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로 가는 길의 우여곡절
목차 :
1. 교통의 준비와 여정
2. 뜻밖의 지연과 대처
3. 학생들과의 소통과 책임감
나는 매주 일요일 베르사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이다. 파리에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다. 집에서 베르사유 한글 협회까지 도착하는 데 꽤 긴 시간이 소요된다.
먼저 집에서 지하철 6번을 타고 Rapp 역에서 내려 지하철 4번으로 갈아탄다. 4번을 타고 Saint-Michel 역에서 RER C로 환승한다. RER C를 타고 30-40분 정도 가면 Versailles Rive Gauche 역에 도착한다. 또는 지하철 6번을 타고 Invalides에서 RER C로, 혹은 Montparnasse Bienvenue에서 기차 N으로 환승하여 Versailles Chantier 역에 내릴 수도 있다. 두 역 중 어느 곳에서 내려도 다시 버스 6202번을 타고 15개 정도의 정류장을 지나 BERTIER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그곳에서 6-10분 정도 걸으면 베르사유 협회에서 운영하는 장소가 나타난다.
이렇게 오후 1시에 출발하여 교통 상황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오후 3시나 3시 10분 즈음에 베르사유 협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학교에 도착한다. 즉, 파리에 있는 내 집에서 지하철 2번, RER 1번, 그리고 버스 1번을 타고 그 장소에 도착하는 데 보통 1시간 30분, 때로는 넉넉하게 2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데 번거롭기는 하지만, RER이나 기차 N을 타고 파리의 풍경과 베르사유로 가는 주변 자연을 감상하는 재미는 그리 나쁘지 않다. 프랑스의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차를 타고 소풍 가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기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복잡해진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즐길 수 있어 사실 불만이 없다. 무엇보다 매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학생들을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한국 문화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열망을 들을 때마다 더욱 열심히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그들과의 수업 시간은 정말로 재미있고 즐거운 순간이다. 나는 그들을 만나는 일요일을 간절히 기다린다.
하지만 오늘, 비상이 걸렸다. 결국 나는 베르사유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기차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 6번을 타고 4번으로 갈아탄 후, Saint-Michel 역에서 내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몇 분 전부터 이해할 수 없는 불어 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아직까지 지하철역 내 불어 안내 방송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대충의 느낌과 눈치로 알아듣는 것이 전부였다. 혼자 여행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교통 지도를 유심히 살피곤 한다. 그러나 내가 내려야 할 Saint-Michel 역을 지나쳐 Chatelles Les Halles로 곧장 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영문도 모른 채 Chatelles 역에서 내렸다.
Chatelles 역은 대형 쇼핑몰이 있는 복잡한 지하철역으로, 버스 노선, 지하철 노선, RER 및 기차 노선까지 얽혀 있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소매치기도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 기차는 나를 내려놓고 떠나버렸다. 내가 타야 할 RER C는 여기서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고 있었다. 나는 급히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빠른지, 그리고 왜 Saint-Michel 역에서 기차가 멈추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알아보라고 딸에게 요청했다. 딸은 Chatelles 역에서 RER B를 타고 Massy Palaiseau 역에서 내려 RER C로 갈아타라고 조언해주었다. 또한, Saint-Michel 역이 폐쇄된 이유는 12월 8일, 어제 Notre Dame 성당이 다시 문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로 인해 그 근방의 모든 지하철 역이 폐쇄된 것 같았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Notre Dame 성당이 재개방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린다는 이유 하나로 지하철역을 폐쇄한다니, 말이 돼? 프랑스의 행정을 이런 황당한 이유로 겪어본 적은 있지만, 이번 일은 정말로 나를 지치게 했다.
할 수 없이 RER B를 타기 위해 먼 거리를 걷고 뛰어야 했다. 겨우 RER B를 타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 Massy Palaiseau 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이미 2시 4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서둘러 RER C를 타는 곳에 도착하니, Versailles Chantier 역으로 가는 기차가 도착하려면 32분이 걸린다는 안내 전광판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32분을 기다리면 3시 20분이 다 되어간다. 여기서 베르사유까지는 25분이 걸리니, 도착하면 최소한 4시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0분 정도 수업이 늦는 것은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며 기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드디어 RER C가 도착했다. 얼른 다른 플랫폼으로 달려가 기차에 탑승했다. 기차 안에 들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앉았는데, 이상한 방송이 계속 나왔다. 5분이 지나도 기차는 출발하지 않았다. 시간은 이미 3시 20분이었다. 기차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RER C 기차가 이렇게 늦게 온 것도 이상했지만, 보통 기차는 5분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출발하는 법이었다. 방송을 들으며 어떤 문제가 생겼고, 몇 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결국, 베르사유 교장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이야기했다. 현재 위치에서 지금 당장 기차를 탄다고 해도, 교장 선생님이 베르사유 역까지 나를 픽업하신다고 하더라도 최소 4시 30분이 넘어가기 때문에 오늘 수업을 진행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차가 출발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베르사유 기차역 쪽에 문제가 생겨 4시 45분 이후에야 기차가 다시 운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학생들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음 수업에 대해 보충 수업을 하겠다는 문자를 교장 선생님과 상의한 후 단체 문자를 보냈다.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 학생들은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며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 나는 수업을 열심히 준비했다. 매 시간마다 수업 준비를 꼼꼼히 하며, 이러한 준비들이 나의 실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장차 이 수업 자료 또한 다시 사용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만큼 수업이 즐겁고 알찬 시간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나는 매번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러나 오늘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되니, 모든 에너지가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교장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강사로서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아침부터 열심히 준비하고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두근거리며 출발했는데, 갑작스러운 교통 문제로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되니 힘이 쭉 빠졌다. 착한 학생들이 나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어 수업 문제는 일단 해결되었지만, 수업을 하지 못했다는 책임감이 나를 한동안 축 늘어지게 만들었다.
Massy Palaiseau에서 다시 RER B를 타고 지하철 2번으로 갈아타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운 걸음이었다. 오늘따라 자동차가 없다는 것이 후회가 되지 않았다. 물론 자동차로 인한 문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었겠지만, 자가용이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파리에서 베르사유까지 오고 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학생들의 위로의 하트를 받은 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나는 다시 한번 프랑스 교통 문제에 화가 났다. 파리는 특히 교통 파업이 많고, 100년이 넘는 지하철 노선이 많아 자주 공사가 진행되어 교통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오늘처럼 프랑스 교통의 잦은 문제에 실망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러나 한낮 유학생이 이 프랑스의 교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다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학생들에게 책임감 있고 성실한 강사의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고 싶다. 다음 주 수업을 위해 더욱 더 잘 준비하여, 오늘 수업을 하지 못한 것에 배로 더 재미있고 즐겁게 수업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