※ 올해 KOSPI의 메리츠 금융그룹이 일괄적으로 배당 정책을 변경하고, 배당을 줄이는 대신 자사주 매입을 늘리기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메리츠 금융그룹에 속한 3 회사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폭락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임을 이해한 일부 투자자는 그때 주식을 싸게 취득하고 기업가치 상승의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아쉽게도 필자 또한 그때 자사주 매입보다 배당에 더 큰 가치를 두었고, 주식을 매도하였지요)



# 대리인 문제? 어떤 경우에는 멍청한 주인과 합리적인 대리인


(1) 일반적인 대리인 문제

물론 자사주 매입과 배당 중 자사주 매입이 더 효율적이라 해도, 배당을 더 선호하는 주주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행동 경제학파가 밝히고자 하였던 것은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심리적, 사회적 사유로 경제적으로 불리한 행동을 하는 경제 주체들이 있다 (즉 주류 경제학에서 전제하는 합리적인 개인_이것을 이콘이라고 합니다_은 실제 그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의 메이저리그 구단의 사례에서 그중 하나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경제 이론 중 '대리인 문제 (Agency Problem)'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개인과 집단에게 의사결정 과정을 위임받은 대리인(ex. 전문 경영인과 주주)이 정보의 불균형, 이해관계의 불일치로 인해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하여 위임자에게 손실을 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역시 위의 책에서 나온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사업부에 두 번 중 한 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제안이 들어왔다. 투자를 하면 50%의 확률로 2,000만$의 수익을, 50%의 가능성으로 1,000만$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때 기대 수익은 프로젝트 하나당 500만$이다.'

처음에 나는 그 투자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거수를 통해 물었다. 
이때 23명의 조직 임원 중 단 세명만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대주주에게 질의를 했다. 이 프로젝트들이 각자 독립적인 것이라면 23개 중 몇 개를 착수하겠습니까? 

그는 23개 모두를 투자하겠다고 하였다.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별로 기대수익이 (+) 였기 때문에 23개 프로젝트를 할 경우 손실을 볼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었다.

                                                                                      - 리처드 탈러 (MISBEHAVING 중)


기업 전체의 이익을 향유하는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전체 기업 입장에서 이익이 된다면 그 프로젝트를 할 수 있지만, 개별 조직의 임원의 경우 프로젝트 성공으로 50만$의 수익을 거둘 경우, 그는 약 10%~20%의 추가 보너스를 얻는 데 그치겠지만, 실패할 경우 자신의 자리를 잃을 수 있기에 새로운 사업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전문 경영인과 주주 이익의 충돌은 오랜 고민거리이다 / 출처 : PIXABAY)


(2) 하지만 많은 경우 주인이 문제였다

많은 이들이 위 사례를 대리인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사용합니다. 하지만 리처드 틸러는 이런 사태의 주범은 명확하게 대리인이 아니라 '주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조직의 관리자들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그 결과가 손실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 당시의 판단이 충분히 합리적이었다면 보상을 주는 (최소한 질책은 하지 않는) 조직문화를 구축하지 못한 문제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멍청한 주인의 문제가 위와 같은 소극적인 경우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구단주였던 피터 앙헬로스는 우승에 대한 열망이 아주 큰 사람이었고, 그를 위해 엄청난 지갑을 풀 준비가 되어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야구에 대한 지식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에게 야구는 잘 때리는 강타자들을 잔뜩 모아서 안타 치고, 홈런 치고 점수를 내면 되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강타자 영입에는 엄청난 돈을 풀었지만, 투수들에 대한 투자는 인색했습니다. 후에 통산 270승을 거두고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팀의 에이스 '마이크 무시나'가 FA로 풀렸을 때 '투수에게 1천만$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하며 그를 다른 팀으로 떠나보냈죠. 그 결과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싼 슈퍼스타들로 채워졌지만 조화가 전혀 없는 공갈포 타선과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볼 수 없는 투수진의 환장 같은 조합이었습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의 문제도 봅시다. 많은 주주들에게는 자사주 매입이 배당보다 유리한 상황이라 해도, 대주주의 경우에는 경우가 다릅니다. 그는 기업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파는 것으로 수익을 거두는 것이 어렵습니다. 주식을 팔게 되면 대주주 과세가 되니 세금 측면에서도 이익을 얻을 수가 없지요. 즉 대주주에게 있어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좋겠지만) 직접적인 이익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으로는 멋진 스포츠카를 사지도, 아름다운 바닷가의 별장을 살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주주는 직접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오는 현금 (배당)을 선호하게 됩니다. 또한 이는 너무 어리거나 전문성이 없어서 기업의 경영에 참여시키고 급여를 줄 수 없는 대주주의 자녀와 친척들에게도 굉장히 구미가 당기는 방식이지요.


볼티모어 구단의 관리자들은 "왜 저런 비효율적인 타자를 거액을 주고 영입했나요?"라는 질문에 "He Want Him!"이라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기업의 Head 부서에 있는 임직원들도 M&A 등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대주주'의 이익을 필연적으로 고려하여 회사와 다른 주주 입장에서 불합리하게 보이는 의사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경제적인 인간을 고려할 경우에는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지만, 그 속사정을 보면 비 경제적인 이유로 오히려 개인의 기준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왕왕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 시장은 합리적인가? 끝나지 않을 논쟁


우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이라고 전제하는 수많은 경제학 이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복잡한 경제적 현상을 매우 분명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때론 시장은 경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합리한' 현실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제 주체들은 경제적 이유와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학적으로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당연히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 시장이 정말 합리적인 공간이라면 기본적인 '가치투자'의 논리는 처음부터 판을 다시 짜야할 것입니다. 그 기업의 가치가 시장 가격에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다는 이론을 따르면 그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경우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지요. 하지만 분명 많은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수익을 내고, 고평가 된 기업을 실수로 들어가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시장이 합리적이기만 하다면 가끔씩의 급락과 급등은 없겠지요 / 출처 : PIXABAY)


시장의 합리성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가치로 수렴하게 되어 있다고요. 어쩌면 매우 긴 장기 시계열로 보면 이 표현도 옳을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그 비중이 올라가고 있는 ETF 투자의 기본 원리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투자자는 극히 소수다'라는 원칙에 따라 시장 가격을 추종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구성했지요.


시장은 과연 합리적인가? 불합리적인가? 그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끝나지 않을 전쟁과 같을 것입니다. 그 답은 아마도 지금의 경제 체계가 유지되는 한 쉽게 나오지 않겠지요.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관점에서는 시장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만약 시장이 진정 합리적이기만 한 곳이라면 시작이 늦은 우리들이 시장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경제생활 중 가끔 비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밤에 이불을 차거나 계속 머릿속으로 '아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어!'라는 한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내가 산 주식은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매번 자신을 탓하곤 하지요. 하지만 그저 비관만 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가질 수밖에 없는 당연한 모습일 것이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시장의 불합리성이 우리에게 꽤나 멋진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구단들이 합리적인 경제적 인간이라면 오클랜드 같은 가난한 구단은 지구 1위를 평생 할 수 없었을 것이니까요. 이것이 우리 세상이 재미있는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요?


그럼 이번 글은 여기까지 적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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