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 위에서 만난 따스한 인연들: 수스로 가는 여정
지중해의 향기를 품은 튀니지의 진주, '수스(Sousse)'는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숨겨진 보석 같은 도시입니다. 눈부신 해변과 고풍스러운 건축물, 맛깔스러운 요리와 아늑한 카페, 다채로운 오락거리가 어우러진 이곳은 오래전부터 제 버킷리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죠.
가족과 함께하는 오붓한 여행을 꿈꾸며, 우리는 과감하게 렌터카를 예약했습니다. 운전대를 맡은 남편, 조수석의 저, 그리고 뒷자리의 딸까지 - 우리 세 가족은 설렘으로 가득 찬 마음을 안고 수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차 안에는 온갖 간식과 음료수, 그리고 제 작은 사치인 커피까지 가득 실었습니다.
저는 커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죠. 지금도 하루 2-3잔은 마셔야 하지만, 그때는 더 열렬한 커피 애호가였습니다. 그런데 이 커피 사랑이 여행 중에는 작은 고민거리로 변하곤 했어요. 한국처럼 곳곳에 정갈한 휴게소가 있는 것이 아니니, '화장실은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걱정이 늘 따라다녔거든요.
그러던 중 한국의 지인이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무엇이 필요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주저 없이 이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작은 간이 텐트가 제 손에 들려있었죠. 마치 보물을 얻은 듯 소중히 챙겨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튀니지의 풍경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 한국 시골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집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모습들이 이국적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남편과 저는 한국의 옛 풍경을 추억하며, 투니지 사람들의 생활상과 한국인의 정서를 비교하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러다 화장실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상상했던 텐트를 펼칠 한적한 사막 풍경은 어디에도 없었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로변에서 텐트를 꺼내기엔 너무나 민망했습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여행 중 화장실이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주변의 식당이나 모스크, 때로는 경찰서에 들러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놀랍게도 투니지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의 부탁에도 따스한 미소와 함께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투니스에서 수스로 향하는 길은 제가 상상했던 끝없는 사막이 아니었던 거죠. 제 과도한 걱정과 준비에 스스로 미소 짓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경찰서에서의 에피소드입니다. 주변에 마땅한 시설이 없어 조심스레 경찰서 문을 두드렸는데, 그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제게 작은 화장실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비록 좁고 소박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이었죠. 용무를 마치고 나오자 구릿빛 피부에 햇살의 흔적이 깊게 패인 경찰관들이 환한 미소로 배웅해 주었습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라는 그들의 인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돕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모스크에서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여성의 출입이 제한된 공간이었기에, 남편이 상황을 설명하고 밖에서 망을 봐주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죠. 볼일을 마친 후 관리인에게 "슈크란(감사합니다)!"을 연발하며 인사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처럼 낯선 이에게도 온정을 베푸는 투니지 사람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커피도 마음껏 마시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았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수스는 수도 투니스보다 한 크기 작은 듯했지만, 그 매력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습니다. 도시 전체에 소박함과 순수함이 깃들어 있었고, 거리마다 진한 아랍의 향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투니스의 세련됨과는 또 다른, 더 정갈하고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두번째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