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잘해보신 적 있으세요?

좋은 이별은 없는 줄 알았는데

by 원나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다들 보셨을지 모르겠다. 내용과 무관하게 “헤어질 결심”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되게 울림을 주는 뭔가가 있다. 비장하고, 용기 있달까.


그만큼 한 관계를 내 의지로 마무리 짓는 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 - 그러니까 일과 삶에 경계가 흐리고 일정한 루틴의 반복이 어려운 사람들. 불안정의 줄 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연애할까?


근데 또, 하는 사람들은 다 하더라. 장기연애를 끝내고 3개월 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한 달 만에 결혼을 결심한 커플도 봤다. 삶의 가치관을 깊이 공유하면 저렇게도 되는구나. 꽤 가까운 인물의 급변을 보며, 지난 내 시간도 자연히 되돌아보았다.


1년 하고 3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다면 더 이상 이어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요즘이었다. 그는 내게 쉘터 같은 안정감을 주었다. 나와 다르게 안정적인 직업이 있다거나 나도 가난한 와중에ㅠ 비용 부담을 조금 더 해왔다. 삶이 규칙적인 것도 아니지만, 내 얼렁뚱땅 인생과 모난 모습도 다 품어주는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 생각해서, 실제로도 그랬고 마음껏 의지했다. 어른의 탈을 벗어던진 순간을 공유할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 같다.


성취 중독, 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부정하기도 힘든 나의 특성 중 하나이다. 이 일을 선택하기 전부터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다. 일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다른 방면에서도 나는 꾸준히 인간적 성장을 지향한다. 솔직히 아파 죽겠지만 자라고 있음을 생생히 느낀다. 그 속도와 방향성이 점차 어긋남을 느끼면서부터 자연히 하나 둘 정리되어 간 듯하다.


내가 그리는 미래에 자연히, 지금의 이 사람이 없었고 그걸 번뜩 깨닫는 시점에 더 이어가다가는 두 사람 모두에게 못할 짓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회피형 인간들과 엉망진창 이별을 겪은 탓에 꼭 한 번쯤은 잘 헤어지고 싶었다. 내 상황과 감정을 납득 가능하고 솔직하게 말하고, 이 모든 걸 감수할 만큼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았더라-고 도망가지 않고 털어놓고 싶었다. 다행히도(?) 그는 많이 놀랐고 당황했지만 잘 받아들여주었고, 그 순간 이렇게 좋은 사람을 내 손으로 놓다니 싶은 생각에 아쉬움이 물 밀듯 밀려올 뻔했으나 꾹 참아 넘겼다. 슬픈 건 어쩔 수 없고, 지금도 드문드문 겪지만 잘한 일 같다. 이게 상반기 내가 한 “일” 중에서도, 잘 해낸 “일” 중 하나다.


그렇게 직면하고 비워낸 시간만큼 내 몰입도를 다른 곳에 쓸 수 있을 테니까!


이별 후 내내 슬픔과 원동력을 동시에 줬던 말을 덧붙이며:

“나는 당면한 내 삶과, 사업의 난제를 풀려면 확실한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라는 나의 말에 “확실한 변화의 계기가 나라면, 그건 나쁘지 않네” 하던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