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의 선물들
이른 아침부터 쫄깃쫄깃 걸어다닌 우리의 발걸음도, 토스트 한 조각으로 간신히 달래둔 위장도 이제 한계였다. 꼬르륵~ 꼬르륵~ 배가 보내는 항의 신호가 점점 커져만 갔다.
"뭐 먹을까?"
세 사람 모두 같은 생각. 이미 우리는 텔레파시 삼인조가 되어 있었다.
"전주 왔으니까 전주 음식 먹어야지!"
아들의 손가락이 핸드폰 화면 위를 춤추듯 날아다녔다. 검색의 달인, 맛집 헌터가 된 우리 아들. 그의 눈에 반짝이는 건 바로 '두이모 비빔밥 와플'이었다.
"가까워, 금방이야!"
아들의 말을 믿고 따라나선 우리. 하지만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길.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등줄기를 따라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들.
"어디야, 도대체 어디야?"
짜증이 목끝까지 올라왔을 그 순간, 짜잔! 드디어 나타난 '두이모 비빔밥 와플' 간판.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 진짜 있네!"
가게 벽면을 가득 메운 연예인들의 환한 미소가 우리를 반겨줬다. MBC '놀면 뭐하니?', tvN '식스센스' 출연진들의 사진이 빼곡빼곡.
"우와, 이 사람도 왔고, 저 사람도 왔네!"
첫 입에 바삭바삭, 두 번째 입에 쫄깃쫄깃. 와플처럼 구워낸 밥 위에 올라간 색색의 채소들이 입안에서 파티를 벌였다. 이게 바로 전주만의 특별함이구나!
그런데 이때, 내 마음속에 번쩍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두이모님의 당당한 자부심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도 저분처럼,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여행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다고. 나만의 독특한 색깔로, 내만의 특별한 이야기로.
배를 든든히 채운 우리는 이제 오목대를 향해 터벅터벅.
"에이, 왜 이렇게 더워!"
하지만 불평은 잠깐. 정상에 도착한 순간,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에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전주 시내가 한눈에 쫙~ 들어오는 파노라마 뷰. 600여 년 전 태조 이성계도 이 풍경을 바라보며 연회를 즐겼을까? 역사 속 그 순간과 지금 우리가 마주한 순간이 오버랩되는 신비로운 기분.
더위도 땀도, 그 모든 수고로움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이제 정말 마지막 코스. 덕진공원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와! 이게 진짜야?"
연못 가득 피어난 연꽃들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연두색 연잎 사이로 살짝살짝 고개를 내민 분홍빛 연꽃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숨이 멎을 듯 황홀했다.
특히 연화정도서관! 연못 한가운데 자리한 한옥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아, 나도 저기 앉아서 연꽃을 바라보며 책을 읽으면 어떨까? 선비가 된 기분일까?'
미국에 사는 아들은 연신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댔다.
"엄마, 여기도 예쁘고, 저기도 예쁘고, 어떡해!"
우리는 단 몇 일이라도 이곳 근처에서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이제 정말 떠날 시간. 마지막으로 한옥마을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문어꼬치!
'세 명이니까 세 개, 아들은 두 개 먹을 테니까 총 다섯 개!'
라고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아뿔싸!
각각 한 마리씩이었다니! 커다란 문어 4마리를 들고 오는 내 모습을 본 아들과 딸의 표정이란...
"엄마, 이게 뭐야?!"
"어... 그게... 말이..."
변명 아닌 변명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나. 하지만 이 어이없는 실수가 오히려 최고의 간식이 되어주었다. 전주에서 광주로 가는 내내 우리는 그 문어를 실컷, 아주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또 하나의 웃픈 추억이 쌓여만 갔다.
차 안에서 아들은 열심히 운전을, 딸과 나는 꾸벅꾸벅 잠의 나라로.
4박 5일. 짧은 것 같지만 무척이나 긴 여정이었다. 미국에서 온 아들, 파리에서 공부하는 딸.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우리가 한자리에 모인 기적 같은 시간.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하루아침에 좁힐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만큼은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각종 미디어에서 보는 가족 여행의 모습들. 왜 그렇게 가슴이 따뜻해질까?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그 감정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큰아들의 상견례를 위해 모두가 한국에 모인 이 특별한 시간. 온 가족이 몇 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기적 같은 순간들.
미국으로 돌아간 둘째아들은 말했다.
"이번 여행,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러분, 여행은 이런 행복을 주는 것 같아요.
같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함께 여행하는 시간은 또 다른 의미를 가져다주죠. 뭐랄까요? 내 인생이라는 책에서 결코 삭제할 수 없는 소중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고 할까요?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목적지가 아니라 동행과 경험이 남는다."
우리 각자의 인생에서 이번 여행은 가족과의 동행, 각 지역에서 느낀 경험이 남은 특별한 한 장이 될 것입니다.
성인이 된 아들과 딸과의 동행. 무척 소중하고 진귀한 경험이었어요. 아이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이 되었답니다.
여러분의 가족 여행을 응원합니다.
두이모 비빔밥와플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간납로 25 1층
특징: 연예인들도 인정한 전주만의 특별한 맛!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운영시간: 10:00~19:00 (월요일 휴관)
특징: 연꽃 군락을 바라보며 독서하는 환상적인 경험
전주는 정말 볼거리, 먹을 거리가 넘쳐나는 보물 같은 도시였어요. 여러분도 꼭 한 번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