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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Feb 19. 2023

PRS 청산... 어쩌면 기회?

- PRS Block Deal에 너무 열받지 마세요

 [본 글은 구체적인 종목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 목적이 아니며, 주식의 향후 가치를 보장하는 글도 아님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주식의 가치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므로, 다양한 상황 변경에 따라 본 글에 적힌 판단은 수정, 철회될 수 있습니다.]


 흔하게 접하기는 어려운 용어지만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PRS계약이라는 용어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파생 계약의 일종이라고 하면 첫 단어부터 뭔가 머리 아프고, 괜히 어려울 것 같지요. 하지만 대기업의 자금 조달 기업으로 종종 쓰이는 것이다 보니 한 번쯤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어 보입니다. 생각보다 쉽게 설명이 되고 쉽게 이해가 되는 사례니 한번 적어 보겠습니다. 


1. PRS 계약의 기본 구조


 PRS는 Pricing Return Swap의 약자입니다. '주가수익스왑'거래라고도 표현하는데, 회사가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동시에 거래상대방인 투자자들과 매각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자가 해당 자산을 처분할 때 매각액과 최초 매수액의 차익을 회사와 정산하는 계약입니다. 


 예를 들어 A회사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봅시다. 그리고 마침 A회사에게는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B라는 계열회사의 주식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면 B회사 주식을 팔거나, 그 주식을 담보로 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것입니다. 


 하지만 B회사 주식이 장기적으로 현재 시점보다 더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금 돈이 필요하다고 B회사 주식을 파는 것은 A회사 입장에서 아깝습니다. 그리고 B회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게 된다면 일반적으로 담보로 제공하는 주식 가치보다 적은 돈을 빌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투자자 C의 입장에서 봅시다. C는 빌려줄 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돈을 그냥 빌려주는 것도 나쁘지야 않겠지만 투자자는 항상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특히 다른 곳에서 돈을 끌어와서 그 돈을 가지고 더 큰 수익을 내야 하는 금융기관들이라면 단 1%의 초과수익도 소중하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A와 C가 아래와 같이 합의를 합니다. A는 계열회사 B 주식을 C에게 팔고, 그 주식의 대가를 받습니다. (이때 B주식의 주당 가치를 5만원이라고 봅시다) 일정기간 C가 B 주식을 팔았을 때, 


1) B주식이 7만원으로 되어 있다면, C가 A에게 주당 2만원 (매각가 7만원 - 매수가 5만원)을 지불하고, 

2) B주식이 3만원으로 되어 있다면, A가 C에게 주당 2만원 (매각가 3만원 - 매수가 5만원)을 지불하는


계약을 맺는다면, 이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PRS 계약입니다. A의 입장에서는 일단 급한 돈은 조달하되, 향후에 B주식의 가치가 올라갈 경우를 대비한 hedge를 본 계약으로 하게 되는 것이고, 투자자 C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파생거래에 대한 수수료 + B주식이 지불하는 배당금을 수취하면서, B주식의 가치 하락에 대비한 hedge를 하게 되는 구조가 됩니다. 


 생각보다 간단하지요? B주식이 오르면 팔고 돈을 조달한 A회사가 이익을, B주식이 떨어지면 사고 대가를 지불한 C 투자자가 이익을 보는 파생계약이 바로 PRS 계약인 것입니다. 


2. PRS 청산... 너무 열받지 마세요


 여러분이 C 입장이라면, B회사의 주식이 오르면 오를수록 PRS 계약에 따른 손실이 누적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B회사의 주가가 계속 오를 것 같다면 보유 중인 B회사 주식을 팔고 계약을 청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사례를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2년 11월 30일 '두산 밥캣'이라는 회사 주식에서 500만주의 Block Deal이 나왔습니다. (Block Deal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많은 물량을 가지고 있는 대형 투자자들이 매수자를 구해서 한 번에 매도하는 거래로 보시면 됩니다. 저 정도의 수량을 일반 거래에서 팔기에는 너무 시간도 많이 걸릴 테니까요.) Block Deal의 경우 통상적인 규모보다 훨씬 많은 수량을 거래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매수인이 우위가 되고 할인판매를 하게 됩니다. 

 전일인 11월 29일 두산밥캣의 종가가 41,350원이고 35,550원이니 무려 14%가 급락하게 되었으니, 이 종목을 가지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눈앞이 아찔할 일입니다. 자 그런데 이 Block Deal의 배경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그래도 화가 좀 가라앉지 않을까 하네요.


[본 항목은 두산밥캣(B회사)의 주주인 두산에너빌리티(A회사_구 두산중공업)의 사업보고서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Ⅱ. 사업의 내용 - 5. 위험관리 및 파생거래 항목 참고>]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주식 약 987만주에 대하여 NH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와 PRS 계약을 한 상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준가액은 37,500원이네요. 그렇다면 앞에서 보았듯이 '두산밥캣'의 주가가 37,500원 이상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이익을, 이하면 4개 증권사가 이익을 보는 구조겠네요.


 앞에서 '두산밥캣'의 주가가 4만원을 넘은 상황이라고 했지요? 그럼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이 가격이 유지되거나, 여기서 더 가격이 오르면 정산 시점에 큰 손실을 봐야 할 것입니다. 주식이 떨어지기까지 버티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잘 아시다시피 요즘 증권사들 자금 사정이 좋지가 않지요. 급하게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두산밥캣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을 여유도 없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권사는 Block Deal을 선택한 것이겠지요. 참고로 Block Deal을 한 가격은 주당 37,000원이니 아슬아슬하게 증권사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이 이루어졌군요. 


 아직 PRS 계약에 따른 잔여 주식이 487만주 정도가 남았으니 (기존 : 987만주 - 블록딜 500만주) 완전히 본 issue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가격이 한번 더 올라주면 증권사들의 잔여 물량 487만주가 시장에 풀리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PRS 계약이 누르고 있던 두산밥캣 주가에는 좋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겠지요? 대량으로 풀릴 물량이 없어지게 되니까요.


 물론 이번에 987만주가 한 번에 다 나왔으면 일시적으로 더 크게 빠지긴 했겠지만, issue를 한 번에 털고 가서 더 좋을 뻔했습니다. 그래도 PRS 계약이 아래와 같이 2018년부터 계속 밥캣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도 장기적으로는 앞으로를 기대해볼 만할 것입니다. 그리고 증권사들이 이번에 계약을 일부 청산한 것은 앞으로 두산밥캣의 주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 (즉 증권사의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사업보고서 공시 내용으로 본 두산밥캣 PRS 계약의 이력]


 PRS계약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시장에서 진행되는 PRS계약이 모두 위의 예와 같이 Hedge 및 자금조달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조금 더 복잡한 내용이므로, 다음글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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