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보지 않은 길, 그리고 그 길의 끝
어느 날, 파리의 작은 음악학교에서 피아노의 선율이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교실에 앉아 있었다. 그곳은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창가 옆, 검은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 잡고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선생님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음표들이 마치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처럼 내 마음을 간질였다.
어린 시절, 친구가 피아노를 배우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그 부러움이 떠올랐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옛 속담처럼 피아노치는 친구의 모습에 내 마음은 콩닥콩닥 뛰었고, 그때의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소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우리 집 형편은 그 꿈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저 막무가내로 엄마를 졸랐던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엄마, 나도 피아노 배우고 싶어!" 그때의 고집은 마치 어린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향해 날고 싶어 하는 것과 같았다. 결국, 엄마는 내 소원을 들어주셨고, 나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친구를 따라 배우는 것에 불과했다. 흥미도, 열정도 없이 몇 달을 보내고는 스스로 그만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악기 하나쯤은 꾸준히 배우고 싶다'는 소망은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점점 더 깊이 접혀갔다. 아이들에게 태권도, 피아노, 플룻을 가르치며 그들의 꿈을 응원했지만, 내 꿈은 한쪽에 조용히 접혀 있었다.
부모의 꿈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종이처럼 접혀져 한쪽에 놓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내 꿈은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처녀 시절 이후로 가지 않았던 그 길을 다시 걷고 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그 소망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마치 잊혀진 꿈이 다시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다.
"이 글을 내가 쓴 글이야." 만약 프로스트가 내 글을 읽는다면, 그는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는 결국 네가 가지 않았던, 아니 가지 못 했던 길을 찾아가고 있구나. 그 길은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제 너는 그 길을 걸어가고 있구나."
인생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여정이다. 그 길을 하나씩 가보며, 나는 다시 한 번 내 꿈을 껴안고 있다. 피아노의 선율이 내 마음을 울리며, 잊혀진 꿈이 다시 피어나는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인생의 반백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가보지 않았던 길, 여전히 갈 수 없는 길도 많이 남아 있다. 세월이 흐르고, 누구의 말처럼 이제 살아온 인생보다 남은 인생이 짧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떤 이의 말처럼 120세, 200세 시대가 온다면, 아직도 살아갈 날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짧든 길든, 나는 가보지 않았던 길을 하나씩 도전해 보고 싶다.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영자 씨의 말을 들었다.
"나는 자신의 고정 관념을 바꾸기 위해, 자신감을 얻기 위해 그동안 하기 싫었던 일,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나씩 찾아서 일부러 했어"라고.
그녀의 고백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래, 가보지 않은 길을 딛는 일은 분명 두려운 일이지. 하지만 그 길을 향한 희망은 봄의 꽃향기처럼 가슴을 뛰게 하고, 설렘으로 가득 채워주는 것이야. 두려움이 나를 감싸는 그 순간에도, 나는 설렘이라는 작은 소망을 품고 용기를 내어 한 발자국 내딛는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넓어질 것이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함께 자라나며, 나는 더욱 단단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
!. 이 길의 끝에는 새로운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곳에서 나는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될 거야!'
지금 나는 DELF B2를 공부하고 있다. 이 자격증은 언어 레벨을 인증하는 중요한 시험이다. 사실, B2 시험은 나에게 상당히 높은 난이도의 도전이다. 대학 진학과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자격증이 필요하다.
매일매일 불어 공부를 하며, 책상에 앉아 노트에 단어를 적고, 발음을 연습하는 내 모습은 마치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향해 날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방금 공부한 것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같은 내용을 700일째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다.
때론 하기 싫고, 더 쉬운 길을 찾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다. "내 나이를 들먹이며 스스로 위로하고, 사람들의 이해와 동정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하지만 이 길은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이다. 포기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지만, 그 길을 걷지 않는다면 내 꿈도 함께 포기하는 것이 된다.
힘들고 험난한 여정이더라도, 그 길의 끝에는 나의 꿈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나는 또 여행작가라는 꿈이 있다. 여행을 하며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글로 풀어내는 삶, 그것이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그러나 글을 쓰면 쓸수록 그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의자에 앉아 몇 시간씩 글을 쓰는 일은 마치 무거운 돌덩이를 끌고 가는 것처럼 체력을 소모하고, 온몸의 근육을 피곤하게 만든다. " 글쓰는 일보다즌 이제 운동을 해야 할 나이"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나를 회의에 빠뜨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작가로서의 삶은 여전히 나의 소망 중 하나다. 이 길 또한 분명 피곤하고 힘든 길이 될 것이다. 노후의 생계 유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길은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길이다.
가는 길이 울퉁불퉁할지라도, 넘어지게 하는 자갈이나 작은 돌들이 있더라도, 울퉁불퉁하면 어떠한가? 자갈이나 돌들이 있으면 어떠한가? 가시나무가 있으면 어떠한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쉬어가면 된다. 자갈을 손을 뻗어 한쪽으로 조용히 옮겨 두고, 천천히 갈 것이다. 그렇게 가다 보면 때론 넓고 시원한 평지가 나올 것이고, 오색 찬란한 빛깔의 꽃밭도 펼쳐질 것이다.
인생에 항상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50평생 살아오면서 몸으로 익히며 알게 되었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어느 길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어떤 길을 가고 있습니까? 또 여러분이 가지 않았던 길, 아니 가지 못했던 길은 무엇입니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마음이십니까?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길이라면 포기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길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여러분을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 꼭 붙잡으십시오. 기회가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가고 싶었던, 그러나 그 당시에는 갈 수 없었던 길을 계속 생각하고 바라보며 꿈을 꾸십시오.
반드시 그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가지 않은 길은 언제나 여러분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길을 가고, 가지 않고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고 싶었던 길들은 다 가 보기를 응원드립니다.
가지 않은 길은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설레는 일입니다. 그 길 위에서 여러분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그 길을 향해 한 걸음 내딛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