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도시 카르타고의 숨결
오늘은 가족과 함께 튀니지의 대표적인 역사 여행지, 카르타고 유적지를 찾았다. ‘카르타고’라는 이름은 역사 시간에 수없이 들어왔지만, 직접 그 땅을 밟고 그곳의 공기를 마시니 느낌이 전혀 달랐다. 로마의 유적들처럼 완벽하게 보존된 곳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남은 돌 하나하나가 3천 년 전 이곳에서 펼쳐졌던 웅장한 문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튀니스 외곽의 언덕에 자리한 카르타고 유적지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푸른 지중해와 맞닿은 이곳은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입지였다. 가족과 함께 비르사 언덕에 올랐는데, 이곳은 원래 페니키아인들의 요새가 있던 자리로 지금은 카르타고 국립박물관이 자리한다. 박물관 테라스에서 바라본 튀니스 호수와 지중해의 푸른 물결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왜 이들이 이곳을 택했는지, 그 이유가 한눈에 와 닿았다.
오전 중반, 우리는 로마 시대의 거대한 목욕탕 유적인 ‘안토니누스 테르마’를 방문했다. 이곳은 한때 지중해에서 가장 큰 목욕 시설이었다고 한다. 대리석 기둥이 늘어선 넓은 공간에서 딸아이는 뛰어놀며 즐거워했고, 나는 그 사이에서 고대 로마인들이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고 비즈니스를 논하던 모습을 상상했다. 특히 목욕탕 아래층에 남아 있는 히포카우스트, 즉 바닥 난방 시스템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는 남편과 함께 고대 로마의 뛰어난 기술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점심은 유적지 근처의 작은 식당에서 투니지 전통 요리인 쿠스쿠스와 브릭을 맛보았다. 양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진 쿠스쿠스는 고소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고, 바삭한 브릭 안에 계란과 참치가 들어 있어 가족들도 매우 좋아했다. 이런 소소한 경험들이 여행의 기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점심 후 우리는 다시 광활한 유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유적지 사이를 이동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그 사이사이에 펼쳐진 지중해의 풍경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오후에는 원형극장과 푸니카 항구를 차례로 방문했다. 원형극장은 규모는 작지만, 고대 로마 시대의 배우가 된 듯 아이들이 연기를 하며 즐거워했다.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푸니카 항구는 한때 카르타고의 강력한 해군 함대가 정박했던 곳이다. 지금도 물이 고여 있어 당시의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항구 주변에서 조개껍데기를 모으며 신나했고, 남편과 나는 항구의 원형 구조를 바라보며 카르타고의 영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 늦게는 유적지 근처의 작은 시장을 찾았다. 노천 시장은 튀니지 특유의 활기와 색채로 가득했다. 햇볕에 그을린 상인들이 전통 도자기인 세라믹과 화려한 타일 공예품을 팔고 있었고, 우리는 파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컵 세트와 벽걸이용 그림액자를 기념품으로 구입했다. 상인들의 유쾌한 호객 소리와 흥정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였다. 가격을 절반 가까이 깎았을 때, 상인 아저씨는 민트차 한 잔을 내어주며 카르타고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어떤 가이드북보다 생생했고, 현지인의 삶과 역사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유적지 근처 ‘카르타고 카페’에서 잠시 쉬며 마신 투니지식 강한 커피, 에스프레소와 소나무 씨앗으로 만든 전통 과자 ‘아사리아’도 잊을 수 없다. 쌉싸름한 커피와 고소한 과자의 조화가 독특했고, 딸과 남도 그 맛을 즐겼다. 카페 주인은 30년 넘게 이곳을 지켜오며 들려준 옛이야기들을 통해, 카르타고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살아 숨 쉬는 공간임을 느끼게 했다.
해가 저물 무렵, 우리는 현대 카르타고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유적지 주변 주택가는 화이트와 블루를 기본으로 한 지중해식 건축 양식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하교하는 아이들과 일터에서 집으로 향하는 어른들, 모스크에서 기도를 마친 남성들이 카페에 모여 나르길레(물담배)를 피우며 체스를 두는 모습은 바쁜 현대사회에서도 전통적인 여유를 지키는 튀니지인들의 삶을 보여주었다.
하루의 마무리는 ‘라 말가’ 해변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기며 했다. 지중해의 노을 아래 가족과 함께 나눈 대화는 오늘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해질녘 다시 찾은 안토니누스 테르마의 붉은 실루엣은 마치 시간의 강을 건너온 메시지 같았다. 페니키아인들이 세우고, 로마인들이 파괴하고, 아랍인들이 이어받은 이 도시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며, 우리는 역사의 깊이를 가슴에 새겼다.
카르타고의 돌 하나하나에는 3천 년의 시간이 흐른다. 오늘 우리 가족의 작은 여행도 그 긴 역사 속에 조용히 새겨질 것이다. 이곳을 찾는 누구라도, 그 돌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인다면 시간 너머의 웅장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카르타고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삶과 꿈이 3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살아있는 역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