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정도로 우열을 가리는 순간

그만큼 어리석어 보일 때가 없다

by 원나

최근 대표 친구 (10년 지기 친구와 동업 중인 관계로, 자주 등장하는 지칭입니다.)와 함께 두루 알던 몇 명의 사람들을 정리하고 회고하는 과정에서 듣게 된 표현이다. (피부로 감각하고 밀어냈지만 알지 못했던, 그 이유를 명료하게 해 준 표현을 찾아 기뻤다.)


“지식의 양“으로 우열을 가리는 태도가 베어날 때 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듯 마음속에 커다란 벽이 생겨난다.


어떨 때는

그 사람과 함께한 추억이 많아서,

그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그 사람의 능력이 나한테 필요해서,

그 상황이 피할 수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그 성질을 가리게 만들거나, 멀어지는 시점을 유예하지만

묘하게 기시감이 드는 불편감이 올라오는 순간

아,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방향이 아니다.

멀어져야겠다.

라는 확고한 결심이 훅 치고 올라온다.


서울대학교라는 상징적인 곳에서 학부를 보내면서 수도 없이 겪은 기억이 난다. 어떤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보다 내가 우월하다 확신하는 태도.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반추해 보지 않고,

논리적인 옳고 그름만의 잣대로 모든 걸 판단하려는 태도. 이성을 추앙하고, 거기에 지배당한 태도가 오히려 이성적이지 않아 보였다.

상대방이 반박 못할 근거를 가져왔고 할 말을 없게 만들었으니 결국 내가 맞았다-라는 표면적 사실에 도취되어서,


정작 대화하느라 진을 다 뺀 상대방이 본인을 경멸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다양한 인간과 관계를 경험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사실 그 대화를 통해서 얻어야 할 궁극적인 결과가 따로 있는 줄도 모르고.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아둔해 보이기 그지없었다.


한편으론 분명히, 나한테도 때때로 은은하게 드러나는 성질인 것 같아 이렇게 더욱 경계하려는 것 같다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익숙하고 쉬운 예로 이제는 나보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속도가 느린 우리 부모님을, 때때로 그렇게 타박한다.


조금 더 알고 있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발동하는 기제 같은 것일까.

돕고 싶은 마음 =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착각한다.


그럴 때마다 꼭 꼭 되짚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고 다짐한다.


상대방이 그걸 원했는지.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