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어 수업의 즐거운 순간들

학생들과의 소통과 열정

by Selly 정


오늘은 베르사이유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다. 검정색 백팩에 이것저것 쑥쑥 집어넣으며, 컴퓨터와 학생들의 시험지, 어제 하루 종일 씨름하며 번역한 한국어 글들, 망사로 된 필통, 그리고 없어서는 안 될 나의 안경, 수업 준비한 노트를 가방에 쏙 넣고, 배낭을 메고 베르사유로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갈아타고, 시내버스를 타고, 3번의 교통을 갈아 해치우며 1시간 30분이 걸려 학교에 도착한다.


문 앞 의자에 앉아 계신 아나스타샤 교장선생님이 언제나처럼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해 주신다. 변함없는 미소와 따뜻한 표정으로 반갑게 인사해 주신다. 학생들의 시험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읽기 부분이 조금 약하다는 의견을 나눈다. 수업 전에 항상 한국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 오늘도 부엌에 들어가 맥심 커피를 준비하는데, 그때 조용한 성격의 전형적인 프랑스 여학생, 올랭프가 들어온다.


올랭프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예쁘고 얌전한, 전형적인 프랑스 사람이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 모델처럼 멋있고 귀엽게 입고 다닌다. 우리 둘은 맥심 커피의 팬이다. 올랭프도 나처럼 수업 전에 커피를 마시며 시작한다. 처음에는 맥심이 너무 달다고 했지만, 지금은 자기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맥심 커피 한 잔씩 들고 교실로 들어간다.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수업을 시작하면 웬지 기분이 좋아지고 의욕이 넘친다.


온라인으로 참여할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를 빔에 연결하고, 학생들을 맞이할 책상도 수업에 맞춰 반듯하게 정리한다. 하나둘 학생들이 들어온다. 온라인으로 사브리나와 파티마가 들어오고, 한국어학과 3학년 졸업생이자 인턴십을 하고 있는 웬 학생이 나를 도와 책상을 정리해 준다. 고마운 일이다. 수업 시간 내내 나의 수업을 지켜보며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다. 웬 여학생도 전형적인 프랑스 사람이다. 가끔 정말 궁금하다. 한국어를 전공하고, 장차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을 정도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가 좋단 말인가?


나의 고등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나도 이유 없이 불어가 좋았고, 프랑스 문학이 좋았다. 그래서 불어를 밤낮으로 공부했고, 샹송을 뜻도 모르고 따라 불렀으며, 프랑스 문학책에 깊이 빠져들었다. 한국의 시인이나 소설가는 몰라도,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생텍쥐페리, 데미안 등 외국 작가들의 이름과 그들의 책은 그저 좋아서 두꺼운 문학 전집을 희미한 전등불 아래서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읽었다. 웬 여학생도 과연 그럴까? 그렇게 한국이 좋은 것일까? 이미 그녀로부터 ‘그렇다고’ 대답을 들었지만, 신기해서 또 물어본다. 그녀를 볼 때마다 물어본다. 오늘도 나는 묻고, 오늘도 그녀는 같은 대답을 한다.


“네, 좋아요. 한국어 소리가 예뻐요. 한국 사람 좋아요, 한국 노래 좋아요, 한국 드라마 재미있어요.” 한결같은 대답이다. 신기해하며 기분이 으쓱 올라간다. 괜히 마음이 둥둥 뜬다.


그렇게 오늘의 수업이 시작된다. 토요일 하루 종일 수업 준비를 해서 나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자신감이 뭉친 힘찬 소리로 수업 내내 학생들과 시험지 풀이를 한다. 읽기 부분에서 몇몇 학생들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수업을 꼼꼼하게 준비했지만, 원어민 프랑스 사람인 웬 여학생에게 프랑스어로 통역해 달라고 부탁했다. 읽기 부분에서 인턴 여학생이 불어 통역을 해주니 수업이 훨씬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학생들도 불어로 읽기를 해석해 주니, 엄청 좋아하는 기색이었다. 그렇게 예비 한국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오늘도 재미있는 한국어 수업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채점을 하면서 나의 실수도 발견되었다. 3개 부분에서 나의 실수가 발견되었다. 미안해하는 선생님과 반대로 학생들은 점수가 하나씩 추가로 올라가니 기분이 정말 좋은가 보다. 얼굴에 화색이 돌며 소리나지 않게 야호!를 외치며,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바뀐 점수에 감격하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인가? 나의 실수 덕분에 낮았던 점수가 하나씩 올라가니, 점점 높은 점수로 가까이 다가가니 ,얼마나 신나겠는가! 그 모습이 나는 그지없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학생들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선생님의 자부심이 아닐까!


1시간 30분의 거리, 3번의 교통 갈아타기로 인해 몸은 피곤할 수 있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순수한 모습과 한국어에 대한 열정이 내게 에너지가 되어, 나를 더 기운차게, 내일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의욕을 불러일으켜 준다. 내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판이다.


베르사이유 한국어 수업은 늘 나에게 해야 할 의지와 동기부여를 주는 활력소이다. 오늘도 기분 좋게 다시 검은색 가방을 주섬주섬 둘러메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를 진정시키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