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지우기

되찾은 시간과 소중한 사람들

by 피오

지난주 유튜브를 지웠다.


퇴근하고 너무 힘들어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며 유튜브를 보는 것이 어느덧 휴식이라는 미명 아래 안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아버렸다.


그러다 보니 운동 갈 시간에 늦게 되고, 잠에 늦게 들게 되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보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문득문득 생각나게 되는 것이다. 이게 중독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생각나는 것이 유튜브가 아니라 담배든 술이든 중독적인 무엇이든 대입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을 보니 나는 유튜브게 중독됐던 게 분명하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등을 쓰신 정희원 노년내과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유튜브 쇼츠를 보는 것이 실제로 휴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가속 노화를 앞당길 뿐이라고 했다. 뇌도 함께 휴식해야 하는데, 몸만 누워있고 뇌는 계속해서 짧은 정보를 끊임없이 처리해야 하니 휴식이 안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일전에 담배를 끊었을 때처럼, 일종의 유예기간 없이 단박에 유튜브를 삭제해 버렸다. 처음엔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괜히 불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내 곧 일상의 빈틈 곳곳에 숨어 있던 시간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만, 그 시간에 무얼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었다.


이튿날,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크린도어에 비친 하릴없이 서있는 나를 바라보며,

‘지하철은 못해도 20년 전부터 계속해서 타오고 있는데, 그 옛날에 나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무엇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에 지하철을 기다리며 나는 학교 공부, 친구들, 선생님, 가족, 게임 이런 것들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에 나는 유튜브에 정신을 빼앗겨 쓸모없는 시간만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시간이 아까웠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하지 않으니 회사에 출근해서는 실수하고,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무관심해지고, 어느덧 꿈도 취미도 체력을 핑계로 귀찮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적어도 출근 시간에는 내가 해야 할 일과 나에 대해서, 퇴근 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복으로 가는 지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