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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12월에 왜 얼음 망고 주스를 마셔야 했는가?

파리 스타벅스에서 언어때문에 발생한 에피소드

by Selly 정

목차

1. 스타벅스와의 첫 만남

2. 스타벅스에서의 경험

3. 언어의 장벽과 배움




1. 스타벅스와의 첫 만남


언어의 장벽은 때때로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가끔 스타벅스를 찾는다. 파리 12구에 위치한 이 스타벅스는 크고 깨끗하다. 대형 마켓 AHCHAN을 오고 갈 때마다 이곳을 지나치게 되는데, 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며 가끔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만 먹고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몇 개월이 흘렀다.


여전히 스타벅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1층과 2층 모두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는 2층에서 글을 쓰는 상상을 하곤 했다. 큰 창문으로 아름다운 파리 시내를 바라보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을 텐데, 그곳에 조용히 자리 잡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차 한 잔 시켜놓고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던 중, 딸에게 내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엄마, 왜 이렇게 소심해?"라고 그녀는 반문했다.

"사람들은 다 그렇게 차 한 잔 주문해놓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해. 눈치 보지 말고 가서 커피 한 잔 주문하고 글을 써봐!"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용기를 얻었다.



2. 스타벅스에서의 경험


어느 날, 나는 가방에 컴퓨터를 챙기고 스타벅스로 향했다. 당당히 2층으로 올라갔고,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해놓은 자리처럼 편안하고 조용하며 바깥 경치도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카페 라테 한 잔을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 오후 1시부터 6시 30분까지 나는 스타벅스에서 조용히 글을 쓰고 블로그를 작성하며 불어 공부를 했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나처럼 컴퓨터를 들고 온 대여섯 분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글쓰기에 몰두했다.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 이렇게 스타벅스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집은 조용하고 깨끗했지만, 집에서 글을 쓰면 집중이 흐트러지곤 했다. 화장실에 자주 가고, 커피를 여러 잔씩 마시며 유튜브를 보거나 카톡을 확인하다 보면 침대에 누워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글쓰기에 집중이 필요한 순간, 나는 스타벅스를 자주 찾게 되었다.



벽에 붙여진 인어 공주 나무 판화


오늘도 나는 글을 집중해서 쓰고 싶어 스타벅스에 왔다. 오후 1시쯤이면 보통 2층에 1, 2자리 정도 비어있다. 그러나 이날은 오전에 비가 와서인지 1층과 2층 모두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2층을 둘러봐도 앉을 곳이 없다. 결국 어쩔 수 없이 1층으로 내려가 혼자 앉아 있는 분의 빈자리에 양해를 구하고 앉았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약 5분 정도 앉아 있던 중, 한 젊은 남자가 가방을 싸는 모습을 보았다. 속으로 '이제 빈자리가 생기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 젊은 남자가 짐을 챙겨 나간 후, 나는 얼른 그의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정리하고 구석진 조용한 곳에 앉아 오늘 쓴 글감들을 하나씩 책상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후 1시를 지나 오후 4시 40분이 되었다. 내가 주문한 커피는 이미 식어버렸다. 차가운 카푸치노를 바라보며 3시간 넘게 이곳에 있으니 직원들의 시선이 점점 느껴졌다. 써야 할 글이 남아 있어 조금 더 머물고 싶었지만, 카푸치노 한 잔으로 더 오래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언어의 장벽과 배움


스타벅스 직원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텐데,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일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고민하며 의자에 앉아 있다가 결심했다. "조금 더 글을 쓰고 가자. 대신 눈치가 보이니까 음료수 한 잔 더 주문하자. 그러면 덜 미안할 거야." 이렇게 마음을 먹고 카운터로 갔다.


커피는 더 이상 마실 수 없겠고, 무엇을 마실까 고민하다가 주스 한 잔으로 결정했다.

"그래, 망고 주스 한 잔 마시자!" 결심하고 망고 주스를 주문했다.


"봉주르, 마드므와젤, une mango juice?"

"Quelle taille?" Talle!!"

sur place?" "Oui"

'6,75 유로."

"Par carte?" "Oui"

vous voulez un ticket?" "Non, merci."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자주 사용하는 불어 표현이라서 파리지앵이 아무리 혀를 굴려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였다. 주문을 받은 아가씨와 망고 주스를 만든 아가씨가 따로 있었다. 주스를 만들려고 한 아가씨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 ooo망고 주스?"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Quoi?"라고 재차 물어야 했지만,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대체 이 아가씨가 나에게 뭘 물어보는지 순간적으로 잊어버렸다. 다시 한번 카운터 아가씨가 나에게 재차 물었다. "OOO망고 주스?" 나는 그저 '망고 주스'라는 단어만 이해하고 "Oui, 망고 주스"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들은 아가씨는 살짝 갸우뚱하며 나의 망고 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왜 저러나, 뭔가 잘못되었나 하는 궁금증을 안고 조용히 한쪽에 서서 그녀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아뿔싸, 내 망고 주스에 얼음을 넣고 있지 않는가.!'

아하, 'glaçon mango juice?'라는 의미였나!.

이 겨울, 12월 10일 , 아침부터 차가운 비가 내리는 날에 얼음을 곁들인 망고 주스를 주문하다니!

오후 1시쯤에는 뜨거운 카푸치노를 주문한 사람이 정말 얼음이 섞인 망고 주스를 원했을까?라는 표정이었던 것이다.

나는 아가씨의 'glacon', 즉 얼음이라는 단어를 듣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이 겨울에 누가 얼음이 들어간 망고 주스를 원하겠는가? 왜 얼음인지, 일반 망고 주스인지 물어보는 것일까? 그냥 망고 주스를 주면 될 텐데 말이다.

결국 나는 얼음이 가득 들어간 망고 주스를 벌컥벌컥 마셨다. 나의 언어 부족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며, 차가운 얼음 주스로 열이 난 속을 달래기 위해 들이켰다. 해외에 살고 여행하면서 이런 어이없는 일을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체면을 차리려 하는 걸까? 솔직하게 못 알아들었다고 'pardon!'이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물어보면 되었을 텐데, 무엇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내가 느끼는 쓸데없는 자존심 문제를 반성하며, 동시에 불어 공부의 필요성을 다시 느낀다. 지금 이 순간 얼음 주스를 마시고 있는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를 흘깃 보지만, 이내 자신의 일에 집중한다. 그렇게 차가운 얼음 망고 주스를 마시며 나는 불어 공부, 특히 듣기 연습을 열심히 하리라 다짐한다. 다음 번에는 오늘처럼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면, 반드시 재차 질문하자. 정확하게 이해할 때까지 물어보자! 그것이 진정한 용기 아닐까? 해외 생활에서 조금 더 용기 있게, 조금 더 뻔뻔하게 살아야 손해를 덜 보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구글이 즉각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매번 주문할 때마다, 특히 같은 곳에 자주 가면서

구글 번역기를 사용할 수 없지 않은가?.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주문할 수 있을 정도의 불어 실력은 갖추어야 하지 않은가?.

이곳에 산지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는데....

오늘도 불어 공부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면서,

나는 다시 한 모금 얼음 망고 주스를 마시고 가방을 정리하여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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