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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교사 튀니지 이야기 7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특별한 학생들의 이야기

by Selly 정

튀니지에서의 한국어 교사 생활은 도전과 보람이 공존하는 여정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 각 학년마다 3시간씩 수업을 진행했다. 비정규 과목이었지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했다. 성적은 인문학과장에게 보고되었고, 총점 20점 중 10점 이하를 받으면 재수강이 필요했다.


1학년 때 70-80명이던 학생 수는 2학기가 되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심으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만 남았다. 3년 동안 꾸준히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3등 안에 들면 한국행 비행기 티켓과 1주일간의 체류 비용을 지원받는 특별한 기회도 있었다.


시험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학생들은 특히 쓰기와 듣기를 어려워했다. 안타깝게도 열정 있는 학생들 중 일부는 반복된 낙제로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튀니지 여학생들의 외모는 유럽과 아랍의 특징이 조화롭게 섞여 있었다. 머리색과 질감도 다양했고, 히잡을 쓰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공존했다. 처음에는 이런 다양성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들의 모든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한국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문화와 종교, 사상의 차이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교사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튀니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만난 두 여학생의 모습이 선명히 떠오른다. 한 명은 시험 성적으로 고민했고, 다른 한 명은 부르카를 입고 다녔다. 둘 다 조용하고 귀여운 미소를 지녔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내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생은 수업에 성실히 참여했다. 그녀는 수업 시간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고, 게임에도 적극적으로 임했으며, 언제나 진지한 태도로 수업을 들었다.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과 귀여운 얼굴은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험 결과는 늘 아쉬웠다. 10점 미만의 점수로 재시험을 치러야 했고, 2-3점만 올리면 재시험을 면할 수 있었지만 항상 부족한 점수 때문에 탈락 위기에 처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그녀와 일대일 면담을 했다. 그녀는 죄송하다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한국어 공부는 수업 시간에만 한다고 했다. 수업 후에는 학과 공부가 많고 어려워 오직 전공에만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녀는 2학년 2학기까지 재시험으로 겨우 통과한 후, 3학년이 되어 전공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며 한국어 공부를 그만두었다.


한국어는 대학에서 선택과목이지만, 학점에 포함된다. 3학년까지 이수하면 언어학과 수료증도 받을 수 있다. 한국 관련 직장을 원하는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이 학생은 취미로 시작했다가 전공에 집중하기 위해 떠났다.


부르카를 입은 여학생은 깨끗하고 하얀 피부의 열정적인 한국 팬이었다. 처음 그녀가 손에 장갑을 끼고 얼굴만 내민 채 교실 문을 두드릴 때, 나는 매우 놀랐다. 튀니지에서는 부르카 착용이 자유롭지만, 대학생 중에는 드물었다. 그녀를 제외하고는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들어와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한국어가 정말 좋아요. 한국 문화도 정말 좋아요.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정말 멋있어요. 나중에 한국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열정은 수업 시간에 빛을 발했다. 이해가 안 되는 문법은 적극적으로 질문했고, 어설프지만 자신감 있게 K-pop을 불렀으며, 집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노래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한국을 좋아하는지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부르카를 입고 생활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지 궁금했다. 장갑까지 끼고 수업 내용을 필기하는 모습이 때로는 신기했다. 조심스럽게 옷차림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입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어릴 때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본인이 더 부르카 입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 두 학생의 이야기는 내 기억 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들의 열정과 도전, 그리고 각자의 선택은 한국어 교사로서의 내 삶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었다.


튀니지에서는 의복 선택의 자유가 있어 부르카를 입지 않아도 된다. 한 학생은 부모님의 강요 없이 자발적으로 부르카를 선택했다. 그녀는 머리만 가리는 히잡보다 부르카가 더 편하고 자유롭다고 만족스럽게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녀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어 수업에서 우리는 문화 체험 시간을 가진다. 특히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는 한국 대사관에서 빌린 한복을 입어본다.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한복을 입는다. 치마, 속치마, 저고리, 두루마기, 노리개와 장신구, 때로는 조바위까지 착용한다. 최대한 한국 전통 한복을 그대로 따라 입어본다.


히잡을 쓴 여학생들은 이때만큼은 히잡을 벗는다. 그들의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뒤로 모아 올리거나, 비녀나 조화로 꽃 장식을 한다. 또는 양 갈래로 길게 땋아 내린 후 빨간색 댕기로 마무리한다. 학교에 비치된 꽃이나 나비 모양의 머리띠를 착용하는 학생도 있다. 이는 학생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부르카를 입은 학생에게는 이 날이 가장 아쉽다. 그녀는 부르카와 장갑을 벗지 않는다. 여자들만 있어 괜찮다고 권해보지만, 그녀는 절대 사양한다. 결국 머리 장식은 하지 못하고, 가장 큰 한복을 골라 부르카 위에 입는다. 다른 학생들은 그녀의 선택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부르카 위에 한복을 입은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만, 그녀의 행복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이 학생은 3년 동안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한국 문화를 즐겼다. 그리고 좋은 성적으로 한국어 수업을 마쳤다.


3년의 한국어 과정을 마치면 학생들은 수료증을 받는다. 이 수료증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학생들은 이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 3년간의 성과를 입증하는 증명서이자 자부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위해 우리는 작은 졸업 파티를 연다. 한국과 튀니지 음식을 나누며 그들의 노력을 축하한다. 아쉬운 작별을 뒤로하고 기념사진으로 한국어 학과 졸업을 마무리한다.

이 날은 학생들과 교사인 나에게 매우 의미 있는 날이 된다. 수료증을 받은 학생들의 마음에, 그리고 3년간 함께한 나의 마음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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