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제가 여기 다니는 건 아니고
학기가 시작됐다. 한 달이 벌써 지나갔다. 학점교류생으로써의 일상은 순항 중이다.
개강 후 첫 2주 동안은 학과 소모임과 영어회화모임이 시작하기 전이라 학점교류를 하는 학교(I대)에만 등교를 했다. 왠지 전학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OT를 듣고 첫 수업을 들으며 교수님의 강의 스타일과 학과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정치외교학과 수업 하나, 경제학과 수업 하나 총두 개의 수업을 듣는데 두 수업의 분위기가 다른 것이 재밌다. 경제학과는 좀 더 강의식인 반면, 정치외교학과는 교수님의 질문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토론도 매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개협에서도 토론은 일상이었어서 익숙하고, 나(+같은 학과 사람들)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의 생각들을 듣는 것이 즐겁다. 교수님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고 수업도 재밌어서 다행이다.
몇 주가 지나니 교수님들도 내가 익숙해지셨는지 나에게 말을 걸거나 질문을 하기 시작하셨다. 아직은 땀이 삐질삐질 날 것만 같지만.. 앞으로 얼른 익숙해지면 좋겠다.
등하교 길은 익숙해졌다. 이제 자연스럽게 두리번거리지 않고 버스를 타고 캠퍼스를 거닌다. 학생회 선거운동 홍보지도 받았다.(투표권은 없지만)
도서관에서 책도 빌렸다.
사람들은 내가 다른 학교 사람인 것을 알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과 말을 거의 안 해봤기 때문이다. 원래 알던 언니와 언니의 친구, 대외활동에서 만났던 사람, 같이 토론을 했던 앞자리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외국인 학생 다음으로, 마지막으로 출석이 불리는 내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 궁금하려나..?)
정치외교학과 수업 중 교수님이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신 적이 있다. 그때 앞자리 사람과 처음 대화를 해봤다. 그때 ‘그게 제가 여기 다니는 것은 아니고.. 학점교류제로 수업 듣는 중이에요’라고 말하며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해명을 하는 분위기의 자기소개를 했다. 4학년인데 I대에서는 학번이 25학번이라 해명 같은 설명을 하게 된다. 자기소개를 한 후 그럼 선배라고 부르면 되냐는 질문에 ‘학번으로는 그렇긴 한데..’하며 말끝을 흐렸더니 나는 타대학 학우의 선배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지내는 사람이 한 명 생겼다! 앞으로 잘 지내봐야지.
(학교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의 장점도 하나 있다. 수업을 집중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수업 중 교수님들께서 질문을 하시거나 토론을 할 때 혼자 생각만 하고 답을 하거나 발표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00만 원을 상대와 나눠가지는데, 상대에게 제안을 하고 거절당하면 둘 다 돈을 가질 수 없는 게임을 하기 전까지.. 종이에 제안한 금액을 써서 내라고 하셔서 나 6: 상대 4의 비율로 제안을 했다. 그런데 5:5를 제안한 사람이 가장 많아서 내 제안이 생각보다 흔치 않은 제안이 되었고, 교수님이 나에게 왜 그렇게 제안했는지를 물어보셨다. 그렇게 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내 의견을 공유하게 되었다.
차라리 한번 하고 나니 앞으로는 말을 하려 할 때 떨림이 덜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처음이 가장 어려운 법이니까.
첫 1-2주 동안은 이 강의실이 맞는지, 교수님이 나한테 질문을 하시면 답할 수 있을지부터 시작해서 쓸데없는 걱정에 혼자 심박수만 올렸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좀 더 당당하게 수업을 듣고 있는 타대학 학생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