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공해야 창업하나요?

디자이너는 어떻게 사업해야 할까

by 원나

표지 이미지같은 작업하던 사람이 나라니, 너무 새삼스럽다. 지금은 디자인 1도 안하고 운영 총괄로 일합니다.


엔지니어, 디자이너처럼 자기만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 독립적인 길에 뛰어들기 제법 문턱이 낮은 편인 것 같다. 내가 창조하는 것을 바로 재화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또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아이디어 수준에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데에 꽤 유용한 자산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도 비교적 완성도 높은 결과물, 상세페이지로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1천만 원 이상의 펀딩을 달성했다.


수많은 변수에 대해 깊게 상상하고, 심미적인 감각이 발달한 디자이너들은 본인의 아이템과 관심사가 일맥 한다면 깊은 마니아층의 심리를 이해하기 때문에 초기에 매출을 내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달성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1-2년을 보낸 후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가마할아범처럼 이런저런 일들을 동시에 해내다 보면 더 이상 창작할 시간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초기에 예리했던 판단은 수많은 우선순위에 밀려 퇴색되어 간다. 결국 내가 이 사업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반짝반짝한 결과물보다, 과정의 시행착오 속에 매몰되어 빠져나오지 못하기 십상이다.

지난 4년 간 눈앞에 닥친 일들을 마구 쳐내가며 크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내가 생각하는 시간도 다 재화라는 것이다. 판매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가 세상에 “보여지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순간에도 다 돈과 시간과 인력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의 에너지도 재화이다. 이토록 작은 조직에서는 단 한 명의 건강과 기분도 다 회사의 역량으로 이어진다. (1인 대표는 말해 뭐 해.)


그리고, 얼마나 촘촘하게 시간을 보내는가에 따라서 결괏값이 달라진다. 1분 1초 빡빡한 스케줄 표를 짠다기보다는 생각하는 시간과, 실행하는 시간을 잘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 축이 기울어지면 여지없이 결과에 적용이 된다.

본체는 못 속인다고, 약 20년 간 미술(디자인)과 함께 성장했던 나는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추억 되짚는 걸 좋아하는 낭만파 인간이지만, 이제 나의 시간이 결과에 하나하나 반영된다는 사실을 늘 되새긴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가 이루고 싶은 이상이 있다면, 그걸 현실화하기 위한 크고 작은 “실천”들을 허투루 하지 않아야 한다.


일상적으로는 잠 잘 자고, 건강히 챙겨 먹어서 스트레스 관리 능력부터 (현재 제일 안되는 부분) 거창하게는 향후 3개년 매출 계획 세우기라던지.


그리고 이건 창업 전에 절대 몰랐던 건데, 막연히 숫자와 데이터만 들여다볼 것 같던 “경영”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십 가지 크고 작은 일들을 우선순위대로 조직하고 수행해 나가고, 때로는 가면을 썼다가도 어떤 순간은 한없이 진솔해야 하고. 이쯤 되니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건- 모든 일하는 사람이 마찬가지겠지만 타인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늘 연구해야 한다는 것. 벌써 10년째 합을 맞춰온 친구와 함께 일하지만 여전히 맞춰가야 할 것투성이다. 이 챕터에 따라서는 또 새로운 페이지에서 이어가도 모자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