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돌아서 만난 길
파리 스타벅스 2층, 창가 자리에 앉았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거리에는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걸음걸이의 사람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 풍경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는다.
문득, 학창 시절 달달 외웠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그때는 그저 시험에 나오는 시였다. 하지만 소녀의 가슴 한쪽에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조용히 자리 잡았던 것 같다.
대학 4학년 2학기, 불어불문학과 교실에서 나는 프랑스 유학을 꿈꿨다. 파리의 카페에서 책을 읽고, 센강을 걸으며 글을 쓰는 나를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여러 이유로 그 꿈은 접어야 했다. 접은 꿈은 서랍 깊숙이 들어갔고, 나는 다른 길을 걸었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고, 아이들의 꿈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 되었다. 내 꿈은 늘 다음 순서였다.
그런데, 인생은 참 묘한 것이다.
10년이 흘러 튀니지에서 불어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지금 나는 파리에 있다. 대학 시절 꿈꾸던 바로 그 도시에. 30년을 빙 돌아왔지만, 결국 이 길 위에 서 있다.
피아노도 그랬다. 어릴 적, 친구가 피아노 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엄마의 도움으로 잠깐 배웠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때 건반 위에 올려놓았던 작은 손가락의 기억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던 걸까.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파리의 음악학교에서 다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프로스트는 말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그는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돌아왔다. 30년이 걸렸을 뿐,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결국 나를 이 길 위에 데려다 놓았다.
가지 못한 길이 있는가. 아직 늦지 않았다. 그 길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