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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 이야기 23: 사헬의 진주 수스(Sousse)2

천 년의 역사와 푸른 지중해

by Selly 정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역사와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9세기에 지어진 성벽으로 둘러싸인 메디나(Medina)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의 심장부입니다.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하늘을 향해 솟은 흰 벽과 파란색 문과 창이 만들어내는 색의 향연에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메디나의 중심에 자리한 그랑 모스크(Grande Mosquée)는 9세기 아글라브 왕조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 최고(最古)의 사원입니다. 비무슬림인 저희는 내부 입장은 할 수 없었지만, 작게 설계된 입구와 마당, 아치형 개구부와 돔 모양의 미나렛이 어우러진 외관만으로도 충분히 이슬람 건축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메디나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해안을 따라 7km에 걸쳐 펼쳐진 부 자파르 해변(Boujaffar Beach)이 여행자를 반깁니다. 황금빛 모래사장과 투명하게 빛나는 지중해의 푸른 물결, 그리고 야자수가 늘어선 산책로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해변 주변으로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있어 휴양과 모험을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리바트(Ribat)는 8세기에 지어진 요새로, 12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한때 이슬람 수도승들의 수련소이자 해안 방어 시설이었던 이곳에 올라서면, 발 아래로 메디나의 미로 같은 골목길과 저 멀리 지중해의 파노라마 전경이 펼쳐집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일몰 무렵 이곳을 찾아 황홀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곤 합니다.


수스의 매력은 역사적 유적에만 있지 않습니다. 메디나 내부의 수크(Souk)에서는 생생한 튀니지의 일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온갖 향신료의 향기가 뒤섞인 좁은 골목에서 지역 상인들과 흥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화 체험입니다. 전통 도자기, 컬러풀한 직물, 정교한 금속 공예품, 그리고 튀니지의 매콤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하리사(Harissa) 페이스트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여행자를 유혹합니다.


북쪽으로 10km 이동하면 만나는 포트 엘 칸타우이(Port El Kantaoui)는 수스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이 관광 항구는 하얀색 건물과 파란색 창문의 지중해 스타일 건축물, 그리고 고급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마리나가 어우러져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케 합니다. 36홀 규모의 국제 수준 골프 코스는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수스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름(5월부터 10월)에는 해변에서의 물놀이와 수상 스포츠가 인기이고, 비교적 선선한 봄(4-5월)과 가을(9-10월)에는 메디나 탐험, 사하라 사막 투어, 지중해 요트 투어 등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수스를 기점으로 떠나는 사하라 사막 투어는 놓치기 아쉬운 경험입니다. 도우즈(Douz)나 토즈르(Tozeur) 같은 오아시스 마을을 방문하고, 낙타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을 넘으며, 밤하늘의 별들 아래서 사막 캠핑을 즐기는 1-2일 투어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합니다.

또한 튀니지 전통 스팀 목욕인 함맘(Hammam)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는 데 그만입니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정화와 휴식의 의식인 함맘을 경험하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수스에서 꼭 사야 할 기념품으로는 콜드 프레스 방식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파란색과 흰색의 전통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수공예 도자기, 기하학적 패턴의 메르구에브(Mergueb) 카펫, 다양한 향신료, 붉은색 울 펠트로 만든 전통 모자 체시아(Chechia), 그리고 지역의 꽃으로 만든 향수가 있습니다. 특히 수크에서는 자신만의 향을 조합한 맞춤형 향수를 만들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메디나를 탐험할 때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나 GPS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크에서 쇼핑할 때는 흥정이 기본! 처음 제시된 가격의 절반 정도에서 시작해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튀니지 문화의 일부임을 기억하세요.


마지막 이야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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