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5%의 덫, 2부

2부 2장: 사무실에서, 달콤한 설명

by Selly 정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오후 햇살은 여전했지만 바람은 차가웠다. 11월의 바람. 겨울이 코앞이라는 걸 알려주는 바람.

경자는 조영달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 건너편 10층짜리 상가 건물. 1층에 편의점, 커피숍, 약국. 그 사이에 간판이 보였다. '영달 부동산'.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은 사무실이었다. 책상 두 개, 의자 몇 개, 벽에 빼곡히 붙은 매물 사진들. 아파트, 오피스텔, 원룸. 가격표가 나란히 달려 있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중개소. 하지만 경자에게는 처음이었다. 매수자의 입장에서 중개소에 앉아보는 것이.

한쪽 책상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 40대쯤. 단정한 옷차림에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 컴퓨터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세요."

"박 실장님, 이분이 1505호 보러 오신 사모님이세요."

"아, 네. 어서 오세요."

조영달이 자기 책상 앞 의자를 가리켰다. 경자는 앉았다.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조영달도 앉았다. 서류 가방에서 매물 설명서를 꺼내 경자 앞으로 밀었다. 사진, 평수, 가격, 조건.

"마음에 드셨죠?"

"좋았어요."

부정할 수 없었다. 창문 앞에서 본 한강이 아직 눈에 남아 있었다.

"다행이네요."

조영달이 서류를 펼치며 말했다. 톤이 바뀌었다. 스타벅스에서의 부드러움과 달랐다. 사무실에서의 조영달은 정확했다. 숫자를 다루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 매물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매물이에요. 주임사라고 하죠."

"주임사가 뭐냐면요, 정부에서 장기 임대를 장려하려고 만든 제도예요. 10년 이상 임대하면 세금 혜택을 주는 거죠."

경자는 귀를 기울였다.

"오피스텔은 취득세가 일반이나 주임사나 똑같아요. 4.6%는 내셔야 해요."

조영달이 손을 살짝 흔들었다. 아쉬운 듯.

"하지만요."

잠깐 뜸을 들였다. 서류에서 눈을 들어 경자를 봤다.

"보유세가 엄청 줄어요. 재산세요. 매년 내는 세금. 주임사로 등록하면 거의 절반 이하로 내려갑니다. 종부세도 면제. 양도세도 혜택. 나중에 파실 때 세금이 확 줄어들죠."

숫자를 말할 때마다 조영달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경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세금이 줄어든다. 매년 나가는 돈이 줄어든다. 그 말이 가슴에 하나씩 박혔다.

"그리고요, 사모님."

조영달이 살짝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목소리가 반 톤 낮아졌다. 스타벅스에서 '주임사'를 처음 꺼냈을 때와 같은 톤이었다.

"주임사여도 언제든지 팔 수 있어요."

"네?"

"10년 의무 기간이 있긴 하지만, 중간에 팔 수 있어요. 두 가지 방법이 있거든요."

손가락 하나를 펼쳤다.

"첫 번째, 일반 매물처럼 파는 거예요. 혜택 받은 세금을 돌려주셔야 하지만, 팔 수는 있죠."

두 번째 손가락.

"두 번째가 더 좋은 방법인데요. 포괄 매수. 매수자가 주임사를 통째로 떠안고 사는 거예요. 이러면 사모님은 세금 하나도 안 돌려주고, 일반 매물 파는 것처럼 파실 수 있어요."

경자의 눈이 커졌다. 조영달은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주임사라고 해서 10년 묶인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포괄 매수로 하면 아무 문제없이 팔 수 있습니다."

'언제든 팔 수 있다고? 그럼 안전하잖아.'

경자는 속으로 계산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팔면 된다. 빠져나올 수 있다. 그 생각에 어깨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서류가 좀 필요하긴 해요. 전세 보증보험도 가입하셔야 하고, 주임사 등록 서류도 준비하셔야 하고."

경자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서류. 서울에서 해야 할 일들. 대구에서 어떻게.

조영달이 그 표정을 읽었다.

"제가 다 도와드릴게요. 서울에서 필요한 서류, 등록, 보험 — 전부 제가 처리해드립니다. 사모님은 대구 남구청에서 등록만 하시면 돼요. 그때도 필요한 서류가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 전부 알려드릴게요."

경자의 표정이 풀렸다.

'다 해준다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아까 세입자분 말씀이요."

조영달이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회사를 판교로 옮기게 되셨대요. 출퇴근이 너무 멀어서 나가신다고. 계약이 3개월 후에 끝나요."

"3개월 후요?"

"네. 그 다음에 새 세입자를 구하시면 돼요."

잠깐 뜸을 들였다. 그리고 덧붙였다.

"물론 제가 구해드릴게요."

한 마디. 가볍게. 하지만 경자에게는 충분했다. 조영달이 해준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이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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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사 조건이 하나 더 있긴 해요."

조영달의 목소리가 한 톤 가벼워졌다. 서류를 넘기면서, 눈도 마주치지 않고.

"10년 의무 임대 기간 동안은요, 임대료 인상이 5%로 제한돼요."

