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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Jan 27. 2023

중산층. 소득이냐? 자산이냐?

- NH투자증권의 2022년 중산층 보고서를 통해

 1년에 한 번 각종 금융기관들이 부와 관련된 통계를 내곤 합니다. 그중에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항목은 당연히 '부자'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자산이 얼마 이상이면 상위 1%라더라 같은 통계가 나오면 언론에서 곧 대서특필이 되지요.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한숨을, 소수의 사람들은  안도(?)를 느끼곤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자료NH투자증권에서 나온 '부자'와 '중산층'에 관한 자료입니다. 2022년 발간된 자료니 조금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꽤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서 일부 다뤄보고자 합니다. (우선 중산층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다음 글에서 부자에 대한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상단과 하단이 모두 열린 그 이름 '중산층')

 '중산층'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뜻을 품고 있지만, 본 보고서에서는 일단 경제적 기준에 따른 중산층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재 OECD에서는 각국의 중산층 기준을 중위소득의 75%~200% 구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가구별 중위소득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人별이 아니라 가구별임을 유의)



 그리고 위의 자료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설문조사를 통해 중산층의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하였습니다. 조사에 응답한 사람 중 위 중산층의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지를 보았는데, (놀랍게도라고 써야겠지만... 사실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OECD기준의 중산층에 속하는 응답자의 45.6%가 스스로를 하위층으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조사 결과를 조금 더 자세히 적어 보겠습니다.

1) 우리나라 중산층은 월소득 686만원(4인가구)은 되어야 중산층이라 생각. 이는 2021년 우리나라 가구소득 상위 24% 수준

2) 우리나라 중산층은 월소비 427만원(4인가구)은 되어야 중산층이라 생각. 이는 우리나라 가구 상위 9.4% 수준

3) 우리나라 중산층은 순자산 기준으로 9억 4천만원(4인가구)은 있어야 중산층이라 생각. 이는 우리나라 가구 순자산 상위 11% 수준

4) 우리나라 중산층은 8억 4천만원의 부동산이 있어야 중산층이라 생각. 그러나 실제 중산층의 보유 부동산 가액은 3억 9천만원 수준

5) 기혼, 4인 가구 (부부 + 자녀2)를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기준으로 인식하나 4인 가구는 2021년 통계상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4.7%에 불과


 실제 기준사람들의 인식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득의 경우에는 그럭저럭 선에 걸려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소비나 자산의 경우는 정말 괴리가 크군요. 아무래도 2021년까지 장기간 부동산이 상승하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자산 가격에 대한 기준이 크게 올라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23년에 같은 조사 방식의 자료가 나와주면 꽤나 재밌을 것 같네요.



 대부분의 언론들은 위와 같은 괴리를 다루면서 '중산층의 기준과 인식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곤 합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다른 이들의 모습을 더 빠르고 가까이서 접할 수 있게 되어서다! 그러니까 현실적인 삶에 맞춘 인생 설계를 하시라 마시라 등등'의 교훈적인(?) 이야기를 던지곤 하지요.


 그런데 이 정도가 되면 사람들의 인식을 문제 삼는 것보다, 중산층의 기준이 너무 나이브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져볼 만합니다. 현재는 중산층의 기준을 중위소득으로 잡고 있는데 자산 가격이 급 상승한 최근 몇 년을 생각하면 기준의 변경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존과 같이 중산층의 기준을 소득으로만 본다면 (일부 정치인과 언론들을 민망하게 만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통계가 나와버립니다. 2019년 대비 2021년에 오히려 중산층이 증가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중산층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어라라?)

 사실 대부분의 보고서에서 '부자'의 기준을 자산 OO억원 이상 등으로 잡고 있지요. 서로 기준이 달라버리면 필요에 따라 입맛대로 통계를 인용하기에는 편하겠습니다만 이런 기준은 가급적 동일한 기준으로 맞춰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물론 2022년은 미국 연준이 "이것들이 저축하고 투자로 불린 돈이 많으니까 배가 불러져서 일을 하러 나오지 않는다! 일을 할 생각이 가득하도록 자산을 때려잡아야 한다!" (라고 공식적으로 말한 바는 없고 제 머릿속의 대뇌 망상입니다)라는 느낌이 들도록 강력한 긴축정책을 진행했었고 그에 따라 자산가격이 급락하였으니, 미래에는 다시 소득을 기준으로 중산층을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할 가능성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미래가 오더라도 부자의 기준은 여전히 자산 OO억원으로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글을 접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은 NH투자증권에서 낸 2022년 상위 1% 가구 보고서 자료를 기준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글을 쓰고 나니 생각나는... 가진 이는 많지만 끝까지 읽은 이는 드문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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