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선생님의 문자 한 통

정직함과 마음의 무게 사이, 한 통의 문자가 남긴 것들

by 지온x지피

아이의 멘토 선생님과의 짧은 인연이 끝났다.

남은 건 답장하지 못한 문자 한 통,

그리고 내 안에 남겨진 수많은 질문들.

이 글은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 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정직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었다.



어젯밤,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아이 영어 선생님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이번 주까지만 수업할게요.”


문자 내용을 보고 난,

한참을 아무 말도 못 했다.

답장을 써야 했는데… 손이 안 움직였다.


그 선생님은 우리 아이에게 1년 가까이 영어를 가르쳐 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 줌으로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했다.

나는 지금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홀로 아이를 키우며 멘토링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몇 달 전쯤, 그 멘토링을 연결해 준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수업 날짜가 이 날 맞나요?”

그 날짜를 보니, 우리 아이 수업한 날과 달랐다.

나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고,

정확한 날짜를 다시 알려줬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 또 연락이 왔다.


“혹시 올해 교재 새로 받으셨나요?”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아뇨. 작년에 구입한 교재로 지금도 수업하고 있어요.”


그때 문득,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혹시 선생님이 올해 교재를 구매했다고 허위 보고했나…?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정황이었다.


나는 그날 오후, 단체에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서 알렸다.

날짜와 교재, 수업 내용까지 모두 증거와 함께.


그리고 그날 밤, 그 문자가 왔다.

“이번 주까지만 수업할게요.”


그 이후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네, 알겠습니다’만 보내야 할까.

아니면… 아무 말도 안 해도 될까.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내가 너무 나섰던 걸까?

그 선생님이 그만두게 된 게 내 탓일까?

아니면, 그분이 정말 잘못하신 걸까?

그냥 조용히 넘어갔어야 했던 걸까…


하지만 곱씹어볼수록,

그저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결론에 닿는다.

거짓 없이, 솔직하게.


그 경험은 내게 한 가지를 남겼다.

‘정직함은 언제나 옳다.’


물론 그분과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마음이 조금 쓰이기도 하고, 내가 괜한 미움을 산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고발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아이가 믿고 배우는 수업이라면,

그만큼 신뢰가 중요한 법이니까.


이제 우리 아이에게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찾아오길 바란다.

정직하고 따뜻한 진짜 스승이.

그런 인연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큰 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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