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숨결이 남은 곳
파리(Paris) 9구, 관광객들로 붐비는 오페라 가르니에(Opéra Garnier)에서 도보로 불과 10분. 그런데도 이 골목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14번지 라 로슈푸코 거리(Rue de la Rochefoucauld). 낡은 철문 앞에 섰을 때, 나는 미술관이 아니라 누군가의 오래된 저택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구스타브 모로 박물관(Musée Gustave Moreau)은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어색할 정도로 사적인 공간이다. 이곳은 모로(Moreau)가 45년을 살았던 집이자,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붓을 들었던 작업실이며, 심지어 그의 장례 미사가 거행된 예배당까지 품고 있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 펼쳐졌다. 벨벳 소파, 금박 액자, 페르시아 양탄자. 19세기 부르주아 예술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응접실과 서재.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그가 이 의자에 앉아 어떤 신화를 꿈꿨을까?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철제 난간을 따라 나선형으로 휘감아 오르는 이 계단은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캔버스들이 시야를 압도했다. 어떤 작품은 천장 높이까지 솟아 있어서, 나는 계단 꼭대기에 서서야 비로소 그림의 전체를 볼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숨이 멎었다.
벽 전체가 신화였다. 황금빛 갑옷을 입은 영웅들, 날개 달린 괴수들, 베일에 싸인 여인들. 모로(Moreau)는 단순히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캔버스 안에 하나의 우주를 창조해 놓았다.
구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 1826-1898)는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의 거장이다. 그런데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상징주의'라는 미술사 용어가 무색해진다. 그것은 분류가 아니라 체험이었다.
**레다(Léda)**를 보라.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Zeus)와 인간 여인의 만남. 모로는 이 신화를 에로틱하면서도 신비롭게, 위험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키메라(Les Chimères)**는 또 어떤가.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가진 괴물 위에 올라탄 여인들. 그것은 인간 내면의 욕망인가, 아니면 무의식의 환영인가?
**아르고호의 귀환(Le Retour des Argonautes)**에서는 황금양털을 찾아 떠났던 영웅들의 귀환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승리의 환희보다는 알 수 없는 쓸쓸함이 화면을 감돈다.
모로의 그림에는 언제나 이런 이중성이 있다. 아름다움과 죽음, 욕망과 파멸, 현실과 환상. 그는 그 경계 위에 서서, 우리에게 묻는 것 같았다. 당신은 어느 쪽을 보고 있는가?
3층에서 나는 한참을 세이렌(Sirènes) 앞에 서 있었다.
반은 여인, 반은 물고기.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난파시켰다는 그 신화 속 존재. 모로가 그린 세이렌은 잔인하기보다는 슬퍼 보였다. 마치 자신의 본성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한탄하는 것처럼.
유니콘(Les Licornes) 연작도 인상적이었다. 순백의 유니콘과 그 곁에 앉은 처녀들. 순결의 상징? 그러나 모로의 붓끝에서 그것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었다. 어딘가 몽환적이고, 어딘가 불안하고, 어딘가 관능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파리에는 박물관이 너무 많다. 루브르(Louvre), 오르세(Orsay), 오랑주리(Orangerie)... 그 유명한 이름들 사이에서 구스타브 모로 박물관은 쉽게 묻힐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박물관 관람'이 아니라 '예술가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원한다면, 이곳을 선택하라고. 이곳은 작품을 '보는' 곳이 아니라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곳이다. 화가가 매일 올랐을 그 계단을 오르고, 그가 앉았을 의자 옆을 지나고, 그가 바라봤을 창밖의 파리 하늘을 함께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 박물관만의 마법이다.
나선형 계단 꼭대기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모로는 이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설계한 것이라고.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그림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라고.
신화의 미로 속에서, 나는 한동안 길을 잃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소: 14, Rue de la Rochefoucauld, 75009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