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향한 오랜 꿈과 그 여정
춤을 떠올리면 특별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춤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춤을 사랑하고 자주 추는 삶을 살지는 않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언제나 한 가지 춤을 완벽하게 추고 싶은 욕망이 존재했던 것 같다. 전통 무용, 에어로빅, 벨리 댄스 등 다양한 춤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수업에 참여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들곤 했다.
춤이라는 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춤과 관련된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나는 발레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무척 강했다. 하지만 형편상이나 지역적 한계로 발레를 배울 수는 없었다. 그 시절, 발레에 대한 환상은 내게 큰 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나는 드디어 발레 학원에 가보기도 했다. 그러나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나이가 많아 몸이 발레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등록하지 않았다.
이 글을 쓰면서 춤에 관한 아득한 기억들이 다시 떠오른다. 고등학교 시절, 전세로 살던 집의 주인 내외는 무용수들의 의상을 만드는 분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용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나는 무용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우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 나는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공옥진’이라는 무용수의 공연을 촬영하곤 했다. 공옥진 여사는 그 시절 독특한 춤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녀는 축제 때마다 춤 공연을 펼쳤고, 나는 그 무용수의 동작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하얀 한복을 입고, 마치 곱추를 연상케 하는 묘한 동작으로 춤을 추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춤의 동작 하나하나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옥진 여사는 한국 전통춤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한 예술가로, 그녀의 춤은 단순한 몸짓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녀는 한국 무용에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융합하여 독특한 무대미학을 만들어냈다. 그런 그녀의 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는 그 때부터 무용이 가진 깊이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또한, 한때 내가 살던 나라에서 벨리 댄스를 배운 기억이 난다. 그때는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나는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홈플러스에서 진행하는 벨리 댄스 강좌에 등록해 몇 개월간 수업을 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춤에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나름 열심히 했지만, 몸이 벨리 댄스처럼 우아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명절을 맞아 그 수업을 그만두었던 것 같다.
‘춤’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댄스를, 그리고 ‘댄스’하면 ‘셀 위 댄스’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나는 사실 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본 영화라서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영화 속에서 춤을 추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나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춤을 추는 장면 하나하나에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춤을 추고 싶다는 꿈이 싹트기 시작했다. '셀 위 댄스'는 춤을 통해 주인공들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로, 그들의 여정을 보며 나도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라라 랜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속 두 남녀가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나도 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춤을 잘 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아름다운 몸으로, 저렇게 멋진 춤을 출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라 랜드'는 음악과 춤을 통해 꿈을 추구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그 안에 담긴 춤과 음악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그들의 춤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그 영화를 보며 나도 그런 춤을 추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파리에서는 운동이나 에어로빅, 댄스를 배우는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건강을 챙기고자 몇 번이나 헬스장이나 스포츠 센터를 들렀지만, 매번 고심 끝에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한국에 돌아가면 헬스장에 등록해서 열심히 운동할 거야’라고 다짐했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게 내 안에서 되살아난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벨리 댄스였다. 파리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문득 그 춤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내가 정식으로 배운 춤이라곤 그때 벨리 댄스뿐이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마도 그때 그 춤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벨리 댄스를 배우면 어떨까? 어차피 어떤 춤이든, 한 가지는 제대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때 느꼈던 설렘이 지금도 내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춤은 나에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내 삶에 작은 빛을 비추는 기억의 조각들이다. 발레를 배우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내 안에 숨 쉬고 있지만, 그 대신 내가 배웠던 춤들을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춤을 통해 다시 일깨우고 싶은 것이다. 그럴 때, 길을 걷다가 우연히 창문 틈으로 보이는 춤추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곤 한다. 그들의 우아하고 자유로운 동작에 마음 속으로 부러움을 느끼고, 언젠가 나도 그들처럼 춤을 추는 자신을 상상해본다.
내가 경험한 춤의 기억들이 나의 일상에 작은 기쁨과 변화를 주었고, 그것들이 나를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