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원천은 사람

책 대신 사람 읽기

by 원나

내가 가지고 있는 귀한 자산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26살 어린 나이 우습게도 그때는 꽤 어른인 줄 알았던 가 사업을 시작할 때 크나큰 걸림돌이 아니었던 이유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 정확히는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또래에 비해 탁월했던 점 같다. 세상 다른 성질에 대해 이해하고 호불호 없는 인상으로, 소위 말해 싹싹하게 굴기- 를 잘 해냈다.


한참 어른과의 대화가 어렵지 않았고, 불편하지 않게 질문하기가 주 무기였다.

외향인, 내향인을 떠나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그 표현의 양상만 다를 뿐. 지금의 내가 이렇게 글을 쓰듯이.


미팅자리를 예로 들면, 무슨무슨 법칙처럼 상대방의 생각을 물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행했고- 장점이라 생각 못했는데 꽤 장점이었다. 이걸 이제야 알게 된 사실 자체도 성장의 반증이겠지.

보통 조용한 사람들은 말하기 싫다기보다,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느라 발화 타이밍을 못 잡거나, 해당 시점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럴 때 적당히 대답하기 좋은 질문을 던진다.


기획-생산까지 이런 일정은 어떠신가요?
소통 수단에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이런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해 드리면
자료 정리에 도움이 되실까요?


미팅 자리에서 적절한 역할과,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내고 있다는 효용감 - 좋은 기분과 기억은 브랜드에 대한 호감으로 돌아온다. 계약이 100프로 성사되진 못하여도 계약은 참 결혼처럼, 모든 타이밍과 조건이 딱 맞을 때 진행된다. 이 좁은 대한민국 돌고 돌아 다른 기회로 다시 만나도 인사거리가 될 수 있는 기억을 남기는 것이다.


20대 내도록- 1년에 1-2 권 정도? 책을 잘 안 읽다가 요즘은 도저히 얕은 텍스트에 질려서 책을 다시 손에 쥐어보려 노력 중이다. 그런데 책을 안 읽는 동안 사람을 무척 많이 만나고 살았다. 누군가가 들려주는 경험이 가장 와닿고, 오래가는 기억을 만들고,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책은 아주 장인정신이 투철한 팀이 만든 완성도 높은 고급 다이닝을 즐기는 느낌이라면, 내가 존경하는 가족, 선생님, 친구, 거래처 대표님, 여행에서 만난 사람 등등 사람과의 대화로 읽어나가는 생각은 매일 가도 좋은 노포 맛집 같았다. 나는 주변인들을 늘 인터뷰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발화가 줄었나, 싶기도 하고.


다만 중요한 건, 주변에 좋은 사람들로 가득한 환경을 유지하는 게 미션이었다. 당연히 그 수많은 관계를 “진심을 다해” 관리하는 건 꽤 크나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니즈뿐만 아니라, 애정도 담겨 있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또 내가 소모되고, 기어이 사라지기 직전에 아차차 깨닫고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길 반복한다.


인간관계에 살짝 정체가 온 서른 살, 새로운 만남들을 쌓을 준비를 하며 당분간은 책을 꼭꼭 씹어먹으며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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