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연간 실적 이사회에 주주총회 준비에 공시 준비로 바빠야 하는 것이 정상인 시기지만, 옆 부서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다 보니 부랴부랴 짐을 싸서 사무실에서 나와 버렸습니다. (멍;;;) 갑자기 생긴 계획에 없는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MBTI 조사라는 것을 한번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꽤나 잘 맞는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 INTJ (용의주도한 전략가, 과학자형)
이런 조사라는 것이 그때그때의 기분이나 느낌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보니 큰 의미를 둘 필요야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맞는 것들이 많다 보니 꽤나 즐겁게 읽어 보았습니다. 가끔 머리를 식히는 것에도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단지 한번 보고 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런 성격 유형과 제가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적, 지적 활동인 주식투자와 한번 연결해서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테크라는 것도 결국 그 사람에게 맞는 방법을 택해야 성공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제 성격 유형에 맞는 투자 방식이 있을 것이고, 투자 성공을 위해 보완해야 하는 성향도 있을 것이고 (조금 머리도 식힐 겸) 고민할 가치는 충분할 것 같네요^^
1. 논리와 체계화를 즐기는 성격
- 구상과 파악은 거시적으로 처리하고, 지식과 사고는 수렴적으로 들어감.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대상을 개념화하고 체계와 진행 방식을 이해하려고 함. 예측을 즐기며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냄
☞ 주식 투자 공부를 할 때 거시적인 지표의 개념을 이해하고, 관련하여 연결된 논리적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편입니다. 이런 방식은 다른 이들에게 (실제보다) 있어 보이게 설명하는 것에도 좋고, 제 기준에서 논리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낸다면 주식의 이익, 손실과 무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하며 잠이 들 수 있는 장점이 될 것 같습니다.
☞ 반면 예측이 불가능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거나,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심리가 털리거나 사고를 정지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라는 것을 논리적인 로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심리와 불확실성의 영역에 더욱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 점을 앞으로도 충분히 이해해야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꾸준히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논리로만 돌아간다면 경제학자와 대학교수가 성공한 투자자가 되었을 것이다)
2. 참신한 발상을 탐구하는 것을 지향
- 창의적인 사고나 색다른 관점, 반대 의견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음. 사회 통념을 회의적으로 바라볼 줄 알며 때로는 전문 지식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음. 기존의 편의성보다 혁신을 중시함. (의외로) 잡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보냄
☞ 저 또한 증권사 리포트를 보다가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신기한 내용을 보면 눈이 반짝반짝, 말초신경이 번쩍 하는 성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산업 분야도 일반적으로 성장주로 불리는 신기술, IT, 무형자산, 고 PER 산업 등이 다수입니다. 소위 꿈을 먹는 산업을 위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개별 기업을 분석해서 투자하는 것보다는 지수나 분야 등에 대한 ETF 투자가 더 잘 맞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개별 종목 투자 비중이 더 높긴 하군요 -_-)
☞ 역시 단점은 꿈을 먹고사는 산업을 좋아하다 보니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꽤나 재미가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경기민감주, 경기방어주 쪽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뭔가 흥미가 가지 않습니다. 또한 앞으로 좋아질 산업을 맞춘다고 하여도 내가 가지고 있는 기업이 미래에도 그 산업 내 살아남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실속 없는 헛똑똑이 짓을 할 우려도 있습니다. (역시 이런 것을 생각하면 ETF 투자를 해야...) 하늘만 보면서 가다가 구멍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땅에 발을 붙이는 것을 연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3. 지능, 지식에 대한 고집과 몰두
- 목표를 설정하면 실현화될 때까지 전념하는 경향이 있고, 자존감을 얻는 계기는 대부분 '날카로운 지적 행위'에서 비롯됨. 깊이 있는 프로젝트나 아이디어에 전념하는 것을 즐김
☞ 좋게 말하면 집중력이 높고 주관이 강한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바람이 불고 불이 붙으면 저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속도로 일을 처리하고 새로운 지식을 우걱우걱 먹어 치우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할 때도 공부와 시간 투자, 자료 정리가 필요한 유형의 투자 방식에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거시 경제를 놓고 공상을 하며 산업 구조를 이해하고 기업 분석을 하는 등 조금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공부 방식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겠네요.
☞ 다만 흥미가 식으면 급격하게 효율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제가 글을 꾸준히 쓰지 못하는 것과도 연결이 되는데, 흥미로운 주제가 있다면 하루 종일 글을 쓰거나 단숨에 글을 써 내려가는 반면 그러한 흥미가 잠시 식으면 (어떤 이유로든) 시간이 남아도 타이핑을 하는 것을 귀찮아합니다. (그런 점에서 매일 꾸준히 글을 쓰시는 온라인 이웃 분들은 그저 경이로울 뿐입니다) 그나마 이제 아내와 아이를 지켜야 하는 가장으로서 학생 때와 같은 모습을 보일 수는 없겠지요.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연료를 넣고 스스로를 독려해야 할 것입니다.
(어느 순간 스스로 놀랄 만큼 늘어져버리는 너구리팬더씨...)
4. 다소 오만, 무례하거나 모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함
- 너그러운 인상과는 거리가 멀고 의리 막론하고 합리적인 흠결을 공격하는 편. 언쟁 시 상대의 논리적 흠결을 지적하며 상대를 끝까지 추락시키려는 기질이 있음. 불손한 재치와 블랙 코미디 유형의 유머 감각으로 현실을 풍자함.
☞ 제가 존경하는 전설적인 투자자인 고 앙드레 코스톨라니 옹이 언급했듯이 투자자는 때로는 '대중이 틀렸고 내 생각이 옳다'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주식 투자에서 성과를 얻는 사람이 5% 내에 불과하다는 것은 대중과 같이 가는 것이 성과와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과 다른 결과를 종종 마주하게 되지요. 이럴 때 스스로의 판단에 신뢰가 없다면 시류에 휩쓸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왕왕 발생할 것입니다. 때로는 오만한 모습도 투자자의 필수 자질이 아닐까 하네요.
☞ 하지만 역시 존경하는 위대한 케인즈 경이 주식시장은 미인대회라고 했던 말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앞의 성공 방식만을 고집하다가 결국 쓸쓸하게 퇴장하는 투자자들도 항상 주변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꽤나 모순적인 말이지만 투자자는 완고한 동시에 유연해야 한다고 했었죠.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잘 버티지만, 뿌리가 얕은 나무가 바람에 맞서려 하다가는 부러지겠지요. 자신의 뿌리가 굳게 서기 전까지는 바람을 버틸 수 있는 유연함도 중요할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몇 번 다른 글에서 다룬 내용이지만 사람들이 투자나 재테크를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때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이들이 성공했던 방법을 택한다고 한들 그 방법을 실현하는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라면 그 방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테스 형이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한 것이 철학의 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손자형이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썼던 것이 병법의 영역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MBTI로 대변되는 성격 유형 검사를 재미로 하는 것이나 직업, 사회생활, 인간관계 등에 적용하는 것도 좋겠지만 투자자를 지향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어떤 장점을 살리고 어떤 점은 보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한 번쯤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스스로에게 맞는 신발을 신는다면,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보다 발은 덜 아프고 더 빠르게 더 먼 길을 갈 수 있겠지요. 그럼 이번 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