5%.

경자는 그 숫자를 들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계산이 돌아가지 않았다. 그냥 '5'라는 글자가 귀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에요."

조영달이 손을 살짝 흔들었다. 파리를 쫓는 것처럼.

"사모님은 전세로 받으시잖아요. 전세는 임대료 인상이랑 상관없으니까요."

경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전세니까.' 그것으로 끝이었다.

경자의 머릿속에는 다른 것들이 가득했다. 좋은 위치. 멀리서라도 보이는 한강. 10년 동안 조금이라도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세 가지가 반짝이며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5%라는 두 글자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영달이 있었다. 이 사람은 경자가 불안할 때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말을 했다. '언제든 팔 수 있어요'로 출구를 보여주고, '세금 혜택이 있어요'로 이득을 보여주고, '제가 다 도와드릴게요'로 안전망을 깔아주고, '별거 아니에요'로 5%를 지워버렸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경자의 불안을 하나씩 녹였다. 정확하게. 순서대로.

경자는 그것이 '친절'이라고 생각했다. 30년 동안 남편의 무뚝뚝함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조영달의 친절은 너무 따뜻했다.

그래서 경자는 물음표를 붙이지 않았다. 5%에도, 10년에도, 포괄 승계에도. 한 번도.

그리고 그것이 덫이었다.

"그럼 가격 얘기 할게요."

조영달이 서류를 넘겼다.

"매매가 2억 2천만 원. 전세가 1억 9천만 원. 갭이 3천만 원이죠."

경자는 노트를 꺼냈다. 미리 적어온 계산.

갭 3천만 원. 취득세 및 비용 약 1천 5백만 원. 총 4천 5백만 원 필요. 가진 돈 1천만 원. 부족한 돈 3천 5백만 원. 신용대출. 14%. 월 60만 원.

숫자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다시 확인했다. 조영달은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계약 진행하시겠어요?"

경자는 노트를 내려다봤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중개사님."

"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경자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떨리지 않았다. 12년 동안 캐셔로 일하며, 매일 손님과 마주하며, 돈을 세고 거스름돈을 건네며 익힌 목소리. 숫자 앞에서만큼은 단단해지는 목소리.

"주임사 매물이잖아요. 10년이라는 게 생각보다 긴 시간이에요. 남편도 반대가 심하고요. 그리고 솔직히 제 형편에 이 가격은 부담이 돼요."

조영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혹시 매도자분께 가격 조정 말씀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말씀이요?"

"1천만 원만 깎아주시면, 이 오피스텔 할 마음이 있다고요."

경자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노트를 살짝 밀었다.

"포괄승계잖아요. 매도자분 입장에서도 세금 안 토해내시니까 전혀 손해가 없어요. 그러니 1천만 원 정도는 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1천만 원만 깎아주시면. 할 의사가 있습니다."

조영달의 눈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경자를 다시 봤다. 이 사람이 방금 한 말에는 세 가지가 들어 있었다. 포괄승계의 논리, 매도자의 이익 계산, 그리고 '1천만 원이면 한다'는 결단. 몇 달을 공부한 사람의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매도자분께 직접 만나서 말씀드려볼게요. 가격 조정은 전화로는 안 되거든요."

"얼마나 걸릴까요?"

"1주일이면 됩니다. 답변 받으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경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릴 수 있었다. 이 집을 위해서라면.

사무실을 나왔다. 조영달이 유리문을 열어주었다. 밖으로 나서자 오후 해가 기울기 시작한 하늘이 보였다.

"사모님."

조영달이 불렀다. 경자가 돌아봤다.

"오늘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명함을 한 장 더 꺼내 건넸다.

"언제든 연락 주세요. 궁금한 거 있으시면요."

경자는 명함을 받아 가방에 넣었다.

"좋은 소식 꼭 전해드릴게요."

조영달은 경자가 횡단보도를 건너 멀어질 때까지 서 있었다. 손을 흔들었다.

경자는 걸으며 뒤를 한 번 돌아봤다. 조영달이 아직 서 있었다. 웃고 있었다. 저 사람.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했다. 마지막까지 배웅해주고, 길까지 알려주고. 경자가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은 없었다. 슈퍼마켓 손님 중에도, 학부형 중에도, 남편 회사 동료 중에도.

'좋은 분이야. 믿을 수 있어.'

그 믿음이 경자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깊이. 단단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며 고개를 들었다. 저기 20층짜리 오피스텔. 유리 외벽이 기울어가는 햇빛을 받아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침에 봤을 때의 차갑고 세련된 유리빛이, 지금은 따뜻하게 익어 있었다. 15층. 1505호. 저 안에 경자가 유리에 손을 대고 한강을 바라보던 창문이 있었다.

'내 집이 될 거야.'

주먹을 꽉 쥐었다.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발걸음이 아침보다 가벼웠다. 가방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서류와 명함과 노트가 이제는 짐이 아니라 약속처럼 느껴졌다.

바람이 불었다. 11월의 바람. 차가웠다. 하지만 경자는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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