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삶은 원래 고통스럽다.

by 피오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아침 8시의 서울 지하철.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하기 위해 인파 속에 내 몸을 구겨 넣는다.


좁아터진 지하철에서 옴짝달싹 못하다보면, 따뜻한 침대 속이 절로 그리워진다. 고통은 매일 아침 내 피부를 뚫고 마음 속 깊숙히 파고든다.


어느날 목요일 아침 “아 너무 힘들다,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해진 문득 예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순간이 생각났다.


2019년 2월 어느날 스페인 북부 어딘가, 그때도 머릿속에 온통 힘들다는 생각 뿐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산티이고 순례길 순례자들의 후기는 분명 행복해보였는데, 온 길가엔 꽃과 풀이 무성하고 친절하고 재밌는 외국인들도 분명 많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하지?”


20키로를 넘게 걷고 있는 그 상황 속에서 나는 힘들기만 한 그날의 여정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원래 힘든 길이야!”


20kg이 넘는 가방을 메고 매일 25km씩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원래 힘든 길이다. 원래 힘든 길을 힘들다고 불평하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렇게 힘든 여정임을 알면서도 편하게 행복하기만 바란다면 그것이야말로 욕심 아닐까?


이 생각이 든 순간 마법처럼 주변의 풍경, 새소리, 상쾌한 공기들이 갑자기 잘 느껴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잠깐 쉬며 마시는 콜라도 더욱 달게 느껴졌고, 만나는 외국인들도 더욱 정답게 느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 속의 보석같은 순간들이 더욱 잘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행복이 기본값이면, 행복 외에 모든 순간들이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반면 고통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면, 고통 외 모든 순간이 다 기쁨과 행복으로 느껴지게 된다.


약 2500년 전 부처가 그랬고, 약 200년전 쇼펜하우어가 그랬듯이 어쩌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그날 출근길에서도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어떤 보석같은 순간들이 있을까 찾아나선 것만으러도 나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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